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의 숨은 목적은 자동차 산업 보호주의
[아베노믹스 노골적 공세에 美 자동차업계 강력 반발] 오바마에 "경고 메시지를" 요구, 車산업 경쟁 독일도 일본 비판 자동차가 환율에 가장 민감… 각국 경제 회복에도 중요해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각국 車산업 살리기 총력전 조선비즈 방현철 기자 입력2013.01.23 03:08기사 내용
일본 아베 신정부의 '엔저' 선언 이후 글로벌 환율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그 환율 전쟁이 사실은 '자동차 전쟁'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가장 격한 반응이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일본발 환율 전쟁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도 자동차 산업의 이해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가 환율 문제에 가장 민감한 산업인 데다, 각국의 경제를 회복하는 데도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통화 전쟁의 이면엔 자동차 전쟁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싱크탱크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매트 블런트(Blunt) 위원장은 최근 "재집권한 일본 자민당은 교역 상대국의 희생을 대가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엔저 정책을 쓰면서 교역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beggar-thy-neighbor)' 정책으로 우리는 이 정책을 수용할 수 없고 오바마 행정부는 엔화 약세를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라"라고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이런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일본의 엔저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할까 봐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빅3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4.8%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줄었지만,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빅3의 점유율은 32.1%로 2%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도요타의 경우 작년 미국 내 판매 대수가 208만대로 전년보다 26.6%, 혼다는 142만대로 24% 늘었다. 작년 미국에서 늘어난 자동차 판매 대수 171만대 중 48%를 일본계 자동차 회사가 차지했다.
폴크스바겐·BMW 등 유럽 자동차 기업의 본사가 있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Schauble)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나는 일본 신정부의 정책을 매우 우려한다"며 엔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윤찬호 삼성선물 통화 선물 브로커는 "지금의 환율 전쟁은 사실 자동차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미국·일본·유럽의 세계 3대 자동차 산업 강자들이 자동차 산업 살리기 전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 보호주의 재연되나?
세계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산업보다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데 올인(all-in)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자동차 강국들은 당시 자동차 제조회사에 대한 직접 구제금융 지원,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GM 134억달러, 크라이슬러 40억달러 등 정부가 직접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독일은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세를 면제해 수요를 떠받쳐 줬고, 일본도 새 차 구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도 낡은 승용차를 신차로 교체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폈다.
주요국들이 한결같이 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자동차 한 대엔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관된 중소기업이 많고 고용 창출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산업은 경제활동인구의 약 7%, 사업체 총취업자의 약 10%에 달하는 160만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전쟁은 자국 내 자동차 산업 살리기와 같은 보호주의와 결합하면서 '남이 손해를 보면 내가 이득이다'라는 식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환율에 더욱 민감한 측면도 있다. 전기전자 업종은 글로벌 기업들이 여러 나라와 분업 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업계에선 환율 전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해외 생산을 계속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은 2008년 28%에서 작년 44%로 늘었다. 일본 도요타도 2007년 해외 생산 비중이 50%였지만 작년엔 60%가 됐다. 작년 혼다나 닛산의 해외 생산 비중은 7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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