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농민 63%가 남의 땅 빌려 농사

ngo2002 2010. 3. 24. 09:52

"임차農의 하루는 땅을 빌려준 지주에게 안부전화 걸며 시작 …"

◆ Agrigento Korea 첨단농업 富國의 길 / 24일 제17차 국민보고대회 ◆

주변 농가들로부터 땅을 임차받아 꽤 큰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A씨(51). 젊어서부터 대형농의 꿈을 안고 귀농한 지 7년째다.

A씨의 하루는 땅을 빌려준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A씨의 이런 습관은 농지 임대인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농사를 계속 짓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임대차 중 상당수가 불법이라 그의 계약이 전혀 안정적이지 못한 탓이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으로 인해 농지 임대차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96년 1월 농지법 발효 이후 취득한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지은행을 제외하고는 임차를 할 수 없다.

A씨에게 농지를 빌려준 지주가 96년 1월 이후 땅을 취득했다면 A씨의 임대차는 불법이다. 선진국 수준의 대형농을 꿈꾸는 A씨의 꿈은 `불법`이라는 위태로운 토대 위에 서 있는 셈이다.

A씨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경자유전 원칙은 불법 임대차를 양산하고 있다. 2008년 말 농촌경제연구원(KREI)이 96년 1월 이후 취득된 농지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 A지역은 56.7%, 호남 평야 B지역은 47.9%, 영남 산간 C지역은 41.8%가 비합법적 임대차 관계였다. 불법 임대차가 양산되다 보니, 현실에서 경자유전 원칙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이미 전체 농지 중 43%는 임차농지이며 전체 농가 중 63%는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임차농가다.

게다가 임차농들은 마음 놓고 규모를 키워서 대형농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 임차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농가가 영세하게 된 데는 경자유전 원칙이 한몫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0.5㏊ 미만 농지를 경작하는 영세농가 비중이 90년에는 27.7%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39.8%에 이르렀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 농가의 영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농가 가구당 경지면적이 1.45㏊로 한국보다 국토가 훨씬 좁고 농지면적은 엇비슷한 네덜란드(26㏊)보다도 훨씬 처진다.

또 임차농들은 대부분 임차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계약 방식이 구두계약이기 때문에 임대차가 항상 불안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합법적인 임차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농지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매우 낮다.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이 농지은행에 땅을 위탁하면 농지은행이 임차인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농지은행 웹사이트(www.fbo.or.kr)에 올려진 임대차 매물은 전국을 통틀어 70건 정도에 불과하다. 임대차 중개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차장 / 김인수 기자 / 신헌철 기자 / 강태화(MBN) 기자 / 최승진 기자 /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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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7:53:4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