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센테나리안.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장수는 분명 축복이지만 건강 없이는 재앙이다. 강건한 마디(관절)와 음식물을 소화·배출하는 장기, 혈관 등 모든 기관과 정신이 건강해야만 행복한 노화를 맞이할 수 있다. 함께 공부하는 14명의 한의사와 함께 행노화(幸老化)의 방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위순상쟁(違順相爭)
105세까지 산 '평생 의사' 히노하라 박사의 건강법
복와위 수면법, 스쿼트 운동 등으로 건강 유지
시위심병(是爲心病)
“어기고 순함이 서로 다투면
이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
중국에 불법을 전한 달마대사의 법맥을 이은 3祖 승찬(僧璨) 스님은 신심명(信心銘)에서 이런 선시를 남겼습니다. 나에게 맞는 것과 나에게 거슬리는 것이 서로 다투면 마음의 병이 된다는 뜻입니다.
내게 맞는 것과 거슬리는 것은 모두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나이가 들어 다니던 직장을 떠난 후에도 과거의 기억을 붙들고 있다면 그것도 집착입니다. 집착은 마음의 병을 낳고, 마음의 병은 몸을 상하게 합니다. 반대로 집착을 놓아버린 삶은 자유롭고 이타(利他)적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우리 은퇴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돈·명예 집착 버린 히노하라 박사
얼마 전 105세(1911년생)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명예나 부에 대한 집착을 던져버리고 인생 후반기를 충실하게 살다간 인물로 대중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에 서양의학을 본격 도입한 1인자로 불리는 히노하라 박사는 성 로카(路加)국제병원 명예원장을 지냈고, 평생 현역의사로서 의료봉사와 사회봉사 활동으로 의미 있는 말년을 보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일본에서 ‘이지메(집단 괴롭힘)’ ‘자살’ 등의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자 99세의 나이에 ‘살아있는 것만으로 100점 만점’이란 책을 저술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전국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하는 강연으로 사회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히노하라 박사가 집착을 버리고 봉사하며 살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본 공산주의 과격단체 적군파가 민간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하여 북한으로 망명하려할 때 히노하라 박사도 인질로 붙잡혀 있다가 김포공항에 착륙하여 풀려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히노하라 박사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집착을 버리고 이타의 삶을 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히노하라 박사는 쉬어도 벌써 쉬어야 할 나이인데도 ‘평생현역’으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는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삶의 보람’이 없으면 인생은 끝이다.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안 된다. 오늘 기대를 안고 있으면 내일 아침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다.”
그는 평생현역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에 따라 생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10년의 스케줄을 적어놓은 ‘10년 수첩’입니다.
히노하라 박사는 이 수첩에 대해 “식사 약속 같은 것은 ‘appointment(업무상의 약속)’라고 한다. 내가 수첩에 적는 것은 ‘commitment(신과의 약속)’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써놓은 미션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번 뿐인 삶을 수행하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게 히노하라 박사의 지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평생 소식(小食)과 꾸준한 운동을 실천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