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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ngo2002 2019. 8. 7. 13:19
관상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어제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관상이란 지극히 복잡다단하여  한두 가지로  판단할 수도,  판단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 했다. <꼴> 몇 장 뒤적거리고, 특강 몇 번 다녀왔다고 어떠니 저쩌니 말하는 것은 선무당이 하는 행동이다. 그런데 <꼴>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복잡한 관상은 차치하고, 사람의 언행만으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6천(賤), 여섯 가지 천함이다. 


다른 상이 아무리 좋아도 이 여섯 가지 행동을 한다면 지극히 천한 것이며, 천한 행동을 하기에 복을 받을 수 없다. 중요한 내용이다. 무겁게 여겨 경계로 삼을 가르침이다. 


새겨두자는 생각에서 여기에 옮겨본다. 

1賤. 

남들이 흉을 보는지도 모르고 떠드는, 수치를 모르는 자. 


<꼴>에서는 "야 요즘 세금 다 내고 사업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 거나 "그 여자? 나를 다 거쳐간 여자야 인마" 하고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을 예로 들었다. 


흉을 보는지도 모르고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은 제법 많다. 지하철 한 칸이 다 들으란 듯이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 식당이나 호프집에서 옆 테이블 손님들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시끄러운 사람, 관악산 바위에 막걸리와 안주를 늘어놓고 산신령을 깨울 듯 떠들어대는 사람. 


지독한 나르시즘일 수도 있고, 조증의 발현일 수도 있으며,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천한 행동이다.

2賤. 

자신이 능력 있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는 자. 


자기 자랑을 떠벌리는 행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어리석다. 


첫째, 잘난 척을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잘난 척은 다른 사람에 대한 우월감의 표현이고, 우월감은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자 하는 폭력성의 발현이다. 자랑하는 소리를 듣기 싫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잘난 척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는데 복이 붙을 수 없는 노릇이다. 


둘째, 잘난 척은 빚이다. 처음 제 잘난 소리를 할 때는 혹여 주변 사람들이 "와아" 하고 감탄할 지도 모른다. 물론 사랑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좋은 일은 거기까지. 잘난 척 하는 사람을 보면 본전 심리가 생긴다. "네가 그렇게 돈이 많아? 그럼 네가 쏘면 되겠네." "네가 그렇게 힘이 있다면서, 나 하나 못 도와 주느냐." 말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그러므로 잘난 척을 하면, 빚 갚을 일이 생기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복이 붙을 리 없다. 천한 행동이다. 물론 악의 없는, 좌중을 즐겁게 하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자기 자랑은 다른 이야기다.

3賤. 

옆 사람은 곤란을 겪는데 피식피식 웃으며 딴청 하는 어리석은 자. 


인간은, 인간 사이에서 더불어 함께 살기에 인간이다. 그런 이유에서 특히 강조되는 덕목이 공감과 배려다. 오프라 윈프리가 대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재능은 공감하는 능력이라 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처럼 기뻐해 주는 능력이 그녀를 그 자리로 이끌었다. 윈프리 쇼를 보면 패널들의 좋은 소식에 온 몸으로 박수 치며 함께 축하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일이다. 종종 연락하던 지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몸과 마음이 꽤 피폐했던 나는 "요즘 이런 일이 있었어" 하면서 내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응 고생했겠네" 한 마디를 하고는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내가" 하면서 바로 자기 이야기를 이었다. 그 친구가 악의가 있는 친구도 아니었고, 나의 어려움이 그 친구 입장에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해는 하지만 기분이 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은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습관적으로 주변인의 동정심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요즘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는 모든 이는 마음을 한 꺼풀 열어 제친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플 때 서럽게 만든 사람을 기억한다.

4賤.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고 나갈지 들어올지를 모르는 자.


 

철강왕 카네기는 3류 신문의 무명 기자였던 나폴레온 힐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아는 모든 인맥을 소개해 줄 테니, 앞으로 20년 간 그들을 연구해서 성공의 법칙을 밝힐 수 있겠나. 돈은 한 푼도 지원해줄 수  없네"라고 제안했다. 질문을 던진 카네기는 시계를 보고 있었다. 힐이  yes라고 대답하는 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그는 카네기의 시험을 통과했다. 똑같은 질문을 받은 사람은 몇 백 명이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빠른 결단이었다. 


우유부단함과 신중함은 쉽게 혼동된다. 그 둘의 경계는 안개처럼 흐릿해서 똑 부러지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세상에는 있다. 우리는 신중함의 가장자리에 이르러, "여기까지만. 더 이상 가면 우유부단일 뿐"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우유부단과 신중함을 구분할 수 있는 두 가지 잣대가 있다.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된다. 


첫째, 우유부단은 욕심 때문이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인다. 둘 중 하나 밖에 가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때 발걸음은 떼 지지 않는다. <꼴>에서는 이 남자 저 남자 재면서 소개팅 제의를 계속 뭉개는 여자를 예로 들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욕심 때문이라면 그것은 우유부단함이다. 


둘째, 우유부단은 어리석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하면 판단할 수 없다. 모르면 우유부단해진다. 신중함은 앎을 전제로 한다. 장점과 단점, 이익과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파악된 정보와 경험에 의한 직관이 더해지면 결단이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이 없더라도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하는 중이라면 우유부단이 아니다. 신중한 것이다. 

5賤. 

남이 안 되는 걸 바라면서 헐 뜯는 자. 


인간이 한심해지면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기쁨만 남는다고 했다.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격이 낮다. 비록 뒷담화는 즐거웠을지라도, 뒷담화한 사람들은 신뢰받지 못한다.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나에 대한 뒷이야기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뒷담화도 격이 낮을진대, 안 되기를 바라면서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다.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큰 인물은 아무도 없다. 


물론 사람이 있는 곳에는 권력 관계가 생기고, 힘이 대등하지 않으므로 정치도 있다. 모사와 험담이 정치판의 무기 중 하나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돈이 모이는 곳에는 시장이 생기고, 시장이 있으므로 경쟁도 있다. 디스와 안티가 경쟁의 수완임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험담과 뒷담화는 효과가 있다. 근거 없는 소문과 은근한 공작에 무너진 위인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먼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누군가를 험담할 때, 험담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바로 험담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건강하다. 안마를 받는 사람보다 안마를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우리가 강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우리 귀는 그 말을 같이 듣는다. 그러므로 항상 험담을 내뱉는 사람은 항상 험담을 듣고 산다. 세상은 거울과 같아 주는 대로 돌아온다. 항상 험담을 귀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운이 좋을 리가 없다.

6賤. 

자기 자랑할 건 없으니 남 팔아서 돋보이려는 자. 


"나 높은 곳에 아는 사람 있는데" "내 친한 친구가 검찰청에 있는데." 남을 파는 사람은, 남을 팔아 잘난 척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랑하는 사람이 천한 이유 두 가지가 그대로 해당된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남 팔아서 돋보이려는 사람은 전형적인 호가호위(狐假虎威)다. 그러므로 이는 스스로 여우라고 공표하는 꼴이다. 자기 자랑할 거리는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얼마나 자기 것이 없으면 아는 친구와 먼 친척을 끌어오겠나. 어리석은 여우는 호랑이의 그림자를 업으려 하나, 지켜보는 사람 눈에는 비쩍 마른 여우 새끼만 똑똑히 보인다. 


'아는 사람  중에'라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상이 언행으로 드러나는 여섯 가지 천함이다. 


관상은 좋은 부분을 더하고 나쁜 부분을 빼서 종합적인 점수를 매긴다고 한다. 낙제를 벗어나야 평균이 올라가고, 구멍이 사라져야 팀이 탄탄해진다. 언행의 습관을 고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얼굴의 꼴을 바꾸는 것 보다는 할 만하다. 천한 사람은 천함을 고침으로서 범인(凡人)은 될 수 있고, 범인은 천함을 고침으로서 귀인으로 나갈 수 있다. 


여섯 가지 천함은 일상의 습관이다. 

습관만 단속해도 운이 바뀐다. 

운이 바뀌면 복은 제발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