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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고공지지율 떠받치는 '4개의 기둥'

ngo2002 2018. 5. 8. 17:07

문재인 정부 1년, 고공지지율 떠받치는 '4개의 기둥'

입력 2018.05.08. 16:16 수정 2018.05.08. 16:36

86.3% 등 취임 1년 지지율 역대 최고
① 성공적 남북 정상회담 '80% 벽' 뚫어
② 촛불혁명 뒤 역전된 보수.진보 지형
③ 소통.겸손.안정감..문 대통령 '개인기'
④ 신뢰감 주지못한 보수야당의 지리멸렬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86.3%(코리아리서치), 86.1%(한국사회여론연구소), 85.7%(한길리서치), 83%(한국갤럽), 77.4%(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시간의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취임 1년 지지도는 역대 최고다. 취임 초 정점을 찍은 뒤 낙하하는 패턴을 문 대통령이 깨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돌파한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정상회담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포인트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연초만 해도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평화 국면으로 돌려놨다”며 “남북정상회담 이슈가 최근 지지도 상승에 매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북쪽으로 ‘깜짝 월경’한 뒤 다시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도는 남북정상회담 전에도 내내 70%대 안팎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2월1주(63%·한국갤럽 주간조사 기준)는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다. 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70%대로 올라섰다. 문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율 ‘비결’은 촛불혁명 이후 변화된 한국 사회의 보수, 진보 지형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에 한 한국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2016년 26.2%에서 21%로 줄어든 반면, 진보라고 답한 사람은 26.1%에서 30.6%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통상 보수가 진보보다 5~10% 많은 지형이 역전된 것이다.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촛불혁명 이후) 다수 시민들은 ‘우리가 세운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통과 적폐청산, 남북관계 개선 등을 국정 운영의 축으로 삼아 폭넓은 지지를 얻어냈다는 해석도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적폐 청산 등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이 기대한 쪽으로 개혁 의제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개인기’도 지지율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라고 분석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높은 지지율 안에는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분명히 들어있다”며 “문 대통령은 권위가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국민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민들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끌어안고, 8월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추모사를 읽은 뒤 단상을 내려오던 김소형씨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 고 김재평씨는 1980년 5월18일 태어난 딸의 출생 소식을 듣고 근무지였던 완도를 떠나 광주로 달려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김씨의 묘소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유족에게 “이제 잘 사실 일만 남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렸다”고 답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 대통령의 스타일은 보수층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덜 거부감을 준다는 분석이 있다. 이은영 소장은 “김 전 대통령은 호남, 빨갱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진보 이미지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은 겸손함이나 신중함, 안정감이 가미되면서 훨씬 더 이미지가 온건하다. 보수도 지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갤럽의 5월 첫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6%,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40%,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의 70%가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허진재 이사는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일정부분 감성에 기반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와 능력을 증명하면서 지지율이 더욱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들의 지리멸렬함을 지적하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대표는 “정권 평가는 상대적이다. 야당에 매력적인 대안이나 주장이 있으면 정권의 작은 패착에도 쉽게 지지를 바꾼다”면서 “그러나 야당엔 그럴 만한 대안이나 지도자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집권 1년이 넘어가고, 지방선거 등이 있으면 정부의 성과에 관한 논쟁이 본격화하는데 남북 문제는 모든 것을 덮을 만큼 큰 이슈”라며 “올해까지는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제 민생 정책은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김춘석 이사는 “일자리 문제나 부동산 등을 포함한 경제, 민생 분야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실적이 나타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내부 분열 조짐이 보이면 지지도가 크게 요동쳤다”며 “당청 엇박자나 정책 혼선 등이 노출되면 이 역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