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묻어두면 큰돈된다?.. 안목 있어야 '쪽박' 안차죠조선비즈

ngo2002 2015. 5. 11. 11:41

묻어두면 큰돈된다?.. 안목 있어야 '쪽박' 안차죠조선비즈 | 이경은 기자 | 2015.05.11 03:06

182만6163%.
세계적인 투자 고수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처음 밝힌 지난 50년(1964~2014) 동안의 투자 수익률이다. 그는 "5년 이하 투자할 생각으론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상적인 것은 수십 년을 내다보는 투자 지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아멕스 55년, 코카콜라 28년, 웰스파고 27년, 질레트 26년 등과 같이 기업에 투자하면 수십 년은 보유해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버핏과 같은 초장기 투자법은 일반인들이 그대로 따라 하긴 힘든 영역이라고 지적한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초장기 투자는 시장 방향성이 매우 중요한데 버핏을 비롯, 투자 귀재들의 대박은 주가가 상승 곡선을 보인 미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냥 묻어두기만 하면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롱런할 종목을 잘 고를 안목을 갖고 있어야만 승자(勝者)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8000% 대박 기업 VS 휴지 조각 된 퇴출 기업
'세월의 힘'을 강조하는 버핏의 초장기 투자를 검증해 보기 위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1990년 1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에 25년간 초장기 투자를 했다고 가정하고 수익률을 분석해 봤다. 그랬더니 아모레G·삼성화재·삼성전자·한국타이어 등 코스피지수 상승률(111%)을 웃돈 46개 기업은 평균 11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만약 배당 수익까지 고려하게 되면 이들 모범생 주식의 투자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지난 25년간 코스피 종목의 연평균 시가배당률은 1.38%였다. 매년 배당을 꼬박꼬박 챙겼다면 최종 성과는 훨씬 높아진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5년간 받은 배당금을 연평균 4% 정기예금에 넣었다고 가정하면 배당 수입만 원금의 2배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배당까지 감안할 경우 초장기 투자 시 기업이 망하지만 않았다면 큰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모범생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154개 기업의 성과는 별볼일없었다. 68개 기업은 코스피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마이너스(-) 54% 수익률에 그쳤고, 86개 기업은 증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실 1990년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일은행·조흥은행 등과 같은 은행주는 개인들의 재테크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다 사라졌고, 대우그룹도 없어졌다. 반면 아모레G·삼성화재·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25년간 6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코스피 상승률(111%)을 크게 웃돌았다. 김재은 연구원은 "혁신 없이 10년 이상 선두를 유지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장기 투자는 권장 사항이긴 하지만 세월만 믿고 그냥 두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수 펀드 10개 중 3개는 투자자 기다림을 배신
그렇다면 펀드는 어떨까? 지난 8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운용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총 170개에 달했다. 펀드가 '장수(長壽)'에 성공했다면 수익률도 괜찮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전체의 28%에 달하는 49개 펀드는 10년 코스피 상승률(123.69%)에도 못 미쳤다. 펀드별 수익률 격차도 상당해서 1등 펀드와 꼴찌 펀드의 격차가 416%포인트에 달했다. 10년 수익률이 1위인 펀드는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펀드로, 지난 2005년 처음 설정된 이후 연평균 40%의 수익률을 올렸다.

◇초장기 투자엔 차라리 忍(인)덱스
동물적인 투자 감각도, 혜안도 없는데 무턱대고 특정 주식이나 펀드에 오래 투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상장 폐지나 기업의 쇠퇴를 피해갈 수 있는 상품 선정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상무는 "초장기 투자를 한다면 국내보다는 100년 이상 뿌리가 있어 실력이 검증된 글로벌 회사들을 후보로 뽑고 싶다"면서 "될성부른 특정 종목이나 펀드를 고를 자신이 없으면 종목 수를 다양하게 많이 가져가는 인덱스형 전략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인덱스 전략이란, 말 그대로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피 우량 종목에 일정 금액씩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인덱스 전략을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 등의 상품이 많이 나와 있다. 인덱스 전략은 단기적으론 다소 부진할 수 있어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버핏도 "나는 특정 주식을 골라 투자하지만, 아마추어 개인 투자자는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에 장기 분할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 바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