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콜터 장군, 네덜란드 벨테브레이 동상이 왜 서울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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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주리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면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겠지요. 독립운동가와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의 동상이 많은 이유랍니다. 민족 문화와 학문·기술 발전에 기여한 것도 높이 평가합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이 덕수궁과 여의도공원 두 곳에 세워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7월이면 광화문광장에 또 하나의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섭니다.
국민 정서에도 맞아야 하겠지요. 뛰어난 예술 작품을 남겼다 하더라도 그 예술가가 반민족적인 행위를 했다면 동상으로 세워질 수 없는 것이죠. 심의단은 역사적 자료와 세밀한 고증을 통해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이 기준에 맞으면 국민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전쟁 중 포항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전쟁 뒤에는 유엔 한국재건단 단장으로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준 미국인 존 B 콜터 장군이 어린이대공원에서 30년 이상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조선 인조 때 귀화해 첨단 무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병자호란에서도 공을 세운 네덜란드인 박연(본명 벨테브레이)이 동상으로 만들어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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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동상은 4개에 불과합니다. 과거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죠. 신사임당, 유관순 열사, 김마리아 선생이 주인공입니다. 유관순 열사의 동상은 어린이대공원과 장충단공원 두 곳에 있습니다.
동상은 어디에 세워질까요. 동상의 주인공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주요 활동 무대가 어디인지가 고려됩니다. 묘소 위치도 중요합니다.
44개 동상 중 40%인 17개가 종로·중구에 있습니다. 동상 인물 중 다수를 차지하는 독립운동가의 주 무대가 이곳이라고 합니다. 사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종로·중구가 중심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상 크기는 특별한 제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따집니다.
동상은 ‘도산기념사업회’ ‘손병희 선생 기념협회’ 같은 각종 기념회나 정부기관이 제작합니다. 이 중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눈에 띕니다. 68년부터 5년 동안 동상을 15개나 만들었습니다. 60년대 후반 만들어진 이 단체의 초대 총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2대 총재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맡을 만큼 막강한(?) 단체였습니다. 총재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거물급 위원 20여 명이 동상 제작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돈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동상을 관리하고 유지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건립자나 단체에 있습니다. 구청이나 서울시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필요하면 행정지도를 합니다.
동상 제작 비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승용차 값이 1000만원부터 몇 억원까지 다양한 것과 비슷합니다.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큽니다. 광화문광장에 들어설 세종대왕 동상을 만드는 데 30억원 정도 들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동상의 재료는 대부분 청동입니다. 튼튼하고 쉽게 녹슬지 않는 특징이 있는 청동은 여러 나라에서 동상의 주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화강암·대리석도 제법 쓰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의 동상이라고 해도 시민들이 보기 어렵다면 소용없겠죠. 그래서 남향이나 북향을 따지지 않고 행인과 눈을 마주칠 수 있도록 보행로를 향해 서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정면이 아닌 약간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동상 아래를 지나는 시민들과 마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큰 동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순신 장군의 동상입니다. 높이 7m에 무게가 8t, 장군을 떠받드는 받침대도 높이가 12m나 됩니다.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인이 무서워할 만한 동상을 세우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높이 80㎝(받침대 높이 2m)의 자그마한 흉상이어서 대조적입니다.
99년 세종대왕 동상이 여의도공원에 들어선 뒤 서울시의 공공용지에 세워진 동상은 없습니다. 영웅에 대한 존경, 애국심, 민족의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식은 것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동상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동상을 관리하는 주무 부서도 없어 현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서울시디자인본부에서 심의만 맡고 있는 상황이지요. 더 동상을 세우지 말고 현재 있는 동상이라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입니다.
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