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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나라가 망한 뒤 초야에 은거해 시화(詩畵)에 매진했던 정사초(鄭思肖, 1241~1310)의 시 ‘덕우이년세단(德佑二年歲旦)’의 일부다. 사초란 이름은 조(趙)씨가 세운 송나라를 그리워한다는 사조(思趙)의 뜻이다. 그는 송나라가 있던 남쪽만을 향하겠다 하여 호도 소남(所南)으로 지었다. 오랑캐에게 땅을 빼앗겼다 하여 난(蘭)을 그려도 흙과 뿌리를 그리지 않았던 작가의 조국 통일에 대한 갈망을 읊은 시다. 2008년 3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만 기자의 질문에 중국몽이 나오는 이 시를 인용하며 양안 통일에 대한 바람을 표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류밍푸(劉明福) 국방대학 교수의 책 『중국몽(中國夢)』이 화제다. 류 교수는 세계가 미국의 패도(覇道) 대신 중국의 왕도(王道)를 원한다며, 임박한 미·중 전쟁을 막으려면 중국이 대군을 양성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는 미국식 민주보다 더 나은 중국식 민주 기적, 복지 국가보다 더 공평한 부의 분배 기적, 다당 경쟁보다 더 효율적인 장기 안정의 기적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나왔던 『앵그리 차이나(中國不高興)』와 같은 맥락이다. 정사초에게 오랑캐가 원나라였다면 류밍푸에게는 미국인 셈이다.
꿈 속에서 꿈 이야기를 한다는 몽중설몽(夢中說夢)이란 말이 『대반야경(大般若經)』에 나온다. 허황된 이야기란 뜻이다. 현실에서 꿈 이야기를 해도 황당할 텐데, 꿈 속에서 나눈 꿈 이야기이니 얼마나 허황할 것인가. 하지만 선불교에서는 반야경이 색즉시공(色卽是空)을 가르친다는 데 근거해, 몽중설몽을 헛소리가 아닌 부처의 진정한 가르침으로 해석한다. 몽중설몽이 곧 공중설공(空中說空)이란 논리다.
중국몽을 꾸는 중국의 국력이 어디까지 뻗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나 부처의 말처럼 꿈(夢)을 버림(空)으로까지 승화시킬 때 다른 나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