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갑을 문제
![[‘김상조 공정위’에 거는 기대] (3)갑질에 단호하게, 을 가까이](http://img.khan.co.kr/news/2017/06/18/l_2017061901002273800181951.jpg)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만들고 회의를 열면 본사에서는 점주단체 임원들이 매장을 점검한다. 총회를 열겠다고 하면 본사 직원이 점주 한 명씩 얼굴을 촬영하고 녹음을 하는가 하면 매장까지 찾아와 ‘재계약 안 하실 겁니까’라고 협박을 한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만난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의 하소연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점검도 통과하는 매장이 본사 직원들만 오면 100% 떨어진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미운털이 박히면 소용없다”며 가맹점주 단체에도 교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BBQ는 폐점 가맹점 수는 줄이고 없는 가맹점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맹점 수를 속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신설·폐점 가맹점 수를 부풀리면 가맹사업을 희망하는 예비 점주가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산업박람회에서 만난 본사 측 관계자는 “제너시스 BBQ가 가맹점 수를 실제보다 좀 많이 제출한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고 말했다. 을의 절박함은 갑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공정위, 민생이 부담스러운가
“자꾸 말씀드리는데 공정위는 신고인을 보호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신고인이 피해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니고 우리는 담합 그 자체를 봅니다. 공정거래법에서 거래 상대방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은 관건이 아닙니다. 경쟁자 보호가 아니라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어서 중소기업이 피해봤다고 해도 법 위반이 안될 수도 있는 겁니다.” “지금 얘기하신 게 공정위 공식 입장 맞아요?”
2015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공정위 역할을 두고 국회의원들과 공정위 간에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신고 사건 조사기간 축소, 소송 사유로 조사 중단 금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공정위는 “신고인 보호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김기준 전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조사 중 중소기업이 망하고 수년 뒤 나온 공정위 결론은 실효성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도 공정위는 자구책을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정위 내에서는 기업 간 불공정 거래, 갑을관계에서 생기는 분쟁은 ‘민사에서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곤 했다. 한 해 공정위에 신고되는 사건의 절반 이상이 하도급·가맹·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 갑을 문제에서 불거지지만 공정위는 내심 손을 떼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갑을 문제는 대기업 사건에 비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도 공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 등에서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 ‘공감’ 없는 공정위, 존재 가치 없다
지난 8일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정부과천청사에서 소속 공무원들을 상대로 연 과천경쟁포럼에서는 ‘공정위의 갑을 문제 해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사로 나선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법적으로 공정위 역할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공정성을 찾아주는 일까지 확대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공정위 소관에서 배제하고 가급적 사적 집행에 맡기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공정위 직원들은 차가운 칼을 쥘지언정, 칼을 잡은 손은 따뜻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갑을관계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공정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거나 가맹본부의 보복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이전보다 을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도급업체의 일부 공동행위를 인정하거나 인건비 상승분을 납품단가 조정사안에 포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는 공정위의 공격적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BBQ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였으며 BBQ는 인상했던 치킨값을 원상 복귀하기로 했다. 치킨 이외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가맹 본사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치킨 다음은 어디가 될는지도 관심이다.
<시리즈 끝>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