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마모된 타이어에선 어떤 변화가 벌어질까?
입력 2018.07.23 08:42 수정 2018.07.23 09:38 댓글 2개
-마른 노면 제동, 연료효율 개선되기도
-젖은 노면 제동거리 늘어나
도로 위 타이어는 거친 환경 속에 놓여있다. 특히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장마철 빗 길과 무더위에 달아오른 도로, 꽁꽁 언 빙판 길을 달려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회사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서 접할 수 있는 타이어 성능 정보는 창고 안에 안전하게 보관된 새 타이어 정보일 뿐이다. 타이어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래디얼 타이어는 튜브 역할을 하는 이너라이너, 골격에 해당하는 카카스, 카카스와 트레드 사이에서 보강대 역할을 하는 벨트, 노면과 직접 닿는 트레드, 바퀴와 타이어를 연결하는 비드, 차와 타이어를 지지하는 사이드월과 숄더 등으로 구성된다, 원료 역시 다양하다. 천연고무는 물론 부틸이나 폴리이소프렌 계통의 합성고무, 각종 섬유와 철심도 사용한다.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은 타이어를 만드는 데 200가지 이상 원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타이어는 소모품이다. 신발과 마찬가지로 주행 중 마모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단순히 트레드가 닳는다는 사실만으로 마모된 타이어의 성능 변화를 설명하긴 어렵다. 적용된 기술과 구조가 복잡한 만큼 달리는 타이어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여러 층위로 구분된다.
-타이어, 쓸수록 연료 효율은 좋아져
타이어가 자동차 연료효율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유럽이 2012년 11월,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해 12월부터 타이어 효율등급 표시제를 시행하는 배경이다. 타이어의 회전저항 등급을 표시해 보다 고효율 타이어를 만들고 소비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타이어 크기와 차종, 주행조건 등에 따라 차이는 크지만 일반적으로 주행 중 타이어로 인한 자동차 연료소비는 전체의 2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타이어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자동차 연료효율이 좋아진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마모에 의한 무게 중량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전문가들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열과 에너지의 소비 관계에 주목한다. 차가 달리는 동안 타이어 모양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새 타이어일수록 트레드가 더 깊어 패턴을 이루는 블록의 변형도 많다. 타이어 형태가 변하면서 운동에너지가 열로 변환되는 것이기에 전문가들은 '타이어의 열이 차의 연료를 흡수한다'고 표현한다.
마모된 타이어는 새 타이어보다 트레드가 닳아있는 상태다. 즉, 트레드 변형도 적다는 이야기다. 그 만큼 열 발생도 적어 폐열로 인한 연료손실을 줄일 수 있다. 제조사마다 실험 결과에 차이는 있지만 사용 한계에 이른 타이어가 새 타이어보다 연료 효율 면에선 20% 개선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전해진다.
-마른 노면 제동력 '헌 타이어' 승리
-젖은 노면 제동성, 마모될수록 떨어져
타이어의 제동성능은 차에 갓 장착됐을 때보다 도로 위를 달리며 점점 더 좋아진다. 일반 도로에선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더 안전해진다는 의미다. 마모한계선 이상까지 타이어가 닳았거나 흠집이나 펑처가 난 상황이 아니라면 트레드 마모가 제동 거리를 줄여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레이싱용 타이어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승용타이어와 달리 레이싱용 타이어는 도로와 닿는 부분이 매끈하다. 물론 레이싱용 타이어도 젖은 노면용 타이어는 트레드 패턴이 새겨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더 빠르게 달리고, 더 잘 멈추려면 트레드에 새겨진 무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타이어 표면에 새겨진 트레드는 마찰계수를 높이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소음을 줄이거나 조향 성능을 높이는 등 타이어 쓰임새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젖은 노면에서 트레드는 '물길' 역할을 한다. 노면과 타이어 사이의 물을 신속하게 배출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배수성이 떨어지면 타이어가 의도한 만큼 제동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흔히 여름철 교통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수막현상'은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의 막이 형성돼 제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마모된 타이어는 트레드 깊이가 얕아지고 패턴도 흐려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선 제작사가 의도한 제동성능이 발휘되기 어렵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특성 상 제동거리가 수 m만 길어져도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중대한 차이로 작용한다.
-조향성능은 마모된 타이어가 우위 점할 수 있어
-승차감, 소음 등은 사용할수록 떨어지는 게 일반적
타이어 개발 전문가들은 종종 마모된 타이어가 새 타이어보다 조향 성능이 더 좋다는 점을 발견한다고 전했다. 개발 단계에서 의도한 조향 성능이 나오지 않을 경우 트레드를 깎아 성능 차이를 비교해보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반면 승차감이나 소음 등은 새 타이어가 비교우위를 띄는 게 일반적이다. 주행 중 마모상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외부충격을 흡수하고,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을 억제하는 성능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제원표 상 신제품의 성능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차이들이 존재한다"며 "타이어가 마모될수록 성능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부분인 만큼 연구 개발단계부터 다양한 실험을 거친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성능의 경우 마모된 타이어가 우위를 점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한계 마모선 이상 사용하기 전에 교체해야 안전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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