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노후대비 양극화를 막는 길
올해부터 세제적격 연금저축(이하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된다. 세액공제는 소득에 관계없이 저축액의 일정 비율을 납부해야 할 세금에서 직접 차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납세자 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세입기반 확충에도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후 대비 양극화 문제를 완화할 수 없다. 오히려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 감소로 공적연금 위에 사적연금을 더하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 김수봉
보험개발원 원장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이후 연금급부를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70%에서 40%로 크게 낮췄다. 이 때문에 퇴직 전 생활유지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사적연금에 대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했고 국민의 가입을 촉진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적연금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적립금이 2013년 9월 말 기준 310조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적립금의 74%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의 이면에서 노후대비의 양극화라는 문제 또한 함께 발생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아직까지 사업장 근로자 중심 제도에 머물러 있다. 사적연금 중 연금저축은 필수 절세상품으로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가입이 크게 증가했으나 가입률이 소득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는 양극화 문제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의 2012년 원천징수 실적을 보면 총소득 4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6%에 불과한 반면 45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50%에 달한다.
올해부터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했지만 이것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의 비율이 근로소득 원천징수자 기준으로 2012년 33%에 달하는데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연금저축 가입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제도 변경 이후 세금을 덜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연금저축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22%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가입자는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공제 방식보다 세액공제 방식이 적용될 경우 세금 절감액이 더 크지만 이들은 미래 대비 저축 자체를 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의 경우 세제혜택 변경으로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 가입 및 계약 유지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이라는 연금저축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2년 OECD 연금전망' 보고서는 사적연금 가입률 제고를 위한 정책 대안으로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 방식이 아닌 보조금 지급을 통한 강력한 가입 유인을 제공한 독일의 리스터연금(Riester Pension)을 소개하고 있다. 리스터 연금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가입자 본인과 자녀 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 여력이 없는 저소득자에게 미래 대비 저축을 유도하고 저출산 완화도 함께 유도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저소득 다자녀 가구에 유리한 구조다. 만 60세 이전에는 인출할 수 없는 종신연금 형태며 연금을 제3자가 차압하거나 제3자에게 연금이 이전될 수 없도록 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돼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래에 대비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노후 대비 양극화를 방지하려면 먼저 저소득층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 이 제도는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보험료 2분의 1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리스터 연금처럼 저소득자에게 실질적 노후 준비 유인을 제공하는 새로운 사적연금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후 대비의 양극화가 없는 진정한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다.
김수봉 보험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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