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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친하면 안 되는 이유

ngo2002 2018. 2. 11. 12:09

소금과 친하면 안 되는 이유

글 조홍근(내과 전문의) 입력 2018.02.11. 10:00


조홍근의 푸드테라피

소금의 문명사

소금은 사람과 동물의 생존에 절대 필요한 물질로 역사가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 유목민은 소금을 따로 먹지 않았는데, 우유나 구운 고기를 통해 같이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류와 채소 또는 고기를 끓여 먹을 때는 소금을 따로 보충해야 한다. 음식에 소금을 첨가해서 먹는 방법은 인류가 유목에서 농경사회로 이행되는 문명화 단계에 발생한 식사 습관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셈족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곡류와 소금을 함께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소금은 변치 않는 신뢰와 우정 또는 명예의 상징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salt’라는 단어는 아랍과 서양에서 명예, 존경 또는 신용을 표현하는 관용어로 쓰여왔다. 아랍 사람들은 계약이 성사되면 신뢰와 우호의 의미로 ‘우리 사이에 소금이 있다’는 말을 관용적으로 썼다고 한다. 현대 페르시아말로 namak haram(untrue to salt)은 ‘불충’, ‘배은망덕’을 의미한다. 영어에는 존경스러운 사람을 ‘세상의 소금(salt of the earth)’이라고 하는데, 다 소금을 귀하게 여기던 시대에 나온 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를 소금과 교환했다. 그 자취가 ‘He is not worth his salt(그는 밥값을 못한다)’라는 영어 표현에 남아 있다. 로마시대에는 군인들에게 매일 소금 한 줌씩을 배급해주었다가, 나중에는 소금을 직접 배급하지 않고 소금을 살 수 있는 돈을 주었는데 이 돈을 ‘소금 화폐(salarium argentum)’라고 했다. 여기서 월급을 의미하는 ‘샐러리(salary)’라는 단어가 생겼다. 샐러드(Salad)의 ‘Sal-’도 소금을 의미한다.

소금과 음식

서구의 음식 역사에서 보면, 18세기 말에도 음식에 소금을 많이 뿌려 먹었고, 대부분 염장음식이어서 소금 섭취가 많았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냉장, 냉동, 통조림 등의 식품가공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금을 무해하다고 보던 인식 때문에 소금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가공 과정에서 소금을 무분별하게 첨가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결과 소금의 섭취량이 오히려 많이 늘었다고 한다.

냉장고가 발명된 후에도 소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음식에 첨가되었다. 소금을 치면 음식 본연의 맛도 살아나고 불편한 맛이 숨겨져 풍미가 좋아진다.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첨가하기도 하고, 보존제로 가공육류에 질산염과 함께 첨가된다. 빵의 질감을 보존하기 위해 첨가하기도 하고, 발효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치즈·도우(dough)·사워크라프트 등의 식품에도 첨가된다. 갈아 넣은 고기가 잘 뭉치도록 소시지에도 첨가한다.

대부분의 음식은 가공할수록 원재료에 든 칼륨은 줄어들고 소금(나트륨)이 많아지는데, 그 결과 직접 첨가해서 먹는 소금보다는 오히려 가공식품을 통해 들어오는 소금이 많아지게 되었다. 보통 어떤 식품의 ‘칼륨 대 나트륨’ 비율이 4 대 1 정도가 되어야 무난하다고 하는데 가공할수록 그 비율이 역전된다. 예를 들어 신선한 소고기 100g에는 칼륨 487mg과 나트륨 60mg이 들었는데, 햄버거 100g에는 칼륨 142mg과 나트륨 490mg이 포함된다. 채소도 예외가 아니다. 오이 100g에는 칼륨 160mg과 나트륨 6mg이 있는데, 오이피클 100g에는 칼륨 200mg과 나트륨 1428mg이 존재한다.

소금과 건강

소금(염화나트륨)은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원소이다. 소금에 포함된 나트륨은 혈압을 유지하게 해주고, 세포의 기능과 형태를 유지하게 해주며, 신경 전달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심장근육과 골격근이 이완되는 데도 필수적이다. 70kg 성인의 몸에는 약 105g의 나트륨이 있는데, 그중 약 30%는 뼈에 결정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어떤 이유로 혈액 내에 나트륨이 모자라면 뼈의 나트륨이 혈액으로 공급되는 안전판 구실을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나트륨 결핍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과잉 섭취가 만연해 있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혈관에 염증이 생겨 고혈압이 되기 쉽고, 신장에 과부하를 주어 신장병이 생기고,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설되면서 칼슘까지 가지고 나가 골다공증이 발생하고 비만도 쉽게 온다. 소화기 계통의 암도 관련이 깊다. 따라서 현재의 소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땀으로 나가는 양이 없다고 가정할 때 혈액 내 나트륨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나트륨 양은 하루에 고작 180mg인데 이걸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땀으로 나가는 양을 고려하여, WHO는 이상적인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g(소금 5g), 미국국립보건원은 1.5g(소금 3.8g)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하루 최대 허용치는 2.3g(소금 약 5.8g)이지만 특히 50세 이상은 1.5g 미만을 섭취하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미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4g이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약 3.9g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WHO 권장량의 두 배 가까이 먹고 있다.

소금을 줄이려면

찻숟가락 하나에 담긴 정제 소금의 나트륨 양은 2325mg으로, 이미 하루 허용량을 초과한 것이다. 찻숟가락의 3분의 2 정도가 1500mg으로 50세 이상에게 가장 이상적인 양이다. 음식에 따로 소금을 넣으면 하루 허용량을 넘기 쉽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국·찌개·면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하는 부분이 가장 많았고(31%), 다음이 가공식품 등의 부식류(26%), 그리고 김치(23%) 순이었다. 국물은 좀 남겨 두고, 면은 너무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고, 김치는 싱겁게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짠맛에 대한 탐닉은 후천적이라 소금을 줄이다보면 길들여지게 되어 있다. 또한 짠맛이 나는 대체 향미료를 쓰는 것도 대안이다. 소금의 풍미는 나트륨보다 염소가 기여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정상이라면 염화칼륨(KCl)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레몬이나 라임즙에 향신료를 섞은, 나트륨 없는 향미료도 많이 출시되는데 염화칼륨보다 더 좋은 대안이다. 미국영양사협회의 권고에 따르면, 화학조미료라는 이상한 단어로 매도되었다가 최근에 복권된 MSG도 소금의 좋은 대안이다. MSG는 ‘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글루탐산은 우리 몸에 아주 많은 아미노산이고 고기, 생선, 유제품 심지어 토마토나 버섯에도 들어 있는 감칠맛을 내는 물질이다. MSG는 음식의 풍미와 감칠맛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소금 대신 쓸 경우 20~40%의 나트륨을 절감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후각과 미각이 저하되면서 식욕이 떨어져 문제인데 MSG는 음식의 풍미를 강화시켜 노인의 식사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된다. 나트륨을 줄인 식사메뉴를 찾는다면,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www.foodsafetykorea.go.kr/main.do)에서 건강·영양정보 항목에 소개된 나트륨/당류 줄인 메뉴란을 확인하면 도움된다.

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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