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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325km 韓中 해저터널, 정말 뚫릴까

ngo2002 2018. 3. 21. 08:16

세계 최대 325km 韓中 해저터널, 정말 뚫릴까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3.21. 06:31

“한국 서해안 도시와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해저터널을 통해 열차와 선박으로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통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지난 19일 충남 천안시청에서 열린 ‘한중 해저터널 국제 세미나’에 초청 연사로 참석한 리시광 칭화대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한반도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도로와 철도로 연결돼 슈퍼 동북아 경제권 중심에 서야 한다”고 했다. 리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사상인 ‘중국몽(夢)’과 ‘일대일로’를 제안한 중국 문화소프트파워 발전 전략 책임자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한중 해저터널’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실제 ‘한중 해저터널’ 사업을 중국 고위급 인사가 언급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방 선거를 앞둔 충청도 정치권에서는 이미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준공한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을 건설할 때 SK건설이 사용했던 세대 최대 규모 TBM(tunnel boring machine) 장비. 단면지름 13.7m, 총길이 120m, 무게 3300t 규모로 SK건설은 이 장비를 이용해 하루에 7m씩 터널을 팠다. /SK건설 제공


■충청권 핵심 이슈로 떠오른 ‘한중 해저터널’

한중 해저터널 구상은 한일 해저터널 구상과 함께 이미 10여년 전부터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현재는 충청권이 더 적극적이다. 국가간 해저터널 구상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초기에는 현실성 없는 황당한 주장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글로벌 경제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한중 해저터널 건설 구상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충청권 지방 선거에선 한중 해저터널이 이미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복기왕 전 아산시장(더불어민주당)은 올 초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중 해저터널 공식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후보 출마를 포기했지만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한중 해저터널은 지방자치단체 수준이 아닌 국가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제시됐던 한중 해저터널 노선안. /김상환 호서대 교수 제공


충청권은 한중 해저터널을 뚫는다면 자동차와 철도를 이용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멀리 유럽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충남 서해안 지역이 한국측 시발점이 된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한중 해저터널의 한국측 시발점으로는 경기도 평택이나 인천 옹진군이 검토됐다.

윤권종 선문대 교수는 “한중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한국이 새로운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해저터널 최적 노선으로 한국과 중국의 최단거리인 충남 서산시 대산항에서 중국 웨이하이시 구간 325㎞를 제안했다. 전체 사업 예산은 122조원으로 추산됐다. 현재로서는 구상 차원에 불과하지만 사업이 현실화만 된다면 국내는 물론 한중간 물류 지도가 바뀌고 충청 서해안 지역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침매터널 방식으로 건설한 거가대교의 해저터널 구간. /조선DB

■“기술적으론 가능…한국 기업도 기술력 보유”

그렇다면 한중 해저터널 건설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쉴드 TBM(Tunnel Boring Machine·터널 보링 머신) 공법’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쉴드TBM공법은 거대한 원통형 드릴을 이용해 터널을 뚫는 방식이다. 과거 화약을 이용한 발파와 굴착을 활용한 방식보다 시공 속도가 빠르고 안전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국내외에서 해저터널 건설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해 말 SK건설은 터키 수도 이스탄불을 동서로 나누는 보스포루스해협 해저를 뚫어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을 완공했다. SK건설은 당시 TBM 공법을 이용해 하루 7m씩 터널을 뚫었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총 길이 5.4㎞ 복층 터널로 육지 접속 도로까지 포함하면 14.6㎞에 달한다.

한중 해저터널 구상에서 등장한 서해 인공섬 조감도. /김상환 호서대 교수 제공


공사비는 12억4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가 들었다. SK건설은 무게 3300t짜리 세계 최대 규모의 TBM을 투입해 48개월만에 공사를 마쳤다. SK건설 관계자는 “한국 서해안과 중국 산둥반도까지 300㎞가 넘지만 기술적으로는 해저터널 길이가 10㎞이든, 300㎞이든 큰 차이는 없다”며 “공사비 측면에선 길수록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1994년 개통한 영불 해저터널이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 해저 50.5㎞를 연결했다. 이 중 해저터널 구간은 38㎞다. 평균 수심 50m 아래 터널을 뚫었다. 공사 기간은 3년 7개월.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대우건설이 거가대교를 건설하면서 3.7㎞ 구간을 ‘침매터널’ 방식으로 지었다. 침매터널은 지상에서 만든 터널 조각을 바다 아래에 투입해 연결하는 방식의 해저터널 건설 공법이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내부에서 차량을 이용해 건설 장비를 옮기고 있다. /SK건설 제공


■경제성은 여전히 논란…對中 교역량이 변수

중앙정부는 한중 해저터널에 대해 미지근한 입장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교통연구원에 의뢰해 한중 해저터널과 한일 해저터널 건설 타당성 검토를 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선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탓에 비용편익비(B/C)가 타당성 수준인 0.8에 크게 못 미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비용편익비가 1 이하로 나오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중 교역량이 급증한다면 경제성 분석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불 해저터널 운영사인 ‘유로터널’은 해저터널 개통 후 수년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개통 20주년인 2014년엔 매출이 10억 유로(당시 환율로 1조4260억원), 순익이 1억100만 유로(1440억원)으로 완벽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중 해저터널 건설은 지자체에서 관심이 높지만 실제 추진한다면 정부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아시아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고 한중 교역량이 늘어날수록 경제적 타당성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집권 시스템을 갖춘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는 점도 한중 해저터널 사업 추진에는 유리한 국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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