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시작돼 수년간 전 세계를 휩쓴 글로벌 금융위기는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으로부터 시작됐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동시에 얼어붙는 충격파를 몰고 왔다.
전 세계 금융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유럽으로 옮겨 붙으면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 위기’의 출발점이 됐다.
뉴욕을 깨운 ‘새벽의 저주’
2008년 9월 15일 뉴욕시간 새벽 2시, 미국 연방법원에는 세계 4위의 초대형 금융기업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신청이 접수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추석 연휴를 맞고 있던 한국은 리먼의 파산이 몰고 올 엄청난 충격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 채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9월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리먼 브라더스 한국지사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긴급대책을 실시해 업무를 정지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 리먼의 부채 규모는 무려 6130억 달러. 세계 17위 경제 국가인 터키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리먼 브라더스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은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이었다. 1850년 설립돼 글로벌 주식 채권 인수 및 중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사모펀드 운용, 프라이빗 뱅킹 등을 해왔다. 미국 국채 시장의 주 딜러이기도 했다. 노이버거 베르만, 오로라 론서비스, SIB모기지, 리먼브라더스 은행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었다. 한국에는 서울 소공동 한화빌딩 12층과 태평로2가 신동아빌딩 17층에 지사가 운영되고 있었다. 리먼의 파산은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일대 사건이었다. 리먼이 쓰러지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얼어붙었고, 여진은 수년간 이어졌다.
리먼 사태의 출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리먼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는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금리가 내려가자 금융회사들은 주택대출의 확대를 부추겼다. 그 결과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시장 안팎엔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전망이 형성됐다.
부동산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도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확대로 이어졌는데, 서브프라임(sub-prime)은 정상 대출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 대출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말한다. 당연히 신용도가 낮은 저신용 계층이 많이 이용하고, 담보가치에 비해 대출액이 컸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임에도 금융회사들은 “집값은 하락하지 않는다”라는 예상을 근거로 대출을 늘려나갔다.
모험이 성공을 거두자 금융사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통해 구입한 주택의 ‘저당권’을 활용해 ‘주택저당증권(MBS)’이라는 또 다른 금융상품을 만들어 냈다. MBS는 쉽게 말해 집의 저당권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미래에 받을 채권을 미리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모기지론을 대출해 준 은행이나 모기지 업체는 여러 채권을 섞기도 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조건이나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MBS는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돼 팔렸다.
끝없는 탐욕의 종말 ‘글로벌 금융위기’
전문가들은 만약 금융회사들의 끝 모를 탐욕이 MBS에서 멈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한다.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는 현금이 빨리 들어와서 좋고 MBS를 산 금융회사는 담보가 확실한 증권을 사서 이익을 낼 수 있어 심각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S조차 도박의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월가의 천재들은 MBS를 회사채 등 다른 채권과 섞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CDO가 등장하면서 종말이 시작됐다. 이 단계에 이르면서 CDO에 들어있는 각종 채권의 출처와 리스크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리스크를 우려하는 투자자조차 드물었다. 부동산이 무너질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달콤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2006년 6월 기준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렸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가 속출하면서 주택이 시장에 쏟아졌다. 게다가 높은 금리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자 주택가격 하락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급기야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싼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수많은 대출자가 집을 잃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MBSㆍCDO 등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전 세계 금융회사를 순식간에 파산위기로 내몰았다. 상품구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실이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발생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전 세계 금융업을 마비상태에 빠트렸고,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을 불러왔다.
글. 정일환 기자(imthet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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