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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고령화시대의 빗나간 예측들

ngo2002 2014. 1. 24. 08:49

[매경의 창] 고령화시대의 빗나간 예측들 | Daum 부동산
2014.01.23 17:21 | 매일경제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부동산 시장이 통상적인 경기변동을 겪는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세 하락에 접어든 것인지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쓸 돈이 부족해져서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대신할 수요가 없으므로 장기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논리는 이미 1963년도에 경제학자 안도와 모딜리아니가 생애주기가설에서 제시한 바 있다. 소득이 많은 청장년기에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 이후에 이 자산을 처분하여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며 소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후 고령화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을 예측하려는 시도들이 뒤따랐으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맨큐-와일의 1989년 논문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 1987~2007년 기간 중 주택의 실질가격이 연간 3%씩 하락한다고 예측했다. 이 예측은 20년 동안 주택의 실질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격 붕괴를 의미하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주택 실질가격은 연간 3.5% 정도 상승하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최근의 연구는 보다 가벼운 충격을 예상한다. 국제결제은행의 타카스 박사가 2012년 발표한 논문은 22개 선진국의 1970~2009년 자료를 분석하고 인구 변화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였다. 결론은 평균적으로 향후 40년간 연간 0.8% 정도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그 효과가 크겠지만, 소득 증가 등의 다른 요인들이 상쇄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왜 고령화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의 가격 하락 효과를 가지지 못할까. 고령층의 주거 행태가 생애주기가설의 예측과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도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자가에서 임차로 바꾸어 이사 가는 소위 다운사이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은퇴자 1002명 중 56.6%가 이주 경험이 없고 거주지를 옮길 계획도 없었다. 이주한 사람 중에서도 노후자금 확보 목적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생애주기가설에서 벗어나는 고령층의 행태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주택과 금융자산은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은 언제라도 처분해서 소비를 충당하는 데 쓸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집을 처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린다. 마치 두 가지 자산이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계정에 들어가 있는 듯 대한다는 것이다. 살던 곳에서, 살던 집에서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있고 싶은 희망 때문일 것이다.
둘째, 자녀들에게 상속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집을 처분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많다. 죽을 때 모든 자산가치가 0이 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애주기가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동기이다. 이런 가설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가 건국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나왔는데, 이 논문은 국민노후보장 패널의 자료로 중고령가구의 주택 다운사이징 요인을 분석하였다. 가구의 소득수준과 소득변화가 다운사이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배우자 사망과 같은 인구학적 변수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다운사이징 확률이 낮아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경우 주택보다는 금융자산을 우선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구 고령화는 항상 거기에 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주택시장의 배후 소음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문제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