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대형마트보다 10%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 챙겨”

ngo2002 2013. 1. 31. 10:44

[신년 기획 - 새로운 경제, 협동조합]“대형마트보다 10% 비싸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건강 챙겨”

ㆍ소비자 조합원 조숙희씨

가장 안전한 먹거리라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보다 10% 더 비싸도 흔쾌히 살까.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 서울 자양 매장에서 만난 주부 조숙희씨(45·사진)는 “그렇다”고 답한다. 한살림은 국산 유기농산품과 이를 재료로 쓴 1차 가공품만 취급하는 대신 일반 마트 등에 비해 가격은 10%가량 비싸다. 한살림 측은 “엄격한 유기농 기준 등으로 현존하는 먹거리 중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한살림은 유기농작물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가입해 직거래하는 국내 최대 생산·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솔뫼농장 등 전국 76개 농민공동체 소속 2000여가구가 이 조합에 유기농작물을 공급한다. 3년간의 엄격한 품질검증을 통과해야 공급 자격이 주어진다. 몇몇 농장에서는 고추장과 햄 같은 1차 가공품도 만들지만 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 생산지 체험 프로그램 등
작물 생산과정 볼 수 있어
좋은 음식 먹는 것도 행복


35만여명의 소비자조합원은 가입비 3000원과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는 출자금 3만원을 내면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조합원이 돼야 이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후 구매하는 물품 대금에도 1만원당 200원의 출자금이 따라붙는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생산지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시로 교류한다. 도시 소비자들도 누가 어떻게 작물을 생산하는지 이해한 뒤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들의 출자금 등을 바탕으로 한살림은 전국 152개 매장과 물류시스템을 운영한다. 연 1회 생산자·소비자 협의를 통해 작물별 가격을 결정한다. 작물가격의 76.5%는 공급 농가에 지급된다. 한살림의 총 거래물량은 연간 2500억원 규모다.

조씨는 한살림의 소비자조합원이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며 대학생, 고교생, 초등학생인 세 자녀가 있다. 자양동으로 이사오기 전인 2000년 강동구 상일동에 살 때 인근 한살림 매장에서 우연히 딸기 한 박스를 산 게 조합 가입 계기가 됐다. 조씨는 2일 “요즘 딸기는 크기만 한데, 한살림 딸기는 작고 못생겼지만 새콤달콤한 게 어릴 때 먹던 그 딸기맛이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가입 후 조금씩 구매를 늘렸고 지금은 쌀을 포함해 먹거리 전량을 한살림에서 구입한다. “원하는 물품이 달릴 때도 있지만, 좋은 음식과 건강에 감사하며 먹는 행복이 만만찮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10여년 전까진 자녀들이 잔병치레에 시달렸지만 음식을 바꾼 뒤 개선된 것 같다고 느낀다. 조씨는 “아토피 등이 있는 집에서는 확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돌려받을 수 없는 가입비가 3000원이니, 3000원으로 건강과 행복을 산 셈”이라고도 했다.

조씨는 한살림 물품 중 딸기 같은 계절과일과 유정란, 콩나물, 천일염 등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생산지 견학을 종종 하는데, 자유롭게 방사한 닭이 스트레스 없이 낳은 유정란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에 가면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 나중엔 다 버리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어떤 경로로 재배되고 사육된 농축산물인지 알 길이 없어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건강은 물론 가격 대비 품질과 과소비 등을 고려하면 협동조합 매장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란 것이다.

1일 저녁식탁엔 돼지등뼈로 만든 김치찜과 곰취장아찌, 멸치볶음 등을 올렸다. 특히 곰취장아찌는 드물게 보는 반찬이라 가족들의 호평을 얻었다. 또 ‘못생긴’ 유기농 귤 등이 후식으로 등장하면 그 생김새가 화젯거리가 되니, 가족 간 대화도 늘었다.

단순한 유기농 직거래보다, 조합원들의 공동체적 연대가 더 큰 재미를 준다고 했다. 10여명의 이웃 엄마 조합원들과 월례 친목모임을 가진다. 3개월에 한 번씩은 자녀 교육 목적으로 한살림 생산지 체험 등을 진행한다. 조씨는 “예전엔 도시에 살면서 이웃끼리 얼굴도 모르고 지냈다”며 “그러나 조합이란 공통점으로 만나면 즐겁게 대화할 수 있고 자녀들끼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엄마 조합원들이 한살림 운영본부 측에 제품에 대한 정보를 줘 소비자가 원하는 생산품 위주로 개선해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동네 주부 몇은 한살림 조합에서 일자리도 구했다. 3명이 자양 매장에서 직원으로 일한다. 조씨는 “조금 불편해도 참을 줄 알고 소박하게 살면 더 큰 행복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