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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의 농담(農談)]땅은 갈지 않을수록 좋다

ngo2002 2012. 9. 1. 09:46

[도시농부의 농담(農談)]땅은 갈지 않을수록 좋다

남자들은 밭갈기와 파종을 잘하고 여자들은 풀매기와 수확을 잘한다. 남자들은 특히 삽질하기를 좋아한다. 삽으로 흙을 뒤집을 때의 쾌감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흙을 뒤집지 말기를 권한다.

우선 흙을 뒤집거나 갈면 가뭄을 탄다. 뒤집고 가는 과정에서 흙의 습기가 마를 뿐만 아니라 깊은 땅속에서 올라오는 물길이 끊어지고 메워진다.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맨땅에 앉으면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것은 땅속에서 습기가 올라오기 때문인데 흙을 뒤집으면 이 습기 올라오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또 흙을 뒤집고 갈면 병해충이 더 생긴다. 흙을 갈지 않으면 흙 속 생태구조와 먹이사슬이 그대로 살아있어 흙의 균형이 유지되는데 흙을 갈아엎어버리면 이 구조가 교란되고 그 빈틈을 해충들이 메운다. 해충은 초식이고 익충은 육식 벌레다. 생태계가 깨지면 초식성 벌레나 동물이 먼저 생기기 마련이다. 먹을 게 없는데 육식성 벌레, 동물이 먼저 찾아올 리 없다.

뒤집지도 갈지도 않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호미로 풀만 매주는 게 좋다. 그러면 간접적으로 가는 효과가 생기는데 그 깊이가 10㎝를 넘지 않는다. 이른바 얕이갈이(淺耕)를 하면 표토에서 날아가는 습기는 잡아주고 작물 뿌리에 도달하는 습기는 건들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가뭄을 덜 탄다.

흙을 뒤집지 않는다면 거름은 어떻게 줘야 하나? 초보농부들은 뿌리가 거름을 잘 흡수하도록 흙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거름을 땅속에 집어넣으면 그걸 먹으러 해충들이 모여든다. 따라서 거름은 땅 위에서 호미로 흙과 살살 섞어주기만 한다. 거름의 양분은 빗물에 의해 충분히 스며들게 되어 있다.

흙을 갈지 않으면 폭우에도 흙과 거름 유실을 줄일 수 있다. 흙을 너무 곱게 갈면 약간의 비에도 쓸려간다. 흙이 유실되면 땅이 딱딱해지고 양분이 쓸려가버려 흙은 산성이 되어 농사도 잘 안된다. 상업 목적의 대규모 단작 농사에선 불가피하게 기계로 땅을 갈아야 하지만 자급 목적의 도시농부들은 갈지 않을수록 땅도 좋고 힘도 덜 들며 병해충을 예방하는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래도 그 힘든 삽질을 하시겠는가?

<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입력 : 2012-08-31 21:27:43수정 : 2012-09-01 01: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