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값을 주가처럼..'아파트값 주간통계'가 투기 부추긴다
못 믿을 부동산지표
① 집값 주간 변동률
감정원 주간동향, 실거래가와 비교
서울 10번 오르고 8번 떨어졌는데
주간지수는 2번만 하락 표시 '상반'
표본수 7400개로 전국 집값 발표
신뢰 못 주고 시장 혼란만 부추겨
[한겨레]
지난 6월 정부 안팎에선 집값이 안정적인데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는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가 쓰였다. 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안정적인 양상이었고, 특히 강남 4구의 경우 4월9일부터 7월9일까지 1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정부가 7월6일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은 시가 17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의 보유세가 5만원 오르는 데 그치는 수준에서 나왔다. 이후 서울 집값은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달가량 시차를 두고 고시된 국토교통부의 월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로 보면, 상황 판단이 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거래된 주택 가격을 취합해 월별(계약월 기준)로 발표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강남 4구가 6월에 전달보다 1.27%나 상승하는 등 이미 과열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정확한 집값 동향 통계가 정책 결정 과정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6월에 매물 잠김에 따른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시세 동향 자료만으로는 정부가 이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부의 실거래가 원데이터(계약체결일 기준)를 확보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실거래가 지수와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주간동향)은 빈번하게 서로 엇갈린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2016년 2주차(1월4일 기준)부터 20주차(5월9일 기준)까지 넉달간의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의 경우 16주차(4월11일)와 17주차(4월18일)에 실거래가 지수가 전주보다 각각 0.33%, 0.04% 하락했지만,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은 외려 같은 기간에 각각 0.05% 올랐다.
연구소는 해당 기간 서울에서만 모두 5차례나 다른 경향성으로 두 지표가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주 대비 실거래가 지수 변동률이 분석 기간에 10차례 오르고 8차례 내리는 등 등락을 거듭한 반면, 주간동향은 2차례만 떨어지고 나머지는 유지 또는 상승 흐름이었다. 경기 지역에서도 실거래가와 주간동향의 상승·하락세가 3차례 거꾸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비수도권 지역에선 이런 엇박자가 더 빈번했다. 연구소는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이 얼마나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검증하려고, 2016년 한국감정원 주간동향 변동률의 기준점이 되는 2015년 6월28~29일 계약이 체결된 전국 아파트 4420건의 가격지수를 100으로 정한 뒤 분석에 나섰다.
한국감정원은 2012년부터 매주 아파트의 매매가격 동향을 발표해왔다. 주간동향의 표본 수는 전체 아파트 1038만호의 0.07%인 7400개에 불과하지만, 매주 176개 시·군·구별로 세분화해 발표하고 있다. 표본이 3만5천가구인 통계청 고용동향은 월간 단위로 발표하고, 표본 대표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전국 단위로만 집계할 뿐 지역별 통계는 발표하지 않는다.
연구소는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이 조사 대상이 되는 표본이 매우 제한됨에도 지역별로 세분화해 주간 단위의 짧은 주기로 발표해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오히려 주택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택은 주식처럼 빈번하게 사고팔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간 단위처럼 짧은 주기의 동향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더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은 실제 거래되지 않은 표본주택에 대해서는 호가나 인근 주택의 유사거래 사례를 활용해 가상의 가격을 매기고, 실제 거래됐다 하더라도 신고된 실거래 가격이 아닌 협력 부동산 중개 사무소가 알려주는 거래 정보에 따라 통계가 가공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실거래가 신고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야 하고,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앞으로는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는 해당 기간 어떤 주택이 거래됐느냐에 따라 변동이 발생하는 반면, 주간동향은 매주 7400개 표본주택의 시세를 조사해 발표하기 때문에 시세 흐름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표본 수가 적더라도 국제적인 권고(제번스 지수 작성 방식)에 따라 통계를 생산하고 있어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도시연구소는 “실제 표본주택이 어디인지, 실거래가 없을 때 유사거래 사례나 호가를 어떻게 활용해 어떻게 가격을 매기는지 등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깜깜이 통계가 생산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 어느 나라도 호가에 의존한 주간 단위 동향을 국가가 발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택 시세를 매주 속보성으로 발표함에 따라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현 정부 주택정책 방향은 ‘주택은 살 것(매매)이 아니라 살 곳(주거)’이라는 건데, 주간동향은 주택 가격을 마치 주가처럼 변동을 파악하게 하고, 주택이 삶의 터전보다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게 하는 데 공공이 주도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매주 발표되는 주택 시세에 따라 사람들이 일희일비하게 되면서 불필요하게 시장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간동향에 한계가 있지만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참고지표로서 정부로서는 주간 시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고, 민간에서 주간 단위 통계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공공에서 주간 통계가 없을 경우 소비자들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만일 정부가 정책적으로 필요할 경우엔 내부적으로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 될 일이다. 민간에서 주간 단위의 지표를 만든다고 해서 공공기관까지 나서서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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