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美 경제 급속 냉각 우려..'0%'대 성장 추락 전망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9.01.09. 06:20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2019년 올해 세계 경제는 희망보다는 '경제침체'(recession)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침체의 진앙지는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으로 지목된다. 미국발 금리인상,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이에 따르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미국 경제를 살펴보면 FRB(연방준비제도)는 2014년 10월 양적 완화 종료 이후 제로 금리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2.5%수준까지 인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RB를 향해 '미친 짓'이라며 비난했던 금리 인상이 올해도 지속될 경우, 지난해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미국 경제가 올해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은 수개월 전부터 지적됐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반기 2.4%에서 2.0%(연율)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고, 하반기 성장률은 2%에도 못 미치는 1.8%(연율)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간스탠리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1.7%(연율) 수준으로 하락하고 특히 하반기부터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돼 3분기에는 1.0%(연율) 수준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율 기준 1.0%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단순 성장률 기준으로 0.24%~0.26%에 불과한 매우 저조한 성장률 수치다. 한마디로 0%대 성장으로 추락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난달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가 부진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관련기사: "호황이라던 미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설 나올 만큼 불안)
이처럼 2019년 미국 경제 둔화 또는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최근 FRB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 12월 금리인상 이후 FRB는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지난 9월에 제시한 3회에서 2회로 하향조정했고, 2020년에는 1회 전망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FRB의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의 1.6회에서 1.2회로 하향조정했고, 2020년에는 오히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향후 미국 경기 확장에 대한 확신이 사그러들면서 올해 FR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제롬 파월 FRB 의장은 지난 4일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를 보면서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해 FRB가 사실상 올해 미국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중국 경제 역시 미국만큼이나 불안하다. IMF와 OECD에 따르면 2017년 6.9%에 달했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6%로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6.2~6.3%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심화되면서 투자 위축이 심화되고 민영기업의 자금난, 그리고 부채 위험에 대한 경고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의 첨단 IT 산업을 선도하는 ZTE와 화웨이(Huawei)가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명목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게되자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 금융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대비 24.6% 급락해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으로만 따져도 1년간 약 2조4000억달러(2680조원)가 날아간 셈이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로 대응한 결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6.9위안을 상회하는 등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본유출도 심화돼 한때 4조 달러에 육박했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2월말 기준 3조617억달러로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다만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달았던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90일간 관세조치가 유예됐고, 또 지난 7일부터 베이징에서 통상 협상이 진행되면서 조만간 타결 기미가 보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너무나 첨예한 사안인지라 휴전 시한인 3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에 이르게 될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만약 3월 초까지 미중간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타결에 이르지 못할 경우 관세 전쟁 발발로 미중 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해 JP모간은 미국이 2000억달러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실시하고 중국이 보복할 경우, 무역 축소와 투자 및 소비 충격 등으로 중국의 GDP 성장률이 최대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무역적자 해소 및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이슈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 편에서는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하는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즉, 미중 무역전쟁은 협상에 실패하던 성공하던 관계없이 중국 경제에 있어서 커다란 악재인 셈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 요인은 산적해 있다. 지난해 12월 양적완화를 종료한 유로존은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우려와 이탈리아의 재정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올해 경제 전망은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특히 IMF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EU지역 GDP가 1.5%~1.6%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올해 영국 GDP가 최대 8%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영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노딜 브렉시트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지난해 성장률이 1.0%안팎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는 재정건전성 문제와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 그리고 소비세 인상 등의 여파로 성장률은 다시 0%대로 고꾸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미중 통상마찰에 따르는 교역량 감소와 함께 유가 하락 및 정정 불안까지 겹치면서 일부 국가들은 이미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 침체를 넘어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글로벌 경제는 미국, 중국, 선진국, 신흥국 모두 불안 요인들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2019년 글로벌 경제침체(recession)는 단순한 우려나 걱정을 넘어서 이제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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