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해외 低임금매력 상실·생산성 하락…리쇼어링 전환점 되나

ngo2002 2016. 3. 23. 08:12


멕시코 노동생산성 한국의 절반 불과
창원공장 시장상황따라 탄력운용 가능
물류비 원화값 하락에 유턴 유리해져

  • 이승훈 기자
  • 입력 : 2016.03.15 06:01:02   수정 : 2016.03.15 12:39:29

◆ 대기업 유턴 / LG전자, 해외생산물량 한국 이전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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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LG전자 직원들이 창원시 소재 창원2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트롬트윈워시 상단 드럼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가 멕시코 내 세탁기 생산 물량을 줄이고 이를 한국으로 돌리기로 한 것은 국내 제조업체에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은 값싼 인건비를 찾아 국내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1990년대에는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이 한국 생산기지 노릇을 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번 LG전자 측 결정은 국내 인건비가 비싸다고 무작정 국외로 떠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LG전자가 국외 생산 물량을 다시 국내로 돌리기로 한 것은 경남 창원 LG전자 공장 생산성이 멕시코 공장 생산비용과 물류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에서다. LG전자는 단일화 플랫폼과 모듈화 설계를 통해 세계 최고 세탁기 생산효율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창원공장은 한 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혼류 생산을 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인기가 있는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LG전자 관계자는 "멕시코 근로자 퇴근 버스 시간을 조금 늦췄더니 남아 있는 작업에 열중하기는커녕 퇴근 후 버스 출발 전까지 모든 근로자들이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하더라"며 "이런 분위기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공장 근로자 생산성이 창원 공장 근로자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LG전자 측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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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국내에서 북미 지역으로 가는 물류비용이 크게 낮아진 것도 국내 생산 규모 확대를 검토할 수 있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저유가 등으로 해운운임 지수가 크게 낮아지면서 굳이 현지 생산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수출하더라도 물류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가치도 LG전자에는 중요한 부분이다. 브라질 칠레 페루 등 남미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라도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높게 쳐준다. 현지 가전 대리점들이 '한국산'을 강조하며 웃돈을 받고 팔 정도다. 물류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실어나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이번 리쇼어링을 통해 비용 증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물류비·환율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규모가 큰 냉장고와 생산대수가 많은 TV 등은 여전히 멕시코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멕시코 세탁기 생산라인도 철수하지 않고 냉장고 등을 생산하기 위한 조립라인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급 세탁기 판매가 늘어나면서 고급 제품 생산은 국내에서 담당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도 국내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일단 멕시코 공장 세탁기 생산을 국내로 이동하는 것과 함께 다른 지역 생산 물량도 국내로 옮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성과를 본 후 국외 생산에서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규모를 더 확대할지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생산 제품에 대해서도 물류비와 생산비 등을 비교 검토해 국내 생산이 유리한 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이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을 강조하며 리쇼어링을 산업정책 중심에 두고 있다. 유턴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과 이전비용 지원, 투자 세액 공제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유턴기업=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애가 끊이지 않는다.


리쇼어링 정책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2010년부터 국외로 떠난 기업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서 미국은 요즘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BCG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미국으로 유턴한 사례는 2012년 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지난해에는 140%나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제조업이 다시 살아난 이유는 노동·에너지·금융 비융이 줄어든 데다 내수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결합된 노력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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