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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9> 영화·TV 속 클래식 이야기

ngo2002 2010. 3. 8. 12:58

2009.07.09 00:02 입력 / 2009.07.09 00:02 수정

일본 드라마 ‘결못남’, 한국판서 음악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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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익지만 정확한 작품 이름은 잘 모를 클래식 음악.” 영화 ‘실미도’ ‘올드보이’, 드라마 ‘겨울연가’ 등의 작곡가로 참여했던 이지수(28)씨가 일러 준 ‘선곡 비법’ 중 하나다. 이씨는 드라마 ‘여름향기’에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영화 ‘혈의 누’에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편곡해 넣었다. 이처럼 CF·드라마·영화에 들어가는 클래식 음악은 ‘약간의 의외성’이 관건. 듣는 입장에서는 제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나온 수백 개의 배경 음악 제목만 정리해 놓은 블로그·카페가 있을 정도다.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과 궁금증을 남긴 클래식 음악을 정리해 본다.

김호정 기자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한국은 드보르자크, 일본은 말러


일본에서 말러를 듣던 독신남, 한국에서는 드보르자크를 듣는다.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결못남’에서 주인공은 ‘결혼이 삶을 갉아먹는다’고 믿는다. 그는 결혼과 가정생활에 쓸 돈으로 고급 오디오를 샀다. 이 오디오에서 매회 한 번 이상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주인공이 결혼과 바꾼 ‘삶’이기도 하다.

일본의 독신남(아베 히로시)은 말러의 교향곡 5번 5악장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4악장을 듣는다. 한국의 ‘결못남’(지진희)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4악장,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1악장,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서곡 등을 감상한다. 한국판 드라마의 음악 코디네이터를 맡은 최인희씨는 “현대음악, 복잡한 작품도 인기가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좀 더 쉽고 분명한 음악을 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음악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다. 옆집 주민과 소음 분쟁을 일으키는 ‘괴팍남’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시끄러운’ 호른과 트럼펫 연주 부분으로 시작했다. 4악장의 원래 서두인 현악기 연주 부분을 생략한 것. 작곡가가 고향 체코를 떠나 도착한 ‘신세계’, 미국에서의 환희를 표현한 관악기의 맹렬한 소리가 드라마 독신남의 꼿꼿한 성격과 맞아떨어진다.

‘신세계’ 교향곡 외에도 이 드라마에 쓰이는 음악은 대부분이 강하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 베토벤 교향곡 7번 4악장 등 밝고 드라마틱한 작품들이 주로 나온다. 속에 든 외로움을 절대 끄집어내지 않는 독신남의 겉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영화 ‘올드보이’
잔혹한 장면엔 정경화의 빠른 비발디


“꽁꽁 언 발을 때리는 추위에 이가 딱딱 부딪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의 각 계절에 시를 직접 써서 붙였다. ‘겨울’에도 혹독한 추위를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 놨다. 이 시 때문에 3도 병행으로 진행하는 음이 그려진 악보가 딱딱 부딪치는 이의 모양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그럴듯하다.

이 덜덜 떨리는 추위를 가져다 쓴 영화가 ‘올드보이’다. 15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갇혀 있던 오대수(최민식)가 탈출 후 감방 관리인(오달수)의 이를 뽑는 끔찍한 장면에서 ‘겨울’ 1악장이 쓰였다. 바이올린 음색이 귀를 때리는 듯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다. 빠르고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음색이 ‘딱 정경화’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 ‘사계’를 그 장면에 가져다 쓴 것을 보고 박찬욱을 무한히 존경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올드보이의 조영욱 음악 감독은 “음악을 역설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로 ‘사계’를 끌어왔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그렸다고만 알려진 ‘사계’를 들을 때 머리가 쭈뼛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보다 속도를 높여 연주한 정경화의 음반을 고른 것도 격정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비발디 칸타타 ‘그만 두어라 이제는 끝났다’ 중 아리아 ‘왜 나의 슬픔만 원할까’를 쓴 것도 ‘박찬욱+조영욱’ 복식조의 작품이다. 바로크 음악의 어두움과 거친면을 끄집어낸 감식안이다.

광고 ‘에쿠스’
베토벤 ‘영웅’으로 품위를 말하다


‘쿵짝짝’ 하는 3박의 리듬은 보통, 영웅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이 ‘춤의 박자’ 위에 영웅을 그려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다. 베토벤이 1804년에 완성한 이 작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이 스스로를 황제로 칭하자 작곡가가 분노하며 ‘보나파르트’로 하려던 제목을 바꿨다는 것은 베토벤의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에 의해 전하는 이야기다.

베토벤이 3박자 위에 올린 음 또한 단순하다. 음계의 기본이 되는 ‘도미솔’이다. 이 주제는 변형·반복 등을 통해 수많은 형태로 바뀌다가 재현부에서 위풍당당해진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가 올 3월 ‘에쿠스 프레스티지’를 출시하면서 바로 이 재현부를 광고에 썼다. 쉬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클래식 배경 음악으로 제격인 덕이다. 은은히 반짝이는 차를 전체적으로 훑는 시선과 당당한 영웅의 이미지를 겹치게 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제품의 이미지를 위해 이 음악을 썼겠지만, 실제로는 ‘영웅’ 교향곡을 이해하는 데 광고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영웅’ 교향곡은 이전 교향곡들에 비해 이례적으로 길고(50여 분) 전개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고전시대를 닫고 낭만시대를 연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초연(初演)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하이든·모차르트 시대의 간결하고 똑떨어지는 작품에 익숙해 있던 청중은 이 작품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과속 스캔들’
피아노 ‘신동’엔 브람스 춤곡이 딱


10대에 낳은 딸이 또 10대에 낳은 손자. 황기동(왕석현)이 유치원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 조막만 한 손이 날아다닌다. 건반을 이리저리 훑어가며 연주하는 곡이 요하네스 브람스(1833~97)의 ‘헝가리안 댄스’ 5번이다.

천재적 음악 재능을 물려받은 손자는 기가 막힌 재주로 이 곡을 연주한다. 중간중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주도 서슴지 않는다. 귀여운 손자와 귀신 같은 연주로 영화의 맛을 더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브람스의 ‘착각’ 아래 탄생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는 21개의 헝가리 무곡을 썼다. 11, 14, 16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헝가리의 민속 멜로디를 가지고 만든 곡이다. 그런데 그가 헝가리의 노래라고 생각해 가져다 쓴 5번의 멜로디가 사실은 동시대의 헝가리의 작곡가 켈레르 벨라(1820~82)의 작곡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브람스의 작곡 능력만큼은 확실했다. 헝가리 무곡 21곡은 그의 작품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기록된다. 이 작품들은 오케스트라, 듀오 피아노, 솔로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편곡됐다. 1~4분에 이르는 길이는 연주회의 앙코르로도 제격이다. 특히 어둡고 무거운 느낌인 1번은 지휘자 정명훈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애용하는 앙코르다.

이에 반해 빠른 템포와 반복적인 리듬을 갖춘 5번은 ‘신동’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작품이다. 뒤로 갈수록 화려해지는 손놀림 때문에 영화에서 아역배우는 첫 부분만을 실제로 연주했다고 한다. 뒷부분은 대역과 편집을 썼다.



알쏭달쏭 그 음악 제목은

CF 에어컨 ‘휘센’ 세계 각지를 돌며 사람들의 옷자락을 날리던 바람에 모델 송승헌·한예슬이 시원해하는 장면.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의 3악장/쏟아지는 우박과 으르렁대는 하늘을 그린 음악.

카메라 ‘캐논 익서스’ “언제부터 카메라가 사람을 휴지통에 버리기 시작했는가?”라며 후보정이 필요 없는 카메라의 성능을 강조.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종)’/높은 음으로 종소리를 묘사한 작품. 연주자들에게 어려운 곡으로 유명하다.

하이마트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는 가사로 유명해진 장면.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호색한인 ‘만토바 공작’이 변덕스러운 여성들에 대해 노래하는 내용.

영화 쌍화점 홍림(조인성)과 왕(주진모)의 로맨스 테마.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느리고 비장한 음악으로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도 나와 익숙해진 작품. 두 음씩 반복되는 구조가 사랑을 표현한 듯하다.

리플리 리플리(맷 데이먼)가 친구 디키(주드 로)를 살해한 뒤 보는 오페라. 차이콥스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2막 2장 결투 장면/오네긴의 손에 죽는 렌스키의 애절한 노래. 친구를 죽인 리플리의 상황을 오버랩했다. 리플리는 렌스키의 아리아를 들으며 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공장에서 대형 초콜릿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장면. R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장대하게 상승하는 음의 진행이 인상적인 교향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일출 방면에도 쓰임.

드라마 모래시계 혜린(고현정)의 테마로 쓰임. 드라마에서는 남성의 음성으로 편곡. 파가니니 바이올린 소나타 12번 1악장/러시아의 우수가 담긴 선율. 원곡은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곡. 후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주로 연주됨.

찬란한 유산 여주인공 고은성(한효주)이 슬플 때 나오는 테마.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2악장/17세기 바로크의 소박한 반주 음형으로 연주되는 멜로디.

여름 향기 피아노 연주로 편곡돼 드라마의 메인 테마로 쓰임. 슈베르트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 중 ‘세레나데’/슈베르트의 마지막 연가곡집에 포함된 곡. 루드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

엄마가 뿔났다 시어머니 고은아(장미희)가 거실에서 듣는 작품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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