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포럼]한국의 불평등 글로벌 시각에서
입력 2019.05.11. 07:25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한국의 불평등 구조는 고용형태와 인구 및 가족구조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통한 단기적 해결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양극화 문제는 사회적 합의의 전제 속에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10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개최한 조찬세미나에 ‘한국의 불평등; 글로벌 시각에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의 불평등 구조는 지난 80년대 이후 전 세계 불평등 확산과 더불어 가속화되었다고 분석하고 양극화 문제를 단기적 정책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재산불평등으로 인한 요인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고용지위, 가구원 수, 교육 , 연령, 성별 등의 순으로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더욱이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이 줄어 들면서 세대 내 혹은 세대 간 불평등이 고착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이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특히 한국의 경우 퇴직연령이 지난 2016년 49.1세로 평균 근속 연수가 5.8년에 그치는 등 노동시장의 고용불안과 급격한 인구 및 가족구조의 변화가 불평등을 심화시켜 나가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들어서는 1인 가구와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신 교수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이고 조기퇴직을 막을 노사정 시민사회의 합의, 노인빈곤과 1인 가구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이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신 교수는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밖에 소득세의 누진성 강화와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고교무상교육과 유럽과 같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정책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이날 신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20세기 후반 불평등은 전 지구적인 이슈로 대두되었다. 소득분배 문제가 학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핵심적인 관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소득분배가 대공황 수준으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등장한 대U턴 논쟁(The great U-turn debate)은 미국의 불평등이 70년대 초반을 저점으로 U자형을 그리며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신자유주의 첨병 IMF도 불평등 현실 진단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국가 간 불평등의 심화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국가 내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완화 대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미국의 Joseph Stigliz(2001년 노벨경제학상)와 Angus Deaton(2015년 노벨경제학상)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Thomas Piketty, 영국의 Tony Atkinson(2017년 사망)를 포함한 학자들이 장기 소득불평등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면서, 불평등 문제는 21세기 사회과학의 뜨거운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대표적으로 Joseph Stiglitz(2012), The Price of Inequality, W. W. Norton; Thomas Piketty(2014),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Harvard University Press; Tony Atkinson(2016), Inequality: What can be done? Harvard University Press; Branco Milanovich(2016), Global Inequality: A Approach for an Age of Globaliz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과거 신자유주의 첨병으로 간주되었던 IMF, World Bank, OECD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불평등이 심각한 경제문제가 되었다는 판단 하에 불평등 현실과 그 원인을 진단하고 완화책을 모색하는 연구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OECD. Growing Unequal (2006), Divided We Stand (2011), In it Together (2015), A Broken Social Elevator? How to Promote Social Mobility (2018); World Bank, Poverty and Shared Prosperity 2018 (2018), Inequality and Shared Prosperity 2018 (2018), Changing Wealth of Nations 2018: Building a Sustainable Future (2018); IMF, Causes and Consequences of Income Inequality : A Global Perspective (2015), Confronting Inequality: How Societies Can Choose Inclusive Growth(2019)]
글로벌 수준에서 불평등은 중위소득 국가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선진국 중간계급 소득이 정체되는 동안, 최상의 소득계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여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 모양의 차별적인 누적 소득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U자형의 불평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기 시계열 소득분배 추이를 연구하고 있는 Thomas Piketty는 1970년대 초부터 소득분배가 악화되기 시작하여, 현재 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소득불평등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미국의 경우, 핵심적인 원인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자본 수익률(r)(약5%)이 경제성장률(g)(약 1.5%)보다 빈부격차가 누적되어 나나난 결과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1980년 상위 1%의 전체 소득 점유율은 11% 정도였으나, 2015년 20%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점유율은 1980년 20% 정도에서 2015년 13%로 줄어들었다. 유럽의 경우,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1980년 10%에서 2015년 12%로 약간 증가하였고, 하위 50%의 소득점유율은 24% 정도에서 22% 정도로 약간 줄어들었다.
◇한국,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 폭발적으로 심화
한국의 경우, 불평등은 1990년 초부터 커지기 시작하여, 외환위기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악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2016년 14.4%로 2012년 13.6%에서 약간 증가하였다. 10% 가구의 소득점유율은 1998년 34% 정도에서 2016년 49% 정도로 높아졌다. 2010년대 정체상태를 보였다. 1998년부터 2007년 상위소득 계층의 소득점유율이 급증하였고, 이는 주로 임금불평등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의 가구소득불평등을 이해하는 세 가지 요인은 재산, 노동시장 요인, 인구변화와 가족형성의 변화이다.
재산이 소득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는 리버리지 효과이다. 주택이 있는 경우는 주택을 담보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고, 주식이나 채권을 소유한 경우 금융소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의 증가로 부동산 매매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은 기업규모, 고용상의 지위, 젠더, 학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해서 영향을 받음. 대기업 비정규직 남성의 임금은 소기업 정규직 남성의 임금보다 더 높음.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는 기업 규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음. 중기업 비정규직 고졸 임금이 소기업 대졸 정규직과 비슷한 임금수준. 노동시장 요소 가운데 중요한 요소는 낮은 퇴직연령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48.1에세 불과하여, 이른 나이에 소득이 낮거나 불안정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인구변화는 고령화로 인한 빈곤 노인가구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를 포함한다. 2015년 65세 이상 가구의 54%가 빈곤가구에 속함. 전체 가구 중 28%가 1인이며, 1인 가구 중 54% 정도가 빈곤가구에 속함. 또한 이혼의 급증으로 인하여 편모가구가 증가하였고, 이 중 1/3이 빈곤가구에 속함. 가구원 규모가 클수록 빈곤율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가구원수가 소득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공공 사회지출 확대하고,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해야
종합적으로 2018년 가계금융복지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이들 요인들이 전체 불평등에 기여하는 정도를 살펴보면, 재산이 전체 불평등의 20% 정도에 기여하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어서 고용지위 17%, 가구원수 12%, 가구주의 교육수준 8%, 연령 5%, 직업 3%, 젠더 2% 순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악화 대책으로 노동시장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이고, 지나치게 낮은 조기퇴직을 막을 노사정시민사회 합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노인빈곤과 1인 가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적 이전을 강화시키는 복지제도 강화 필요하고, 현재 OECD 최저 수준에 머문 공공 사회지출은 확대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소득세 누진성 강화 등이 동원돼야 한다. 또한 교육기회의 확대를 위해 고교무상교육과 유럽과 같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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