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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和

ngo2002 2010. 7. 14. 14:48

[한자로 보는 세상] 和 [중앙일보]

2010.06.03 00:37 입력 / 2010.06.03 17:37 수정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경쟁과 다툼은 끝났다. 이제 승복과 화해의 시간이다. 화해의 화(和)는 ‘밥(禾, 벼 화)을 모두 함께 먹으니(口) 화목(和)하다’로 보는 풀이가 있다. 하지만 ‘입(口)으로 하는 말이 벼(禾) 비벼대는 소리처럼 온화하게 조화(調和)하다’가 바른 풀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화를 ‘소리가 서로 어울리다(相應)’로, 『노자(老子)』 역시 ‘노래와 소리가 서로 어울리다(音聲相和)’로 해석했다. 『주역(周易)』의 ‘풍택중부(風澤中孚)’ 괘에도 화를 화답으로 사용한다. ‘어미 학이 구름 속에서 울면 새끼 학이 화답한다. 나에게 좋은 벼슬이 있으니, 내가 너와 더불어 얽히노라(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마치 선거의 당선자가 낙선자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그린 듯하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의 식전 공연에서 한자 화(和)의 카드섹션을 펼쳤다. 왜 그랬을까? 공자의 말에 답이 있다. 공자는 중용(中庸)의 뜻으로 화를 강조했다.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되 자기의 주장을 지키고 구차히 뇌동하지 아니하며, 소인은 부화뇌동하며 진정 화합하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예절을 쓰는 데는 조화가 귀중하다(禮之用 和爲貴).” “대체로 고르면 가난한 사람이 없고, 화합하면 모자라는 일이 없으며, 편안하면 나라나 집안이 망하지 않는다(蓋均無貧, 和 無寡, 安 無傾).” 공자의 정치적 이상은 예(禮)와 인(仁)의 실현이었다. 이를 현실정치로 구현할 때에는 화(和)를 방법론으로 사용했다. 공자의 유가사상이 극단주의로 치우치지 않은 것은 이런 연유다. 편가름이 지나쳐 타협을 모르는 한국 정치권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知者不言),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고(言者不知), …그 빛을 부드럽게 하여(和其光), 속세의 먼지와 함께 하니(同其塵), 이것을 현동이라 한다(是謂玄同).” 『노자』의 한 구절이다.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속세의 사람들과 어울려 동화한다는 뜻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이 여기서 나왔다.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치러질 2012년까지 큰 선거가 없다. 그때까지 정치권은 화광동진하며 화합의 정치를 펼치기 바란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