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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고대회 기고] `아그리젠토 코리아` 를 보고

ngo2002 2010. 3. 26. 09:24

[국민보고대회 기고] `아그리젠토 코리아` 를 보고

"매경 국민보고대회는 농업의 `성역`을 비판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이런 관심이 있는 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아"

농업인들은 1990년대 들어 국내 농산물 시장이 개방의 파고를 맞은 이후 살림살이가 훨씬 팍팍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통계를 보더라도 농지 면적과 농가 인구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농촌사회는 축소의 길을 걸어왔다. 1990년과 2008년을 비교해 보면 농가 인구는 666만명에서 319만명으로, 농지 면적은 211만㏊에서 176만㏊로 줄었다. 특히 벼농사의 근간인 논 면적은 124만㏊에서 94만㏊로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우리 농업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7조원에서 29조원으로 늘렸다. 우리 농업이 훌륭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농업인들이 끈기를 가지고 현명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인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우리 농업이 현재 만족할 만한 상태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농업인들의 노력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범국민적 성원과 막대한 정부 보조금 같은 외부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쌓지 못할 산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농업은 과거보다 더 험한 국내외 도전을 견뎌 나가야 한다. 농산물시장 개방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나날이 고급화, 다양화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해서 참된 농업부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로 미래의 가능성에 도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을 지탱해온 힘은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우리 농업인들의 자존심과 고향을 지킨다는 책임감, 자연과 환경에 대한 사랑 등에서 나왔다. 국민 역시 농업인들의 이러한 생각을 존중했다. 정부도 식량안보, 지역사회 유지, 농촌환경 보호 등을 위해 농업, 농촌, 농민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 농업은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자부심의 벽을 높이 쌓고 국민과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배고픔에서 해방된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 역시 농업에 대해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자부심의 벽과 무관심은 우리 농업을 외부로부터 단절시켰다. 외부로부터 단절된 산업은 활력을 잃기 마련이다. 활력을 잃어 가능성마저 상실한 농업으로는 농업부국을 이룰 수 없다.

철학자들은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참된 해방의 상태를 맞기 위해서는 관심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 농업이 다시 발전에 대한 의지를 회복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로 산업 간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고 비농업계의 관심과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24일 열린 매일경제의 `아그리젠토 코리아` 국민보고대회는 농업계와 비농업계 인사들이 함께 모여 농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특히 정부나 농업 관련 관계기관이 아닌 곳에서 농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농업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쌀, 보조금, 농지, 농업 관계기관, 농민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날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일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발표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러한 관심과 비판이 있는 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은 농업정책의 일방적인 홍보나 음식 탐방과 같은 흥미 위주의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농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아그리젠토 코리아` 국민보고대회 같은 진지한 관심과 비판을 필요로 한다. 천하의 근본인 산과 바다는 티끌을 마다하지 않고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서 그와 같이 위대하게 되었다는 말이 있다. 우리 농업이 참된 천하의 근본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관심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ㆍ한국농업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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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4 17:30:2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