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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Times] 실적 부진때 사장이 할일…직원 혼낸다 (X) 기쁨을 준다 (O)2019.01.25 04:08:01

ngo2002 2019. 1. 25. 11:25

[Biz Times] 실적 부진때 사장이 할일…직원 혼낸다 (X) 기쁨을 준다 (O)

리처드 셰리던 멘로 이노베이션 CEO

최고기쁨책임자(CJO)가 돼라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건
단언컨대, 두려움 아닌 기쁨이다

  • 윤선영 기자
  • 입력 : 2019.01.25 0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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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기업 인터페이스 시스템스(Interface Systems)의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이후 그의 경력은 프로그래머에서 관리자로 변했다. 30대부터는 코딩이 아닌 관리 업무를 맡았고, 계속 승진을 하며 더 많은 결정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을 때부터 그는 점점 일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사람들 몰래 일찍 퇴근하고, 근무시간에는 모니터를 보는 대신 게임을 했다. 소위 한창 잘나가는 사람이 된 그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처드 셰리던은 자신의 최근 저서인 `최고기쁨책임자(Chief Joy Officer: How Great Leaders Elevate Human Energy and Eliminate Fear)`에서 인터페이스 시스템스의 기업 문화가 그와 맞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인터페이스 시스템스는 제품이 완전히 준비되기 전에 해당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고, 그 결과 고객들과 임원들은 수준 낮은 제품을 제조했다고 셰리던의 팀을 비난했다. 그리고 셰리던은 점차 사내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1997년, 인터페이스 시스템스에는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했고, 그는 셰리던을 연구개발(R&D) 부문 부사장(VP)으로 승진시킬 계획을 밝혔다. 셰리던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상장기업의 부사장이 돼서, 아직 어린 딸들이 자라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CEO에겐 다른 계획이 없었다. 기업을 턴어라운드하기 위해서는 셰리던이 R&D 부문 부사장을 꼭 맡아야만 했다.

결국 셰리던은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몇 년 후 인터페이스 시스템스는 `닷컴버블`을 이기지 못하고 셰리던을 해고했다. 실직한 셰리던은 다른 IT 기업에서 일하던 제임스 고벨, 로버트 심스와 함께 2001년 소프트웨어 회사 멘로 이노베이션을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공동 창업했다. 당시 셰리던의 목표는 확실했다. 이전 직장과는 달리, `기쁨이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현재 멘로 이노베이션의 직원 수는 51명이며 작년 수익은 550만달러(약 62억원)를 기록했다. 의료기술 기업 벡톤 디킨슨, 보험사 아메리칸 패밀리 인슈어런스 등이 멘로 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멘로 이노베이션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셰리던과 인터뷰하며 `기쁨(joy)이 있는 직장`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직장에서의 기쁨은 "누군가를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여 섬기고, 섬기는 대상을 즐겁게 하는 것의 결과"라 말했다. 그리고 순간적인 느낌인 `행복(happiness)`과는 달리, `기쁨`은 사람들 마음속에 오래 머무른다고 했다. 다음은 셰리던 CEO와의 일문일답 내용.

―직장에서 `기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인이 직장에서 누군가를 섬기고(serve), 섬기는 대상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부터 기쁨이 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기쁨은 힘든 일을 잘 끝냄으로써 얻는 결과다.

―기쁨과 행복은 비슷한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이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기쁨은 행복과 다르다. 물론 행복도 중요하다. 리더는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행복과 기쁨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시간 차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면 대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어떨 때는 기쁨이 생기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생산적 다툼(productive conflict)`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행복은 순간적인 느낌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힘든 시간 동안 매번 행복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리더가 기쁨이 있는 사내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큰 목표 중 하나가 개인의 기쁨이라면, 리더는 비생산적인 다툼이나 복잡한 직원 관련 문제가 아닌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면 각 팀들은 일에 더 몰두하고, 출근길 발걸음이 더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일을 하면서 기쁨을 느꼈던 구체적 경험이 있다면.

▷작가로서 기쁨을 느꼈던 경험에 대해 말하겠다. 나는 2년 동안 저서 `최고기쁨책임자`를 집필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도서 편집자들과 함께 의논하며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또한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려고 시간을 보냈다.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 집필은 나에게 행복을 안겨준다. 하지만 글을 쓰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진 않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문장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저서가 나온 후 독자가 나에게 해당 책이 얼마나 직장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는지 이야기한다고 하자. 이때 나는 기쁨을 느낀다. 고된 집필의 시간과 나의 노력이 가치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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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기쁨이 가득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멘로 이노베이션을 공동 설립했다던데.

▷그렇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새로 시작한 사업을 약 20년 동안 이끌어가는 것이다. (멘로 이노베이션 역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정기적으로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는 나와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직원과 고객의) 삶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기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멘로 이노베이션은 내가 꿈꿔왔던 회사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멘로 이노베이션을 공동 설립했기에 내 인생은 더 축복받았다. 커리어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이전에는 멘로 이노베이션과 같이 기쁨을 주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실현하기 힘든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멘로 이노베이션의 `기쁨을 주는 리더`가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가.

▷첫 번째는 내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내가 꿈꿔온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는 나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과는 다른 리더가 돼야 했다. 이를 위해 나는 다시 학생이 돼야 했다. `학생`인 나의 선생님은 작가들이었다. 나는 수많은 책을 읽었다. 작가들의 책은 나를 가르치고, 내가 어떻게 더 나은 리더, 사람, 남편, 아버지, 이웃,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를 꿈꾸게 했다.

 기쁨을 주는 리더가 되는 여정에는 시간, 인내심, 겸손함이 요구된다. 정기적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내가 쉽게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또한,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내가 갖춰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나의 자존심을 놓아줘야 했다.

―최근 멘로 이노베이션에서 기쁨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멘로 이노베이션은 힘든 시기를 겪었다. 사업은 힘들었고, 모든 신규 매출은 값진 `승리`였다. 우리 회사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있었고, 내부 어려움 때문에 이 중 일부는 더 많은 보수를 주는 타사들에 스카우트됐다. 우리에게는 상처를 안긴 경험이다. 훌륭한 인재를 붙잡고 싶었지만 모든 사람의 급여를 인상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기에 그들을 보내줘야 했다.

 다른 회사로 간 인재 중 일부는 회사를 떠날 때 울었다. 멘로 이노베이션에서 일했던 시절을 그리워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서 제안한 보수는 뿌리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멘로 이노베이션에 남은 사람들은 걱정하고 두려워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우리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팀으로서 뭉치고, 매출을 늘리려 열심히 일하고, 떠난 직원들의 자리를 대신해줄 새로운 인재를 영입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나와 공동창업자 제임스는 전 직원을 불러모아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직원들은 현 상황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듣고 매우 행복해했다.

 감사를 표한 이후 나와 제임스는 급여 체제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전 직원의 보수는 크게 인상됐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나와 제임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인상은 직원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멘로 이노베이션의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일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때 나는 기쁨을 느꼈다.

―기쁨을 주는 직장이 되는 것만큼 기쁨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멘로 이노베이션에서 기쁨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기쁨을 유지하는 데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치, 목표, 기쁨에 대해 상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다. 좋은 리더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기억했다가 해당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저서에서 언급했듯이 `이야기는 마음부터 정신까지 사람들을 연결한다`. 멘로 이노베이션에서도 이 방법을 쓴다. 우리는 성공과 실패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반복적으로 직원들에게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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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기쁨이 아닌 두려움을 안기는 것이 직원 성과를 끌어내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두려움은 효과가 없다. 단 한 번도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매년 성과가 가장 낮은 직원 10%를 해고하는 회사들을 한번 보자.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는 이런 정책으로 10년 동안 그저 그런 성과를 달성했다.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리더십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사람들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게 만든다. 기회가 될 때마다 직장 동료들을 깎아내리려 할 것이다. 이런 행동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리더십 아래에서 직원들은 성과를 개선할 때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고 리더가 생각하게 만들 때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팀워크를 생성하지 않는다. 팀원들 간 불화만 조성할 뿐이다. 둘째, 두려움은 창의성, 혁신, 상상력, 발명 등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 부분을 비활성화하게 만든다. 모든 기업은 되도록 많은 직원의 창의성, 혁신, 상상력 등이 필요하다.

―멘로 이노베이션에 기쁨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힘든 일은 없었나.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멘로 이노베이션은 힘든 여정을 걷고 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말이다.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멘로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고난의 길을 걷는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타인은 우리 회사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리가 주장해왔던 일이 `정답`이 돼버린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실험을 하라!`는 것이다. 멘로 이노베이션 리더들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당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회의는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을 하고, 실수를 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시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리더가 끊임없이 회의에서 말만 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실제 행동을 하기에 이는 직원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최고기쁨책임자`는 멘로 이노베이션에 실제로 있는 직함이 아니다. `최고기쁨책임자`직을 새로 만들 계획이 있는지.

▷없다. 멘로 이노베이션은 `최고기쁨책임자`라는 공식 직함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직책을 맡아서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다.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특정한 사람의 책임이 돼선 안 된다. 그보다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갖춰야 할 마인드다. 사람들은 삶에 기쁨이 있길 바란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말이다. 이 때문에 기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실제 `최고기쁨책임자`라는 공식 직함이 있는 회사가 있다면.

▷아직까지 내가 아는 회사는 없다. 내 저서가 인기가 있어진다면 해당 직함을 만드는 회사가 생길지 모르겠다(웃음).

―기쁨이 있는 조직에 대해 다른 회사 리더들이 당신에게 많은 질문을 할 것 같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무엇인가.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은 `기쁨이 있는 조직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기쁨이 있는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창업을 하기 전 다녔던 직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다른 계획이 필요했다. 이를 깨닫고 나서 나는 멘로 이노베이션 설립을 생각하게 됐다.

▶▶ 리처드 셰리던 멘로 이노베이션 CEO는…

리처드 셰리던은 13살 때부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1973년 미국 미시간주 클린턴 타운십을 기반으로 한 머콤 교육구(Macomb Intermediate School District)의 이메일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맡으면서 프로그래머로 처음 일하기 시작했다. 1980년 미시간대학교 컴퓨터 사이언스 학사, 1982년 동 대학의 컴퓨터 엔지니어링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미시간주 앤아버에 있는 다양한 기술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인터페이스 시스템스 재직 중에 더 이상 일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 그는 `기쁨`이 있는 직장에 대한 열망을 키워 갔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이후 실직하게 된 그는 2001년 소프트웨어 회사 멘로 이노베이션을 공동 설립했다. 멘로 이노베이션이란 회사명은 에디슨의 멘로 파크 연구소에서 비롯됐다. 셰리던은 현재 멘로 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이자 최고이야기책임자(Chief Storyteller)로 재직 중이다. 2013년 첫 저서 `Joy, Inc.: How We Built a Workplace People Love`를 출간했고 최근 두 번째 저서 `Chief Joy Officer: How Great Leaders Elevate Human Energy and Eliminate Fear`를 발간했다.

[윤선영 연구원 sunjen1530@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