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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44>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ngo2002 2012. 7. 30. 17:08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44>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온실가스 배출권 사고 팔고 … 남으면 다음해 쓰고 모자라면 당겨 쓰죠

조민근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이달 초 열린 18대 국회에선 이런 낯선 이름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한마디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상품처럼 사고팔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한 법률입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이 열릴 예정입니다. 왜 이런 시장을 만들고,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일러스트=강일구]

KEI “2100년 기온 지금보다 4도 올라 피해액 2800조”

서울의 가로수가 야자수로 바뀐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35㎝ 높아져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달하는 해안가가 물에 잠긴다. 여름철 폭염에 한해 8700여 명이 사망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온난화가 지속돼 2100년 세계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4℃ 오를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나라가 보게 될 피해는 2800조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KEI의 보고서는 ‘한국판 스턴 보고서’로 불렸다. 2006년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이던 니컬러스 스턴 경은 충격적인 내용의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구온난화를 방치했다간 세계가 경제 대공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처방전도 붙어 있었다. 당장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연간 전 세계 GDP의 1% 수준. 천문학적인 비용이지만 GDP의 5~20%에 달할 수 있는 손실 규모를 감안하면 그래도 싸다는 계산이었다. 게다가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비용은 계속 불어날 것이란 경고도 덧붙었다. KEI의 결론도 이와 유사했다. 기온 상승폭을 2℃로 묶을 수 있다면 우리 경제가 입는 경제적 손실은 580조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측이 얼마나 정교한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이미 우리 기업에도 발등의 불이다. 국제사회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회원국으로 취항하는 항공사에 대해 국적과 관계없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할당된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항공사는 돈으로 물어야 한다. t당 100유로다. 최악의 경우 유럽으로의 운항을 금지당할 수도 있다. 이 제도에 따라 올해 국내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할 돈만 최소 54억원에서 최대 271억원에 달한다는 게 한국교통연구원의 추산이다. 그 부담은 어떤 식으로든 항공기를 타는 소비자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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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가 이런 부담을 안기는 근거가 뭘까. 바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다. 현재 EU 회원국과 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아이슬란드 등 30개국, 그리고 뉴질랜드 등 31개국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산성비를 줄이기 위해 처음 도입했던 시스템으로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핵심 아이디어는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겨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간 환경오염은 대표적인 ‘시장의 실패’ 사례로 언급돼 왔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가 초래되면 피해는 모든 이들이 입는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 제대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고 배출자도 비용을 치르지 않았다. 환경오염이 날로 극심해지는 이유다.

 이런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총량 규제다. 각 기업이나 국가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미리 정해주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 중인 ‘목표 관리제’가 그렇다. 목표 관리제에선 할당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태료를 낸다. 과태료는 최대 1000만원. 과태료를 매길 때 할당량보다 얼마나 더 배출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또 설령 어느 기업이 할당량보다 훨씬 적게 배출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보상이 없다.

배출 총량만 규제하는 ‘목표관리제’보다 유연한 제도

이에 비해 배출권 거래제는 한층 유연하다. 배출권이란 이름으로 할당량을 부과하는 건 목표 관리제와 같다. 하지만 할당량보다 많이 감축할 경우 그만큼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반대로 초과 배출한 곳은 시장에서 그만큼의 배출권을 사면 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 각자 사정과 배출권의 시장 가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은 무작정 감축하기보다는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들여 할당량 수준을 맞출 수 있다. 반면 감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기업은 많이 줄인 뒤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런 거래 외에도 남는 배출권을 다음해에 넘겨 쓸 수(이월)도 있고, 미래에 감축할 양을 미리 당겨 쓸 수(차입)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기업의 생산 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또 국가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녹색기술의 혁신이 일어난다. 시장의 수요·공급 전망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들은 자연히 감축기술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배출권 거래제를 활용하면 목표 관리제를 실시할 때에 비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도 같은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계산이다.

 탄소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1500억 달러 수준이다. 유럽기후거래소(ECX)가 대표적인 거래 시장이다. 배출권 현물은 물론 선물과 옵션상품까지 거래되고 골드먼삭스 등 투자은행들도 참여한다. 국내에서도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3년 뒤부터 본격적인 장이 열린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30%를 줄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다.


규제 약하면 효과 없고 과하면 생산성 타격 … 절충해야

중요한 건 세부 기준을 어떻게 짜느냐다. 규제가 너무 느슨하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고, 너무 강하면 기업의 생산을 위축시키거나 경쟁력을 갉아먹어 경제에 큰 짐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여전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탄소 가격이 너무 싸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투기세력의 가세로 생긴 부작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제조업계에선 온실가스 감축 비용 때문에 다른 나라 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가 간 마찰도 일어나고 있다. EU가 항공사에 탄소 부담금을 매기겠다고 나서자 중국은 이에 반발해 유럽산 에어버스 항공기의 구매를 보류하기도 했다.

 결국 국제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가면서도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법안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5년마다 배출권을 얼마나 할당할지, 또 부문별로 얼마나 나눌지 계획을 짠다. 할당위원회의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배출권은 정부가 돈을 받고 줄 수도 있고 공짜로 줄 수도 있다. 일단 2020년까지는 할당량의 95% 이상은 무상으로 줄 계획이다. 배출 할당량을 넘길 경우 시장 평균가격의 3배 이하(10만원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다음 달부터는 ‘선행학습’ 격인 시범사업도 실시된다. 목표 관리제에 참여하고 있는 366개 업체가 대상이다. 지식경제부는 참여하는 업체에 사이버 머니를 지급해 거래수단으로 쓰게 할 계획이다.


온실가스(Greenhouse gases)=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을 일컫는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이산화탄소가 80%를 차지한다. 지구는 태양에서 온 빛 에너지의 일부를 적외선 형태로 방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적외선 파장 일부를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흡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된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아 만든 의정서. 2005년 2월 공식 발효됐다. 의무 이행 대상국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캐나다 등 38개국으로 2008~2012년 사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2001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탈퇴하는 등 진통도 따랐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2월 당사국 총회에서는 2020년부터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의무감축체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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