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원高 계속되면 제2키코 올수도"

ngo2002 2013. 1. 8. 10:01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 "원高 계속되면 제2키코 올수도"

"제때 정비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6일 미국 샌디에이고 전미경제학회(AEA)에서 만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화 가치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환율 문제를 무역수지나 수출가격 경쟁력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조치 이후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키코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 강세에 대비해 수출중소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과도한 환헤지에 나서면 2006~2007년 키코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우선 `원화 가치가 오르면 자본 유입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고정관념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틀린 이론이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지금 위험자산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환율과 금융안정 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태풍이 오기 전에 태풍을 대비하듯 금융안정 정책도 위험이 오기 전에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 "경기부양 안하면 더 큰 불황…양적완화 지속해야"

저금리에도 소비 늘지않아 일자리·성장동력 만들어야

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폐막한 전미경제학회(AEA)의 핵심 화두는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양적완화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 것이냐였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내부에서조차 양적완화 조기 종료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부양론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열린 `부양이냐 좌절이냐-불황의 거시경제학` 세션에 발표자로 나서 더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시점에서 긴축재정으로 선회하면 일자리 감소와 성장동력 상실을 가져오게 된다"며 "지난 4년간 미국 경제의 잠재 성장동력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부양이 더 필요한 이유는 미국 경제가 과거 평균 성장 추세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경제는 아직까지 완전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써 4년째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치는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높은 실업률로 인한 민간 부문 소비 둔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50년대는 고금리 때문에 소비가 둔화된 측면이 있었지만 현재는 저금리에도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며 "민간 소득 대비 부채는 192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공황 때도 경기 부진과 부분적인 경기 회복을 반복하면서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미국의 지금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Fed의 인플레이션 타기팅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이 많지만 현시점에서는 Fed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여 완전 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함께 토론에 참석한 헤럴드 울리그 시카고대 교수는 "불황 탈출은 기본적으로 민간 분야의 자생력이 강화돼야 가능하다"며 "정부는 보조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크루그먼 교수와 달리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반대했다. 발레리 라미 UC샌디에이고 교수는 위기 국면에선 세제나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효과가 더 큰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재정승수(정부 재정지출이 1단위 증가했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측정하는 지표)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미 교수는 "재정승수를 높이는 방법은 구조 개혁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강도 높은 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헬스케어 분야 지출을 현재 17%에서 캐나다 수준인 11%로 낮출 수 있다면 연간 9500억달러에 달하는 유효수요를 다른 곳에서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수요에 맞게 대학 구조조정을"…경제연구원장 포럼

6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미경제학회(KAEA) 포럼에 참석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기업들이 대졸 사원 재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산업 수요에 맞춰 대학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 원장은 취업률이 낮은 학과 정원 축소,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산, 현장실습 과정 학점 인정 폭 확대, 대학 유형 다양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 원장은 또 "현재 3%대 잠재성장률이 2021년 2%대, 2031년 1%대로 떨어진다"며 "독과점 근절, 노동시장 유연화, 한계기업 퇴출, 인수ㆍ합병(M&A) 원활화로 경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제조업을 경시하는 일부 시각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 원장은 "제조업은 무시하고 서비스업만 중시하는 시각이 있다"며 "제조업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관광ㆍ의료ㆍ콘텐츠 분야에서 서비스 빅뱅을 이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성장 위주, 대외지향형, 수출주도형, 정부주도형이라는 과거 경제 논리가 한계에 직면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통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납품 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대금 지급 늦추기, 전문인력 빼가기 등 일부 대기업의 행태가 중소기업 성장을 막아 경제 전반의 건실한 발전을 막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유 위원장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를 막기 위한 기술인력 등록제도를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분배와 복지가 지나치게 강조된 것에 대해서도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최 원장은 "성장률이 1% 늘어날 때마다 일자리가 연 6만3000개나 창출되고, 소득 분배 개선과 복지 재원 확보 효과도 볼 수 있다"며 "분배가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성장에 목마르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현재 부처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복지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임스 갤브레이스 교수 "유럽 긴축재정하면 세계경제 흔들릴것"

올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미국 국가부채 이슈가 아니라 한층 심화되고 있는 유럽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다."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60)는 전미경제학회 현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난해 세계경제 최대 리스크가 미국ㆍ유럽 국가부채 문제였다면 올해는 유럽 긴축재정과 이에 따른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재정절벽 사태 해결로 단기적으로 미국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 경제가 강하지는 않지만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경제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만 내놨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유로존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재정긴축만 강조하면 결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최악의 경우 정치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지금과 같은 고강도 재정긴축이 계속될 경우 과거 급격한 경기 하강으로 민중봉기가 일어났던 옛 유고슬라비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유로존 역내 국가들을 향해 여전히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는 독일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유로존 탄생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독일이 역내 경제위기를 맞아 자국 잇속만 챙길 뿐 유로존 국가들을 제대로 돕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케인스 이후 최고 경제학자로 꼽히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작고) 아들로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보 경제학자다. 민주당 고문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경제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다.

신현송 교수 제안 "외환안정기구 설립…금융불안 미리 대처"

원화 환율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한 대책으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난해 9월 자신이 제안했던 `외환안정기구` 설립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수출기업의 외환 위험회피거래(헤지)를 전담하는 기구를 설립해 금융 불안 요인을 제거하자는 아이디어다. 신 교수는 "외환안정기구 설립이라는 청사진은 이미 제시 돼있기 때문에 이행만 하면 된다"며 "금융안정 정책은 시장 상황이 잠잠하고 행정적 여유가 있을 때 추진해야 하는 만큼 지금도 약간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금융당국은 자산건전성만 보고, 외환당국은 수출에만 신경 쓰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인 만큼 미시건전성 정책으로는 잡기 힘들고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0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위기 대응 조치에 대해 신 교수는 "역사가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 조절, 외국은행 채권투자 과세, 외화부채 거시건전성 부과금 등 `외환규제 3종 세트`를 내놓고 외환 부문 방어벽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이 공식 입장을 바꿀 정도로 한국의 2010년 위기 극복 과정은 국제적인 모범 사례"라며 "유럽 위기가 한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는데 당시에 잘 잡아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신 교수는 "유로존 은행 부문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어느 정도 끝났다"며 "오히려 지금은 QE3, QE4가 더 큰 변수"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기업들이 장기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은행에 예치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은행 과잉유동성을 초래해 대출이 늘고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