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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길라잡이] 마을 인공숲은 풍수적 결함 메워줘

ngo2002 2010. 5. 7. 09:54

대구시 둔산동 칠계는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다.

예로부터 옻나무가 많아 '옻골'이라고도 불린다.

경주 최씨가 모여 사는 전통 마을로 백불 고택을 비롯해 20여 가옥이 격자형 마을길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동구에는 수령 350년 전후 느티나무와 회나무들이 병풍처럼 한 줄로 늘어섰는데 이것은 마을이 더욱 편안하고 재운도 높도록 돕는 풍수적인 비보(裨補) 숲이다.

'마을 터가 주변보다 높아 금호강이 바라다 보이면 지기가 쇠하여 망할 것이다'는 풍수설에 따라 마을 입구에 못을 파고 그곳에서 나온 흙으로 둔덕을 만든 뒤 나무를 심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풍수는 물을 재물로 보며, 들어오는 물은 멀리부터 보이고 나가는 물은 짧게 끊어져 보여야 길하다고 본다.

옻골 마을은 안산이 없어 마을 앞쪽이 허하고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멀리까지 보인다.

이런 풍수적 결함을 한번에 치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한 것이다.

마을은 가족과 이웃사람이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다.

마을 입지가 결함이 있거나 지기가 약해도 쉽게 그곳을 떠나 살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길지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비보의 지혜를 기울여 지리적 결함을 치유하고, 지력을 회복시키는 등 더욱 슬기로운 방법으로 '낙토(樂土)'로 바꿔 살았다.

동수(洞藪) 비보는 마을로 불어오는 바람을 숲을 조성해 막거나 송림을 가꾸어 홍수와 방풍에 이용한다.

화기 비보는 앞산이 불꽃 모양의 화산이면 화재를 염승하는 연못이나 해태상을 설치한다.

산천 비보는 국가 왕업의 중흥을 위해 절 불상 탑을 세우고, 지명 비보는 지명을 조화롭게 이름지어 좋은 기운을 붙잡아두려 한 것이다.

마을 숲은 자연림이 아니고 풍수지리 토착신앙 또는 자연재해 방지 목적으로 마을 주민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이다.

이곳에는 농촌 마을의 역사 문화 신앙 등 고유 공동체문화가 남아 있다.

예컨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함양의 상림(154호)은 홍수 피해가 잦자 최치원 선생이 물길을 도읍 바깥으로 돌린 후 숲을 조성한 것이다.

또 남해의 물건리 어부림은 해일을 막고 고기가 모이도록 유도한 숲이고, 함평의 향교 앞에 조성된 줄나무는 수산봉의 화기에서 마을을 보호한다.

그런데 최근엔 마을 숲이 일부 방치되거나 훼손돼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댐과 도로 건설 등 각종 개발로 인해 파괴당한 것도 부지기수다.

마을 숲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생활 질을 높이고, 문화와 역사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만큼 일반인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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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1 13:52:0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