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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8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추천작 7

ngo2002 2010. 3. 11. 11:41

2009.10.08 00:11 입력 / 2009.10.13 11:12 수정

뻔한 게 예술이니? 발랄하고 발칙한 ‘공연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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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란 행사 이름을 들어 보셨는지.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낯설지 모르지만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예술 축제로 손꼽힙니다. 예술제를 통해 이전까지 국내에 낯설었던 유럽의 따끈따끈한 연극·무용 등이 속속 소개돼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고, 한국 공연계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예술제 참가 공연들은 때론 난해할지 모릅니다. 한번쯤 시간을 내 신선하고 묵직한 무대 관람으로 눈과 귀를 씻어보는 것도 이 가을 활력이 될 터. 13일부터 11월 21일까지 예술제의 상연작 36편 중 사무국이 강추하는 ‘베스트 7’을 간추려 봤습니다.

최민우 기자

[1] 도쿄 노트 침묵도 예술이다

큰딸은 미술을 좋아한다. 그녀가 도쿄로 오자 흩어져 살던 형제들도 오랜만에 모이고, 그들은 미술관에서 만난다. 자연스레 화제는 부모를 누가 부양하는가로 몰린다. 서로들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기 바쁘다. 얘기는 또 이상하게 엇나가 연애스토리가 등장하고 진로에 대한 상담이 이어진다.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이게 과연 연극일까. 작·연출을 맡은 일본의 거장 히라타 오리자는 이렇듯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과장된 화법도 심각한 철학도 없다. 대화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누군가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 헛기침, 어색한 눈인사, 게으른 몸짓 모두가 우리의 삶 그대로다. 특별한 행위가 아닌, 고요한 무대와 시간만으로도 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연극 언어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다.

10월 18~1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2만·4만원

[2]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 시대 초월 명대사 메들리

연극을 안 보는 사람도 셰익스피어는 안다. ‘햄릿’을 몰라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들어봤다. 작품은 바로 그 지점, 셰익스피어의 명대사에 주목한다.

시대는 조선 말 철종 때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는 말의 배경은 영국 중세다. ‘리어왕’으로 문을 연 연극은 ‘햄릿’을 거쳐 ‘맥베스’와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훌쩍훌쩍 뛰어다닌다. 4대 비극은 물론 셰익스피어 작품 37편에 나오는 요소를 절묘하게 도입시켰다. 그래도 영 어색하지 않고 딱딱 맞아떨어진다. 시대와 지역이 달라도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치열하고 고민하는 건 결국 하나라는 걸 은근히 보여준다. 일본 원작을 젊은 이야기꾼 배삼식 작가가 한국화시켰다.

10월19~2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1만5000원~3만원

[3] 노만 첨단기술이 마술이네

홀로그램을 활용한 무용은 최근 흔한 경향이다. 이 작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따로 노는 게 아니다. 홀로그램과 무용수가 한 몸이 된 듯 한꺼번에 움직인다. 기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작품 제작에 참가한 스태프 9명은 ‘기법을 발설하지 않는다’란 각서를 썼다.

캐나다 애니메이션계 거장 노만 맥라렌의 영감을 무대 디자이너 미셸 르미유와 빅터 필론이 무대화했다. 최첨단의 4차원 무대 기법은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관객을 혼돈에 빠뜨린다. 진정한 디지로그가 무엇인지 체험케 해준다.

10월 26~2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만~5만원

[4] 인형음악극-시간극장 인형이 살아 숨쉰다

인형이 조악할 것이란 편견을 거둘 것. 손으로 하나하나 깎고 조립해 만든 인형은 따스한 숨결이 느껴진다. 겉으로 생글생글 웃는 척하는 인간이 아닌, 내면의 어떤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서늘하다.

인형의 무대와 배우의 무대를 분리하고 때로 중첩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 국내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마리오네트극’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부설단체인 ‘극단 돌곶이’의 작품이다. 박새봄 원작, 윤정섭 연출.

10월 28일~11월 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만원

[5] 세르주의 효과 일반인이 연기하는 ‘돌발 무대’

일요일이다. 세르주는 집으로 친구들을 부른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는 친구가 오건 말건 무심하게 평소대로 논다. 닌텐도 게임을 하고 우두커니 공상을 하기도 한다. 친구들로선 ‘대략난감’이다. 자연스레 세르주를 응시하며 관찰하게 된다.

여기서 친구는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이다. 프랑스 연출가 필립 켄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연할 때마다 현지 일반인을 섭외해 그들에게 ‘친구’ 역할을 맡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말이 안 통해 손짓, 발짓을 하기도 한다. 그게 또 다른 재미다. 고립 속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사는지, 거창하지 않지만 예리하게 일상 생활의 이면을 포착해낸다.

11월 11~13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6] 햄릿-육신의 고요 왜 펜싱복 입고 나왔을까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얼마나 많이 리바이벌됐는가. 그토록 많이 무대화되다 보니 별의별 ‘햄릿’이 나오는가 보다. 펜싱복을 입은 채 공연을 한다.

대사는 별로 하지 않는다. 대신 찌르고 막기 바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펜싱복을 입었기에 누가 누군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주인공 ‘햄릿’만이 중심을 잡은 채 극을 이끌고 오필리어·거트루트·레어티즈는 툭하면 바뀐다.

이탈리아 연출가 로베르트 바치의 관심은 언어가 아닌 몸뚱아리다. 입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신체로 꿈틀대는 움직임으로 고정관념 같은 텍스트에 새로운 숨결을 부여했다. 무대 역시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져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다.

11월 14~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만~5만원

[7] 축구예찬 이게 진짜 ‘아트사커’

유럽인에게 축구란 스포츠가 아니다. 밥이며 공기다. 친숙한 일상이기에 바로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무용으로 풀어본 축구다. 단순히 드리블을 하거나 패스를 하는, 축구 동작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하고, 전반의 탐색전이 있으며, 하프 타임의 작전이 있고, 후반의 클라이맥스가 있다. 경기 후 샤워하는 장면도 있다. 뚜렷한 기승전결 속에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축구란 본래 노동자계급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현재에 이르렀다. 고급 예술로 분류되는 무용으로 축구를 해석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공연 보기 따분해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보기에 좋지만,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된 무용수들을 보면 시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11월 20~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만~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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