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자유주의]“90년대 말 규제완화가 비정규직 양산 주범”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2) 노동 유연화 Ⅱ- 일본
“일본의 고용환경 악화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결과입니다.”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파견유니온’의 세키네 슈이치로(關根秀一郞) 서기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고삐풀린 규제완화가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단기적 이익만을 최고선으로 추구하는 경영자들의 자세”를 지적하며 “정규사원 위주의 고용·노동정책은 변혁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견유니온은 일용 노동 금지, 파견사원의 권익 옹호 등을 내걸고 2005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규모 노조로, 현재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 비정규직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전후 일본에서는 노동자 파견, 중간 착취 등을 법률로 규정해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고도성장기에 편승해 간접고용 알선 사업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죠. 세계적인 파견회사(고용알선업체)인 미국의 ‘맨파워’가 일본에 상륙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72~73년 ‘맨파워’를 모방한 파견업체들이 속속 생겨난 것이죠. 현재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5400만명의 3분의 1이니까 1800만명 정도입니다. 3월까지 10여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됐죠.”
-고용환경 악화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법적 규제 완화입니다. 90년대초 버블 붕괴 이후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눈 앞의 이익, 주가 등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노동력은 싼 게 좋은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95년 당시 닛게이렌(日經聯·일본경영자단체 연맹, 현 게이단렌·經團聯)은 신시대 일본의 경영이란 미명하에 언제든지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96년과 99년에 제조업 파견사원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규제완화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비정규직 고용이 자유화됐죠.”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원인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쓰고 버리는 노동력이 가능토록 한 고용의 유연화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전망 자체가 불충분합니다. 노동자를 위한 여러 안전망을 갖췄다고 하지만 모두 정사원 중심의 제도입니다. 급속히 증가하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존 안전망으로 구제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제도의 변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경우인가요.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험을 받기 힘들어요.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으면 한 달간 고용보험 신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반면 정규직은 실직 1주일 이내에 고용보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다른 일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죠. 실직하고 1개월 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도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을 신청할 수 없는 겁니다.”
-비정규직이 실직한 뒤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실직 후에는 이른 시일 내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연결망을 강화해 줘야 합니다. 실업 대책 사업을 늘리라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면 환경, 복지 등 노동력이 부족한 부문이 많습니다. 이런 공공사업을 늘려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헬로 워크’(정부가 운영하는 무료직업안내소)는 효과가 없습니까.
“별 도움이 안됩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실직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해고되기 때문에 기숙사에서도 쫓겨나고 PC방을 전전하게 됩니다. 일부는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이들은 거처도 없고 가진 돈도 적습니다. 최소한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보장되는 직장, 또 그날 그날 급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 맞는 일이 헬로 워크에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서도 노동자간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우선 노동자에 대해 ‘동일 노동, 동일 급여’와 같은 균등한 대우가 필요합니다. 기간을 정한 뒤 고용하는 ‘기간 고용’도 규제해야 합니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없는 기간제 고용이 금지돼 있어요. 몇 달 일 시키고 해고하고, 또 다시 몇 달 계약하고 고용하는 게 사라져야 합니다. 하청이나 중간착취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해요.”
<도쿄 | 조홍민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일본의 고용환경 악화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결과입니다.”
그는 “단기적 이익만을 최고선으로 추구하는 경영자들의 자세”를 지적하며 “정규사원 위주의 고용·노동정책은 변혁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견유니온은 일용 노동 금지, 파견사원의 권익 옹호 등을 내걸고 2005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규모 노조로, 현재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 비정규직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전후 일본에서는 노동자 파견, 중간 착취 등을 법률로 규정해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고도성장기에 편승해 간접고용 알선 사업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죠. 세계적인 파견회사(고용알선업체)인 미국의 ‘맨파워’가 일본에 상륙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72~73년 ‘맨파워’를 모방한 파견업체들이 속속 생겨난 것이죠. 현재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5400만명의 3분의 1이니까 1800만명 정도입니다. 3월까지 10여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됐죠.”
-고용환경 악화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법적 규제 완화입니다. 90년대초 버블 붕괴 이후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눈 앞의 이익, 주가 등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노동력은 싼 게 좋은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95년 당시 닛게이렌(日經聯·일본경영자단체 연맹, 현 게이단렌·經團聯)은 신시대 일본의 경영이란 미명하에 언제든지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96년과 99년에 제조업 파견사원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규제완화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비정규직 고용이 자유화됐죠.”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원인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쓰고 버리는 노동력이 가능토록 한 고용의 유연화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전망 자체가 불충분합니다. 노동자를 위한 여러 안전망을 갖췄다고 하지만 모두 정사원 중심의 제도입니다. 급속히 증가하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존 안전망으로 구제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제도의 변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험을 받기 힘들어요.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으면 한 달간 고용보험 신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반면 정규직은 실직 1주일 이내에 고용보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다른 일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죠. 실직하고 1개월 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도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을 신청할 수 없는 겁니다.”
-비정규직이 실직한 뒤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실직 후에는 이른 시일 내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연결망을 강화해 줘야 합니다. 실업 대책 사업을 늘리라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면 환경, 복지 등 노동력이 부족한 부문이 많습니다. 이런 공공사업을 늘려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헬로 워크’(정부가 운영하는 무료직업안내소)는 효과가 없습니까.
“별 도움이 안됩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실직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해고되기 때문에 기숙사에서도 쫓겨나고 PC방을 전전하게 됩니다. 일부는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이들은 거처도 없고 가진 돈도 적습니다. 최소한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보장되는 직장, 또 그날 그날 급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 맞는 일이 헬로 워크에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서도 노동자간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우선 노동자에 대해 ‘동일 노동, 동일 급여’와 같은 균등한 대우가 필요합니다. 기간을 정한 뒤 고용하는 ‘기간 고용’도 규제해야 합니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합리적인 이유없는 기간제 고용이 금지돼 있어요. 몇 달 일 시키고 해고하고, 또 다시 몇 달 계약하고 고용하는 게 사라져야 합니다. 하청이나 중간착취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해요.”
<도쿄 | 조홍민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입력 : 2009-04-12 17:29:55ㅣ수정 : 2009-04-12 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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