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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부를 때 ‘한(漢)’이라는 글자를 쓰는 현상은 중국 왕조인 한나라와 연관이 있다. 당시 한나라와 맞붙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흉노(匈奴) 등 북방 유목민족이 한나라 병사, 또는 남성들을 한인(漢人) 또는 한자(漢子)라 불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이 일반적인 남성을 뜻하는 글자로 정착됐다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멋진 사나이를 뜻하는 단어는 꽤 있다. 장한(壯漢)이라고 하면 몸집이 크거나 훌륭한 행동을 하는 사내를 뜻한다. 자신의 뜻을 관철해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강골한(强骨漢)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공적인 이익을 위해 뛰어드는 사내는 열혈한(熱血漢)이다. 피가 뜨거운 남자다.
나쁘게 쓰이는 경우도 많다. 술 마시고 길거리를 방황하면 취한(醉漢)이요, 뭔가 수상쩍은 일을 꾸미거나 행하는 사람은 괴한(怪漢)이다. 약한 여성이나 어린이들을 건드리는 비겁한 사내는 치한(癡漢)이자, 호색한(好色漢)이다. 좀 더 오랜 연원을 지닌 것은 공두한(空頭漢)이다. 머리가 텅 빈 사람, 아주 어리석은 사내라는 뜻이다. 신의를 잘 지키지 않아 미덥지 못한 사람에게는 탈공한(脫空漢)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요즘 한국의 언론 마당을 장식하는 두 타입의 남성을 본다. 바다에 빠진 천안함의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바친 한주호 준위는 영락없는 영웅호한이다. 그 장례식장에서 올곧은 군인자세로 꿋꿋하게 슬픔을 겪어 냈던 그의 선배와 부하 UDT 대원들에게서는 장한·호한·열혈한의 그림자를 본다.
국회에 출석한 국방부 장관에게 “(실종 대원들을) 건질 생각은 있느냐”면서 허무한 개그를 펼쳐 보였던 야당 의원들은 공두한, 탈공한이다. 한주호 준위의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끝낸 뒤 기념촬영에 몰두했다는 여당 의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파렴치한(破廉恥漢)이자 무뢰한(無賴漢)이다. 한국의 멋진 사내와 비루(鄙陋)한 남성들의 격차가 너무 크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