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양전지ㆍ모듈 가성비에 밀려
국산 모듈 와트당 430원인데
중국산 380원으로 50원 저렴
발전 사업주들 중국산 더 선호
#2. 중국의 밀어내기와 무역장벽
중국 정부, 경쟁력 강화 구조조정
재고 넘쳐 가격 갈수록 곤두박질
미국ㆍ인도는 최고 30% 관세 매겨
지난 7월 중국 충칭시의 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근로자들이 태양광 패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충칭=로이터·연합뉴스
연 매출 500억원 안팎인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ㆍ설치업체가 최근 두 차례나 최종 계약 직전에 퇴짜를 맞았다. 1㎿(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사업주들과 가계약을 맺고 인허가 등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정작 계약을 할 때가 되자 그들은 “태양광 모듈 가격을 중국 제품 수준으로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말에 두 사업주 모두 등을 돌렸다. 결국 이들은 중국 제조사의 한국 지사를 통해 중국산 모듈을 구해 발전단지를 지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사업주들이 대개 은행 대출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에 매우 민감하다”며 “사후관리(AS)가 취약하지만 발전효율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국내 제품보다 더 저렴해 중국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울상을 지었다. 현재 국내 기업의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당 430원 안팎이다. 반면 중국 제품은 380원 정도다. 태양광 모듈이 와트당 50원 싸면 1㎿ 발전단지 건설비용(약 12억원 안팎)에서 5,000만원이 줄어든다. 설비 용량이 커질수록 더 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국내외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점유율이 한국을 앞설 수밖에 없다.
가성비 앞세운 ‘태양광 굴기’
전 세계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산업이 미래 유망 수익원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의 ‘7대 전략적 신성장산업’ 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의 약진으로 제품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어서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신속한 지원 없이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태양광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급격히 향상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지난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태양광 분야 최신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수준(2015년 기준)은 최고기술보유국인 미국 대비 89.0%였다. 미국에 이어 일본(99.6%), EU(98.5%), 한국(89.0%), 중국(82.7%) 순이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태양전지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태양전지 제조회사 300여 곳 중 15~20곳의 기술력은 이제 국내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태양광발전 수요처인 중국은 자국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기술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폴리실리콘 생산용량 전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든 중국 기업 수는 2011년 4곳에서 지난해 6개로 늘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를 만드는 기초 재료다. 태양전지를 모아 놓은 판인 모듈의 생산용량 역시 전 세계 상위 10곳 중 9개 회사가 중국 기업(지난해 기준ㆍ2012년엔 8곳)이다. 국내 중견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그만큼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은 무시 못 할 요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태양광 발전 주요 부문별 세계 상위 10개 회사_김경진기자
중국 기업의 재고 밀어내기에 직격탄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이 지난 6월 내놓은 태양광 제도 개편방안은 중국 제품의 가성비에 고전하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 또 다른 시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를 줄여 경쟁력 없는 자국 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 개편안의 골자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줄면서 태양광 제품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당장 6월 말 태양전지 가격은 5월 최고 가격보다 34% 급락했다. 연초 17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폴리실리콘은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 정부의 개편안 발표 이후 사상 최저가격(1㎏당 10.91달러ㆍ8월 첫째 주)까지 찍었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부문은 올해 2분기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OCI에서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베이직케미칼의 영업이익도 41.7% 급감(1분기 360억원→2분기 210억원)했다. OCI는 주력인 폴리실리콘의 60~70%를 중국에 수출한다.
날로 높아지는 무역장벽은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 2ㆍ3위인 미국과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 등의 목적으로 수입 태양전지와 모듈에 대해 추가 관세(미국은 향후 4년간 15~30%ㆍ인도는 2년간 15~25%)를 매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흥 시장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단 점이다. 강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수시장 감소와 미국ㆍ인도의 무역장벽으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남는 재고를 저가로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액 감소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태양광 발전 누적 설치 상위 국가_김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