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필연적인 건 감내하고 사랑하라
서울 동대문에서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까지 관동대로를 걸어갈 때의 일이다. 양수리에서 양평에 이르는 6번 국도를 따라 함께 걷고 있던 한 도반이 내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저 걸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왜요?” “매연과 소음 때문에요.” 차량들이 다니는 대부분의 길은 온통 매연과 소음의 종합백화점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특별한 방음장치를 하지 않는 이상 소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어둠이 내리는 저녁까지 “싱싱한 딸기가 왔어요” “달고 맛있는 꿀 사과 왔어요” 하고 소리치는 행상들 소리에 계절이 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무슨 일로 이렇게 조용하지?” 오히려 의구심이 생긴다. 소음이 사라진 순간에도 이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고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소음을 사랑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청소년기를 보낸 두 곳의 집 역시 길갓집이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소리와 두런대는 소리들이 방문을 통해 내게 곧바로 들렸다.
“도시인은 침묵이 지배하는 공간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그는 침묵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얼른 큰소리로 말을 하거나 자동차의 라디오나 CD음악을 켜서 안도감을 주는 소리를 추가한다. 소음에 길이 든 사람들에게 고요한 침묵의 세계는 결국 표적이 사라진 불안의 세계가 되고 만다.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딱 그쳐버리면 기분이 으스스해지기 쉽다. 그것은 곧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기 직전의 정지 순간처럼 느껴져서 길갓집에 사는 사람들은 공연히 겁을 내며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실린 글이다.
작금의 시대에 길을 걷기 위해서는 참고 견디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다. 나는 그 도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나그네는 길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야 하므로 매연도 보약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매연도 몸에 좋은 보약이라고 여기며 달게 받아들이세요.” 그러면서 니체의 운명애를 들려주었다.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나의 공식은 운명애이다. 필연적인 것은 감내하고 사랑해야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은 소음도 아름다운 음악이나 풀벌레의 노래 소리처럼 들으며 가는 그런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길을 걷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이자 화두이다.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집도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특별한 방음장치를 하지 않는 이상 소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어둠이 내리는 저녁까지 “싱싱한 딸기가 왔어요” “달고 맛있는 꿀 사과 왔어요” 하고 소리치는 행상들 소리에 계절이 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무슨 일로 이렇게 조용하지?” 오히려 의구심이 생긴다. 소음이 사라진 순간에도 이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고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소음을 사랑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청소년기를 보낸 두 곳의 집 역시 길갓집이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소리와 두런대는 소리들이 방문을 통해 내게 곧바로 들렸다.
“도시인은 침묵이 지배하는 공간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그는 침묵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얼른 큰소리로 말을 하거나 자동차의 라디오나 CD음악을 켜서 안도감을 주는 소리를 추가한다. 소음에 길이 든 사람들에게 고요한 침묵의 세계는 결국 표적이 사라진 불안의 세계가 되고 만다.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가 딱 그쳐버리면 기분이 으스스해지기 쉽다. 그것은 곧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기 직전의 정지 순간처럼 느껴져서 길갓집에 사는 사람들은 공연히 겁을 내며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실린 글이다.
작금의 시대에 길을 걷기 위해서는 참고 견디는 방법밖에 도리가 없다. 나는 그 도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나그네는 길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야 하므로 매연도 보약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매연도 몸에 좋은 보약이라고 여기며 달게 받아들이세요.” 그러면서 니체의 운명애를 들려주었다.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나의 공식은 운명애이다. 필연적인 것은 감내하고 사랑해야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은 소음도 아름다운 음악이나 풀벌레의 노래 소리처럼 들으며 가는 그런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길을 걷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이자 화두이다.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06-07 21:19:10ㅣ수정 : 2012-06-07 21: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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