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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인술]골수섬유증 환자 ‘생명 연장의 꿈’

ngo2002 2013. 5. 3. 09:34

[의술 인술]골수섬유증 환자 ‘생명 연장의 꿈’

“처음에는 갈비뼈 아래쪽이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자꾸 배가 나오고 어지러움증이 심해서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무서웠어요.”

언뜻 보면 만삭의 임신부라고 착각할 만큼 배가 불룩 나온 중년의 여성 환자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발진 증상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이 환자는 새벽장사로 생계를 꾸려가다 보니 늘 피곤했고, 급격한 체중감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가 나오는 것은 갱년기 증상이고, 하루 종일 어지러웠던 것은 단순한 빈혈이라고 판단했다. 자리에서 못 일어날 정도로 심하게 어지러운 날이 여러 번 있었고, 무엇보다 육안으로 봐도 비장비대가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뒤늦게서야 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이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은 골수섬유증으로, 백혈병의 사촌쯤 되는 혈액암의 한 종류이다. 국내 추정 유병률이 인구 10만명 중 1.24명 정도인 희귀암이다. 주로 50~60대 이상 연령대에서 발병하지만, 40대 이하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어려서 만성빈혈과 같이 혈액 관련 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있으면 혈액검사를 통해 골수 섬유화 여부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병명에 ‘섬유화’라는 말이 붙으면 몸속의 특정 장기가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어감을 뜻한다.

골수섬유증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 내 지지조직이 섬유화되면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데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혈액은 전신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면역기능, 지혈작용 등 생명활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골수의 섬유화에 의해 골수에서 혈액을 생성하지 못하게 되면 보조 조혈기관인 비장이나 간에서 혈액을 생성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비장이나 간이 비대해지고 심각한 기능장애가 생기게 된다.

특히 골수섬유증의 심각한 합병증은 주로 비장과 관계된 경우가 흔하다. 위에서 언급한 환자처럼 비장이 커질 대로 커진 비장비대가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팔과 다리는 가늘지만 배는 불룩 나온 ‘배불뚝이’ 형상이 된다.

비장은 왼쪽 갈비뼈 아래에 위치하고 크기는 어린아이 손바닥 정도로 작아 몸 밖에서는 만져지지 않는데, 골수섬유증이 진행되면 비장이 15배 이상 커진다. 얼마 전 비장절제술을 받은 남성 환자에게서 떼어낸 비장 무게는 무려 4.5㎏이었다. 1.5ℓ들이 생수병 3개의 부피와 무게가 배 속에서 주변 장기를 누르고 있었으니 환자가 그간 느꼈을 어려움과 고통이 짐작할 만하다.

골수섬유증 치료에는 비장비대 조절을 위한 항암제 치료가 주로 이용된다. 그런데 현재 쓰이고 있는 항암제는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제한이 많다.

상태가 심할 때에는 비장절제, 동종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수술적 방법이 이용되나 고령 환자에게는 위험부담이 커 더더욱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골수섬유증 치료는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으며 빈혈로 인한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정도의 대증요법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최근 골수섬유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어 중증 골수섬유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이 표적치료제는 비장비대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심한 어지러움, 야간발한, 급격한 체중감소 등 일상생활을 무력화시키는 골수섬유증 질환 관련 전신증상의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다.

환자들이 활력 있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생명 연장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골수섬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원종호 교수 | 순천향대 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입력 : 2013-05-02 21:11:27수정 : 2013-05-02 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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