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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쓰레기장에 버려진 1900억원, 왜?

ngo2002 2017. 9. 12. 11:30

日 쓰레기장에 버려진 1900억원, 왜?

독거노인 `고독사` 급증하며 숨겨둔 뭉칫돈도 같이 버려져
주인잃은 돈 매년 꾸준히 증가…상속인 못찾는 예금도 급증
일본 고령화사회의 `그늘`

  • 정욱 기자
  • 입력 : 2017.09.11 17:53:52   수정 : 2017.09.12 07: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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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와 접하고 있는 일본 이시가와현 가와시에 사는 니시다 마사코 씨(가명)는 지난달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가 잘못된 서랍장을 발견했다. 이 서랍장에서 니시다 씨가 발견한 것은 현금 다발이었다. 1만엔짜리 100장 묶음이 들어있는 봉투 20개가 나왔다. 2000만엔, 우리 돈으로 2억원이 넘는 돈이다.
니시다 씨의 경험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만 군마현에서는 4251만엔, 나가노현에선 2000만엔, 미야자키현과 미에현에서도 각각 수백만 엔의 현금 다발이 쓰레기장에서 발견됐다.

그나마 신고된 것이 이 정도여서 공개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억 원이 되는 돈을 대체 누가, 왜 버리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커져 오다 최근 일본 경찰이 군마현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쓰레기 수거 회사가 운송 과정에서 발견한 4251만엔(약 4억4300만원)은 홀로 살다가 사망한 A씨 집에서 나온 폐기물 더미에 들어 있었다. 생전에 친척들과 연락하지 않았던 A씨의 재산은 먼 친척인 B씨에게 상속됐다. A씨 집에 관심이 없던 B씨는 곧바로 집을 철거했고 이 과정에서 집 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 다발까지 쓰레기로 쓸려가게 된 것. 현금이 들어 있던 은행 봉투에 A씨 친필로 입출금 날짜 등이 적혀 있던 것을 근거로 경찰은 계좌 내역 등을 확인했고 결국 B씨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버려진 현금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NHK는 경찰백서를 인용해 현금을 주웠다며 신고된 금액이 지난해 177억엔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1년을 제외하면 일본 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 2009년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1년은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인해 예외적인 상황이란 것이 일본 경찰의 설명이다.

버려진 돈이 매년 증가하는 것은 '장롱예금'이 많은 고령층 가운데 나 홀로 살다 사망하는 '고독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이 얼마인지 또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보니 거액의 자금이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는 것.

고독사한 사람들의 유품 처리 등을 돕는 민간 단체인 '가재정리 상담창구'의 관계자는 "집 안에서 100만엔 이상 현금이 나오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장롱예금 역시 증가 추세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는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발행 1만엔권의 44%인 44조9963억엔이 장롱예금 형태로 보관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7%가량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구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상속세 비과세 규모가 줄어든 데다 국세청의 개인 보유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장롱예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독사가 늘면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5년의 경우 상속 포기로 인한 국고 귀속금액은 금융자산만 420억엔으로 10년 전에 비해 2.5배 이상 늘었다. 또 부동산은 일본 법무성이 올해 10개 시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조사에서 지방의 27%가 소유주 불명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자산은 900조엔에 달한다. 약 1경원에 달하는 자금이 상속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라서 앞으로 주인을 찾지 못하는 돈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일본 금융기관 등은 전망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도 한몫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의무화를 목표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보급에 나서고 있다. 모든 금융 자산에 꼬리표를 붙여서 과세도 제대로 하고, 누구 돈인지도 모르는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산 규모 노출을 꺼리는 고령층이 대거 자금 인출에 나서면서 오히려 장롱예금만 늘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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