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二
■ 사람이 만물 가운데 신령스러운 까닭은 눈으로 만물의 빛깔을 받아들이고 귀로
만물의 소리를 받아들이며, 코로 만물의 냄새를 받아들이고 입으로 만물의 맛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색(色) 성(聲)기(氣) 미(味)는만물의 체(體)이고,이(耳)목(目)
구(口 )· 비(鼻)는 만인(萬人)의 용(用)이다.
■ 체(體)에는 정해진 작용이 없고 오직 변變이 작용이다. 작용에는 정해진 체(體)가
없고 오직 화(化)가 체(體)이다. 체와 용(用)이 교류하여 사람과 사물의 도(道)가
빠짐없이 갖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 그러므로 사람도 또한 물체이고 성인(聖人)도 또한 사람이다. 하나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고 열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으며, 백(百)의 물체를 감당
하는 물체가 있고, 천(千)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으며, 만(萬)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고 억(億)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으며, 조(兆)의 물체를
감당하는 물체가 있다. 하나의 물체가 조(兆)의 물체를 감당하는 것이 어찌 사람이
아니겠는가! 한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고 열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으며,
백(百)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고 천(千)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으며,
만(萬)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고 억(億)의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으며,
조(兆)의 사람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조(兆)의 사람을 감당하는 자가 어찌 성인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물체 가운데에서 가장 지극하고 성인은 사람 가운데에서 가장 지극한 것을
알 수 있다. 물체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을 물체중의 물체라고 하며, 사람 가운
데에서 가장 빼어난 것을 사람중의 사람이라고 한다. 물체 가운데의 물체는 지물
(至物)을 말함이고 사람 가운데의 사람은 지인(至人)을 말함이다. 하나의
지물(至物)은 하나의 지인(至人)에 해당하니 어찌 성인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나는 믿지 못하겠노라.
■ 무엇 때문인가? 일심(一心)으로 만심(萬心)을 살피고 일신(一身)으로 만신(萬身)
을 살피며, 일물(一物)로 만물(萬物)을 살피고 일세(一世)로 만세(萬世)를 살피기
때문이다.
■ 또 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대신하고 입으로 하늘의 말을 대신하며, 손으로 하늘의
일을 대신하고 몸으로 하늘의 임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 또 위로 천시(天時)를 알고 아래로 지리(地理)를 다하며, 가운데로 물정(物情)에
밝고 인사(人事)를 환하게 알기 때문이다.
■ 또 하늘땅의 출입조화(出入造化)와 고금(古今)의 진퇴(進退)와 인물(人物)의
표리(表裏)를 두루 꿰뚫고 환하게 알기 때문이다.
■ 아아, 성인이여! 세세토록 성인을 본받지 않으리요, 나는 눈으로 보아서 알게 된
것이 아니오. 비록 눈으로 보아 알 수 없을지라도 마음으로 자취를 살펴서 그 체(體)
와 용(用)을 찾아 깊이 연구한다면 억만 천 년일지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 사람들이 나에게 묻기를 "천지의 밖에 따로 천지만물이 있으며 이 천지만물과
다릅니까!" 하니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나뿐이 아니라 성인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릇 지(知)라는 것은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것이고 언(言)이라는 것은 입으로 얻어서
말하는 것이다. 이미 마음으로 깨달아 알지 못하는데 또 어떻게 입으로 얻어서 말을
하겠는가? 마음으로 깨달아 알지 못하는 것을 망지(妄知)라 하고 입으로 깨달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망언(妄言0이라고 한다. 내 어찌 망인(妄人)을 좇아 망지(妄知 )
망언(妄言)을 행하겠는가!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三.
■ `주역(周易)`에 이르길 이(理)를 깊이 파고들고 성(性)을 다하여 명(命)에
이른다고 하였다. 이(理)란 물체의 이치이고 성(性)이란 하늘의 성(性)이다.
명(命)이란 이(理)와 성(性)을 머무는 것인바, 능히 이(理)와 성(性)을 처리하는
것은 도(道)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로써 도(道)는 천지의 근본이고
천지는 만물의 근본임을 알게 된다.
■ 천지로 만물을 보면 만물도 물체이고, 도(道)로 천지를 보면 천지도 또한 만물이다.
도의 도는 하늘에서 다하고 하늘의 도는 땅에서 다하며, 천지의 도는
만물에서 다하고 천지만물의 도는 사람에게서 다한다. 사람이 능히 천지만물의
도가 사람에게서 다하게 됨을 안 뒤에야, 능히 백성을 극진하게 할 수 있다.
하늘이 만물을 극진하게 하니 호천(昊天)이라 하고, 사람이 능히 백성을 극진하게
하는즉 성인이라고 한다.
■ 호천(昊天)이 만물과 다르다면 호천이라고 말할 수 없고 성인(聖人)이
만민(萬民)과 다르다면 성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만민은 만물과 같으므로
성인은 호천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성인과 호천은 하나의 도이다.
성인과 호천이 하나의 도이면 만물과 만민도 하나의 도이다.
일세의 만민과 만물이 이미 하나의 도가 되었으니 만세의 만민과
만세(萬世)의 만물도 또한 하나의 도임이 분명하다.
■ 무릇 호천昊天이 만물을 극진하게 하고 성인이 백성을 극진하게 함에 있어서 모두
사부四府가 있다. 호천昊天의 사부四府는 춘春, 하夏, 추秋, 동冬이고 음양陰陽이
그 사이에서 오르고 내린다. 성인聖人의 사부四府는 역易, 서書, 시詩, 춘추春秋이고
예악禮樂이 그 사이에서 융성하고 쇠퇴한다. 봄은 만물을 생기게 하는 부府이고,
여름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부府이며, 가을은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부府이고,
겨울은 만물을 갈무리하는 부府이다. 물체라 부르는 것은 거의 만萬이나 되는데
비록 만萬의 만萬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이 호천昊天의 사부四府에서 나오는 것이다.
역易은 백성을 낳는 부府이고 서書는 백성을 기르는 부府이며, 시詩는 백성을 거두는
부府이고 춘추春秋는 백성을 갈무리 저장하는 부府이다. 백성은 거의 만萬이나
되는데 비록 만萬의 만萬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이 성인의 사부四府에서 나오는
것이다. 호천昊天의 사부四府는 시時이고 성인의 사부四府는 경經이다. 호천昊天이
시時를 사람에게 주면 성인聖人은 경經으로 하늘을 본받는데 하늘과 사람의 사업이
이와 같지 않으리오.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四.
■ 봄을 보면 역易이 있음을 알게 된다. 여름을 보면 서書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가을을
보면 시詩가 있음을 알게 된다. 겨울을 보면 춘추春秋가 있음을 알게 된다.역易의
역易은 생생生生이라 하고 역易의 서書는 생장生長이라 하며, 역易의 시詩는
생수生收라 하고 역易의 춘추春秋는 생장生藏이라고 한다.서書의 역易은
장생長生이라 하고 서書의 서書는 장장長長이라 하며, 서書의 시詩는 장수長收라 하고
서書의 춘추春秋는 장장長藏라고 한다.시詩의 역易은 수생收生이라 하고 시詩의
서書는 수장收長이라 하며, 시詩의 시詩는 수수收收라 하고 시詩의 춘추春秋는
수장收藏이라고 한다.춘추春秋의 역易은 장생藏生이라 하고 춘추春秋의 서書는
장장藏長이라고 하며, 춘추春秋의 시詩는
장수藏收라 하고 춘추春秋의 춘추春秋는 장장藏藏이라고 한다.
■ 생생生生을 다스리는 것은 의意이고 생장生長을 다스리는 것은 언言이며,
생수生收를 다스리는 것은 상象이고 생장生藏을 다스리는 것은 수數이다.장생長生을
다스리는 것은 인仁이고 장장長長을 다스리는 것은 의義이며, 장수長收를 다스리는
것은 예禮이고 장장藏藏을 다스리는 것은 지智이다.수생收生을 다스리는 것은
성性이고 수장收長을 다스리는 것은 정情이며, 수수收收를 다스리는 것은 형形이고
수장收藏을 다스리는 것은 체體이다.장생藏生을 다스리는 것은 성聖이고 장장藏長을
다스리는 것은 현賢이며, 장수藏收를 다스리는 것은 재才이고 장장藏藏을
다스리는 것은 술術이다.
■ 의意를 잘 다스린 자는 삼황三皇이요, 언言을 잘 다스린 자는 오제五帝라 하며,
상象을 잘 다스린 자는 삼왕三王이 되며, 수數를 잘 다스린 자는 오패五覇라고 한다.
■ 인仁을 잘 다스린 바는 우虞나라가 되며, 예禮를 잘 다스린 바는 하夏나라가 되며,
의義를 잘 다스린 바는 상商나라가 되며, 지智를 잘 다스린 바는 주周나라가 된다.
■ 성性을 잘 다스린 바는 문왕文王이요, 정情을 잘 다스린 바는 무왕武王이 되며,
형形을 잘 다스린 바는 주공周公이요, 체體를 잘 다스린 바는 소공召公이 된다.
■ 성聖을 잘 다스린 바는 진秦나라 목공穆公이요, 현賢을 잘 다스린 바는 진晉나라
문공文公이며, 재才를 잘 다스린 바는 제齊나라 환공桓公이요, 술術을 잘 다스린 바는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된다.
■ 황皇 · 제帝 · 왕王 · 패覇는 역易의 체體이고 우虞 · 하夏 · 상商 · 주周는 서書의
체體이며, 문왕文王 · 무왕武王 · 주공周公 · 소공召公은 시詩의 체體이고 목공穆公
· 문공文公 · 환공桓公 · 장왕莊王은 춘추春秋의 체體이다.
■ 의意 · 언言 · 상象 · 수數는 역易의 용用이고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는 서書의
용用이며, 성性 · 정情 · 형形 · 체體는 시詩의 용用이고 성聖 · 현賢 · 재才 · 술術은
춘추春秋의 용用이다.
■ 용用이란 심心이고 체體란 적迹이다. 심心과 적迹의 사이에 권權이 있는데
성인聖人의 사업이다.
■ 삼황三皇은 의意는 같으나 화化가 다르고 오제五帝는 언言은 같으나 교敎가 다르며,
삼왕三王은 상象은 같으나 권勸이 다르고 오패覇는 수數는 같으나 솔率이 다르다.
의意는 같으나 화化가 다르면 반드시 도道로 해야 한다. 도道로 백성을 화해야만
백성이 도道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自然을 숭상한다. 자연이란 무위無爲와
무유無有이다. 무위無爲란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넓어질 수 있다. 무유無有란 갖지 않는 것이 아니고 억지로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크게 넓어질 수 있고 빠짐없이 갖출 수 있다. 억지로 하지 않고 억지로 갖지 않는 것은 오직 삼황三皇뿐이다. 그러므로 도道로 천하를 화할 수 있고 천하도
도道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백성은 스스로 화하고 나는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는데 백성은 저절로 잘살게
되며, 나는 가만히 있는데 백성은 저절로 바르게 되고 나는 욕심이 없는데 백성은
스스로 소박하게 된다.` 바로 이러함을 이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 삼황三皇은 인仁은 같으나 화化가 다르고 오제는 예禮는 같으나 교敎가 다르며,
삼왕三王은 의義는 같으나 권勸이 다르고 오패五覇는 지智는 같으나 솔率이 다르다.
예禮는 같으나 교敎가 다르면 반드시 덕德으로 해야 한다. 덕德으로 백성을 교화해야만 백성이 덕德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사양辭讓을 숭상한다. 무릇 사양辭讓이란 남을 먼저 위하고 자신을 뒤로 돌리는 것이다. 천하를 남에게 넘겨주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은 본래 없음과 같고, 천하를 넘겨받은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본래 있음과 같다. 본디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것은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없어도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함이다. 내가 없어도
있다는 것은 하나의 머리카락을 사람에게서 취하는 것과 같으므로 어찌 탐내고
비루하고 더러운 생각이 생기겠는가! 그러나 하물며 천하임에랴. 천하의 천하이지
나의 천하가 아니라는 것을 안 자는 오직 오제五帝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덕德으로
천하를 교화하면 천하가 덕德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여 가로되
옷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림에 건곤乾坤에서 취한 것이라 하니 이것을 이르는 것이다.
■ 삼황三皇의 성性은 같으나 화化가 다르고 오제五帝는 정情은 같으나 교敎가 다르며,
삼왕三王은 형形은 같으나 권權이 다르고 오패五覇는 체體는 같으나 솔率이 다르다.
형形은 같으나 권權이 다르면 반드시 공功으로 해야한다. 공功으로 백성을
권면해야만 백성이 공功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를 숭상한다.
무릇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바른 것으로 바르지 않는 것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천하의 정正은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과 같고, 천하의 부정不正은 백성을 해롭게
하는 것과 같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을 정正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임금이라고 한다.
백성을 해롭게 하는 것을 부정不正이라 하는데 이것을 도둑이라고 한다. 이利로써
해害를 물리치면 어찌 임금에게서 떠날 것이며, 임금으로서 도둑을 물리치면 어찌
임금을 죽이겠는가! 그러므로 임금을 안다는 것은 정正이다. 공功으로 천하의 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하면 천하 또한 공功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여
가로되 천지의 변혁變革으로 사시四時가 이루어지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의
혁명革命으로 하늘에 순응하고 사람에게 감응함이 바로 이것을 이르는 것이다.
■ 삼황三皇은 성聖은 같으나 화化가 다르고 오제五帝는 현賢은 같으나 교敎가 다르며,
삼왕三王은 재才가 같으나 권權이 다르고 오패五覇는 술術은 같으나 솔率이 다르다.
술術은 같으나 솔率이 다르면 반드시 힘으로 해야 한다. 힘으로 백성을 통솔해야만
백성이 힘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싸움을 숭상하게 된다. 무릇 싸움이란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이익을 얻음에 의義로써 하지 않기에 쟁爭이라고 한다.
작은 싸움은 말로 하고 큰 싸움은 무기로 하게 된다.
싸움은 강약强弱이다. 이것을 다른 이름으로 말하면 곡직曲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란 것은 사물에 명하여 사물을 바르게 하기 위해 일컫는 것이다. 이익이라는
것은 사람을 기르고 일을 이루기 위해 있는 도구이다. 이름이 인仁으로 하지 못하면
업적을 지키지 못하고 이익이 의義로 하지 않으면 이익은 공功에 머물지 않는다.
이름이 업적을 지키지 못하면 어지러워지게 되어 백성들이 반드시 다투게 된다.
오패五覇는 헛된 이름을 빌려서 실리實利를 노리고 싸우게 된 것이다. 제帝에 미치지
못하면 왕王이 되고 왕王에 미치지 못하면 패覇가 된다. 이 패覇에 미치지 못한 것이
바로 오랑캐이다. 그러한즉 오패五覇가 중국中國에 공功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왕王이라 하기에는 모자란다. 오랑캐보다는 뛰어나다.주周나라가 동쪽으로 옮김으로써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공덕이 이에 끝나게 되었으나 오히려 24 명의 임금 동안
왕실이 실처럼 끊어지지 않고 오랑캐들이 감히 중원中原을 침입하여 해롭게 하지 못한
것은 오패五覇가 이름의 힘을 빌린 것이다. 이로써 능히 힘으로 천하를 통솔하려하면
천하 역시 힘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애꾸눈과
절름발이가 더 잘 보고 잘 달리려다가 호랑이 꼬리를 밟아 물려서 흉凶이 되는 것이며, 무사[武人]가 어진 임금이 되려고 함이 이를 이르는 것이 아니리요.
■ 무릇 의意란 만물의 성性을 다하는 것이고 언言이란 만물의 정情을 다하는 것이며,
상象이란 만물의 형形을 다하는 것이고 수數란 만물의 체體를 다하는 것이다.인仁이란
사람의 성聖을 다하는 것이고 예禮란 사람의 현賢을 다하는 것이며, 의義란 사람의
재才를 다하는 것이고 지智란 사람의 술術을 다하는 것이다.만물의 성性을 다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만물의 정情을 다하는 것을 덕德이라 하며, 만물의 형形을 다하는
것을 공功이라 하고 만물의 체體를 다하는 것을 력力이라고 한다.사람의 성聖을
다하는 것을 화化라 하고 사람의 현賢을 다하는 것을 교敎라 하며, 사람의 재才를
다하는 것을 권勸이라 하고 사람의 술術을 다하는 것을 솔率이라 한다.
■ 도道 · 덕德 · 공功 · 력力은 체體가 있고 화化 · 교敎 · 권勸 · 솔率은 용用에 있다.
체體와 용用의 사이에 변變이 있는데 성인의 사업이다. 무릇 이 변變이란 호천昊天이
만물을 낳는 것을 이르고, 권勸이란 성인이 만민을 살리는 것을 말한다. 만물을
생성하지 않고 백성을 기르지 않는 것을 어찌 권勸 · 변變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五.
■ 천하를 가장 잘 화化하게 하는 것은 도道를 극진히 다함에 있고 천하를 가장 잘
교敎하게 하는 것은 덕德을 극진히 다함에 있으며, 천하를 가장 잘 권勸하게 하는 것은
공功을 극진히 다함에 있고 천하를 가장 잘 솔率하게 하는 것은 력力을 극진히
다함에 있다. 이 도道 · 덕德 · 공功 · 력力 이 화化가 된 것이 황皇이고 이 도道 ·
덕德 · 공功 · 력力 이 교敎가 된 것이 제帝이며, 이 도道 · 덕德 · 공功 · 력力 이
권勸이 된 것이 왕王이고 이 도道 · 덕德 · 공功 · 력力 이 솔率이 된 것이 패覇이다.
■ 화化 · 교敎 · 권勸 · 솔率 이 도道가 된 것을 역易이라 하고 화化 · 교敎 · 권勸 ·
솔率 이 덕德이 된 것을 서書라 하며, 화化 · 교敎 · 권勸 · 솔率 이 공功이 된 것을
시詩라고 하고 화化 · 교敎 · 권勸 · 솔率 이 력力이 된 것을 춘추春秋라고 한다.
이 네가지는 천지가 시작하면 같이 시작하고 천지가 마치면 같이 마치니 그 시작과 끝은 천지를 따르게 된다.
■ 무릇 고금古今이란 것은 천지 사이에 비유하면 아침 · 저녁과 같다. 지금으로 지금을
보면 지금이 되지만 나중에 지금을 보면 지금은 옛적이 된다. 지금으로 과거를 보면
이것을 옛날이라고 하며, 옛날이 스스로를 볼 것 같으면 옛날 역시 지금이 된다.
이로써 옛날 역시 반드시 옛날만 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 역시 반드시 지금만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자아自我로 보는 것인바 이것은 곧 도道로 보는 것이다. 어찌 천고千古의 앞이나 만고萬古의 뒤도 이 자아自我인 도道로 보면 알지 못함이 있으리요.
■ 그러한즉 황皇 · 제帝 · 왕王 · 패覇는 성인의 시詩이고 역易 · 서書 · 시詩 ·
춘추春秋는 성인의 경經이다.
■ 시詩에는 소장消長이 있고 경經에는 인혁因革이 있다. 시詩에 있는 소장消長은
비괘否卦와 태괘泰卦가 다한 것이고 경經에 있는 인혁因革은 손괘損卦와 익괘益卦가
다한 것이다.
■ 비괘否卦와 태괘泰卦가 극진하면 체體와 용用이 나누어지고, 손괘損卦와
익괘益卦가 극진하면 심心과 적迹이 구분된다. 체體와 용用이 나누어지고 심心과
적迹이 구분되면 성인의 사업이 갖추어지게 된다.
■ 예로부터 그 시대에 천하의 임금이 되는 것에 그 명命이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정명正命이고, 둘째는 수명受命이고, 셋째는 개명改命이고, 넷째는 섭명攝命이다.
정명正命이란 것은 이미 이루어진 것을 이어 받는 것인데, 곧 하늘이 명한 것을
전하여 받는 것이다. 수명受命이란 이어 받은 것을 바꾸는 것이고 개명改命이란
바꾸어서 전하여 주는 것이며 섭명攝命이란 바꾼 것을 다시 바꾸는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이어받는 것은 장長이 장長하는 것이고 이어받은 것을 바꾸는 것은
장長이 소消하는 것이며, 바꾸어서 전하여 주는 것은 소消가 장長하는 것이고 바꾼 것을 다시 바꾸는 것은 소消가 소消하는 것이다.
■ 1 세世의 사업은 오패五覇의 도道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0 세世의 사업은
삼왕三王의 도道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00 세世의 사업은 오제五帝의 도道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1,000 세世의 사업은 삼황三皇의 도道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황皇 · 제帝 · 왕王 · 패覇의 도道는 세世를 명 받은 것이고
공자孔子는 세世가 아님을 알겠다.
■ 공자가 가로되 은殷나라는 하夏나라의 예禮를 이어받았으니 그 덜고 보탬을
알 수 있다. 주周나라는 은殷나라의 예禮를 이어받았으니 그 덜고 보탬을 알 수 있다.
설령 주周나라를 이어받은 것이 비록 100 세世라도 알 수 있다. 무릇 이와 같은바
어찌 100 세世에 그치리요. 억천만세億千萬世도 가히 알 수 있으리라.
■ 사람들은 모두 공자孔子가 공자인 줄은 알지만 공자가 왜 공자인 줄은 모르며,
공자가 왜 공자인 줄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만일 공자가 왜 공자인 줄을 알려고 한다면 천지를 버리고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사람들은 모두 천지天地가 천지인 줄은
알지만 왜 천지인 줄을 모르며, 천지가 왜 천지인 줄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만일
천지가 왜 천지인 줄을 꼭 알려면 동정動靜을 버리고 어찌 알 수 있으리오.
■ 무릇 일동一動 · 일정一靜은 천지의 지극히 오묘함이고, 일동一動 · 일정一靜의
사이는 천지인天地人의 지극히 오묘하고 오묘함이다. 그러므로 공자孔子가
삼재三才의 도道에서 다하여 놓았는데 그 행적에 자취가 없음이라. 따라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자 한다.` 또 가로되 `하늘이 어떤 말을
하겠는가?` 사시四時가 행하고 만물이 생겨남이 이와 같음을 이르는 것이다.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六.
■ 공자孔子가 『역경易經』을 기리며 말하기를 복희伏羲와 헌원軒轅으로부터
내려왔고 『상서尙書』의 시작은 요임금과 순임금에서부터 내려왔으며, 『시경詩經』
을 정리함에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으로부터 내려왔고 『춘추春秋』를 정리함에
환공桓公과 문공文公으로부터 내려왔다. 복희 · 헌원으로부터 그 아래는 조祖로서
삼황三皇이고 요임금과 순임금으로부터 그 아래는 종宗으로서 오제五帝이며,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으로부터 그 아래는 자子로서 삼왕三王이고 환공桓公과
문공文公으로부터 그 아래는 손孫으로서 오패五覇이다.
■ 조祖의 삼황三皇은 현賢을 숭상하였고 종宗의 오제五帝도 또한 현賢을 숭상하였다.
삼황三皇은 도道로 현賢을 숭상하였고 오제五帝는 덕德으로 현賢을 숭상하였다.
자子의 삼왕三王은 친親을 숭상하였고 손孫의 오패五覇도 또한 친親을 숭상하였다.
삼왕三王은 공功으로 친親을 숭상하였고 오패五覇는 힘[力]으로 친親을 숭상하였다.
■ 아아! 이미 지나간 시간이 억천만년億千萬年이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 또한
억천만년이다. 공자孔子는 그 중간에서 태어나 사람이 되었다. 어찌 조종祖宗은 적고
자손子孫은 많다고 하리요. 까닭에 요임금과 순임금을 거듭하여 칭찬하고 우왕禹王에
이르러 가로되 우왕은 내가 결점을 지적하여 비난할 수 없다고 하였다.
■ 공자孔子는 우왕禹王보다 1,500 년 뒤이고 지금은 공자보다 1,500 년 뒤이다. 비록
감히 공자孔子가 요임금 · 순임금 · 우왕을 칭찬한 것에 비교하지 못하나 어찌 감히
맹자孟子가 공자孔子를 칭찬함에 비교하지 못하리요.
■ 사람들은 공자孔子가 땅이 없음을 슬프고 아깝게 여기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한 성인 남자는 100 묘의 땅을 가지고 대부大夫는 100 리里의 땅을 가지며, 제후諸侯는
사경四境을 영토로 삼고 천자天子는 구주九州를 영토로 삼는다. 그러나 공자는
만세萬世를 영토로 삼았다. 그런즉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백성이 생겨난 이래 공자孔子
같은 분이 있지 않다고 한 것은 지나치지 아니하다.
■ 무릇 사람은 스스로 부자가 되지 못한다. 반드시 하늘이 재물을 내려 주는 것을
기다린 뒤에야 부자가 될 수 잇다. 사람은 스스로 귀하게 되지 못한다. 반드시 하늘이
그 귀함을 내려 주는 것을 기다린 뒤에야 귀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즉 부귀富貴는
하늘에 달려있지 사람에게 있지 않다. 구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 매인 것이다. 공덕功德은 사람에게 있지
하늘에 있지 않은 바 닦으면 얻을 수 있고 닦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도道에 매인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 매인 것이다.
무릇 사람이 구하여서 부귀를 얻는 것은 얻을 수 있는 것을 구하고 얻을 수 없는 것은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구하여 얻으면 자기가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자긍심이 생긴다. 구하여 얻지 못하면 남이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원망이 생긴다. 만일 자기가 얻을 수 있음과 남이 줄 수 있음을 안다면
천하에 어찌 남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 천하는 더할 나위 없이 부유하고 천자天子는 더없이 귀하다. 어찌 망령된 뜻으로
구하여 얻을 것인가! 비록 천명天命이라고 하나 이 또한 맨 처음에 공적을 쌓고
음덕陰德을 베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진 임금은 어렵게 고생하여 이룩하고 어리석은
임금은 포악하여 멸망한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고 사람의 뜻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지은 허물은 참으로 벗어나기 어렵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물리치려면 더하게
되는바 공적을 쌓기를 거듭하는 것이 군자君子의 정해진 분수이다. 구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고, 구하여 그렇게 되는 것은 인仁에 이롭다. 군자君子가 어찌
그 사이에 그다지 요긴하지 않은 일을 하겠는가! 그러나 행幸과 불행不幸이 있음은
비로소 명命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하夏나라 우왕禹王은 천하에 공功이 있었으나 하夏나라 걸왕桀王은 포악하여 천하를 잃었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천하에 공功이 있었으나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포악하여 천하를 잃었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천하에 공功이 있었으나 주周나라
유왕幽王은 포악하여 천하를 잃었다.
이 셋은 시대는 같지 않으나 그 패망하게 된 형태는 똑같다.
■ 주周나라 평왕平王이 동쪽으로 도읍을 옮겼으나 공功이 없어 왕업王業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주周나라 난왕은 서쪽으로 달아나 포악하지는 않지만 왕실의 체통을 손
상시켜 위엄과 명령이 하나의 작은 제후국諸侯國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오패五覇가
형식적으로 우러러 받들었을 뿐이지만 이것에 만족하였다.
■ 그러나 이 때에 참다운 임금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헛된 이름이 있었으나
기杞나라 · 송宋나라와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때에 『춘추春秋』를 지었으니
옳지 않은가!
■ 공자孔子가 주周나라 평왕平王 때부터 임금의 자취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경서經書를 편찬하였는데 『상서尙書』는 진晉나라 문후文侯에서 끝맺음하고, 『시경詩經』
은 국풍國風을 첫머리로 하여 배열하였으며, 『춘추春秋』는 노魯나라 은공隱公에서
시작하고, 『주역周易』은 미제괘未濟卦에서 끝맺음하였다.
■ 나는 공자孔子를 알지 못하나 공자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다. 예악禮樂과
정벌征伐은 천자天子에게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제후諸侯로부터 나오면 천자天子의
위엄은 없어지게 된다. 종주국인 주周나라의 공덕功德은 문왕文王 무왕武王으로부터
나왔고 여왕·유왕幽王으로부터 문왕文王 · 무왕武王의 기업基業이 쇠퇴하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서융西戎이 중국을 업신여기게 되었다. 주周나라의 제후가 하나가
아니나 유독 진晉나라 문후文侯만이 서융과 북적北狄을 물리치고 임금을 동쪽인
낙읍洛邑으로 옮겨 왕실을 보존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천하 사람이 패자覇者라고
불렀으며, 천자天子께서 거창과 규찬圭瓚[좋은 술과 옥같은 찬]의
예물을 내려 주시는 것을 면하리요!
■ 전傳에 이르길 자공子貢이 초하루마다 조상에게 제사 드릴 때 쓰는 양으로 인해
노나라를 떠나고자 함에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자공아, 너는 그 양을 아끼지만
나는 예禮를 사랑한다. 이름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은 이름과 내용이 함께 없는 것보다
오히려 나음을 알 수 있다. 예禮는 비록 없앴으나 양이 남아 있으니 뒷세상에 예禮가
다시 행하여지지 못할 것을 어찌 알겠는가!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임금을 떠받들어
비록 헛된 이름을 사용하여 오히려 힘으로 천하의 제후들로 하여금 주周나라
천자天子가 있음을 알게 하였고 군사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였다. 진晉나라가 쇠퇴하게
되자 진秦나라가 이로 말미암아 주周나라를 멸망시켰다. 이 예禮를 사랑한다는 말에
참으로 거짓이 없음이로다.
■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일찍이 어느 날 공자孔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孔子가
가로되 임금은 임금의 도리를 다하고 신하는 신하의 구실을 다하며, 아버지는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고 자식은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경공景公이 가로되
좋은 말씀입니다. 만일 임금이 임금의 도리를 다하지 않고 자식이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다면 비록 음식이 있을지라도 저는 얻어서 먹을 것입니다. 이때 제후가
천자天子를 참칭僭稱하고 배신陪臣이 나라의 명령을 집해하였으며, 녹祿이
공실公室에서 떠나고 정치적 명령이 사문私門에서 나왔다. 경공景公은 자신이
주周나라 천자天子를 받들지는 않고 그의 신하들이 자기만을 받들어 주기를 바랬는데
이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그 후 제나라 임금이 죽자 나라가 전田씨에게로 옮겨갔다.
무릇 제나라에 있어 전田씨는 진晉나라에 삼가三家가 있는 것과 같고 주周나라에
오패五覇가 있는 것과 같다. 한韓 · 조趙 · 위魏는 진晉나라에 공적을 세워 땅을
나누어 받았는데 그 임금을 업신여기고 또 나라를 마음대로 하였다. 전田씨는
제齊나라에서 녹祿을 먹고 또 정치를 전횡하였는데 그 임금을 죽이고 사직을 빼앗았다. 그와 같은 천하의 사건이 어찌 점차로 된 것이 아니겠는가! 서리를 밟듯이
경계하고 어찌 근심하지 않으리오.
■ 전傳에 이르기를 왕王이란 보내는 것이다. 천하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왕王이라
할 수 있다. 주周나라가 쇠하자 제후들이 천자天子를 배알하지 않음이 오래되었다.
급기야 초楚나라도 중국의 회맹會盟에 참여하게 되었고 공자孔子도 자작子爵의
작위爵位에 오르게 되었다. 초楚나라가 왕王을 참칭함이 비루하지 않은가.
■ 무릇 힘으로 사람을 이기려고 하면 그 사람 역시 힘으로 이기고자 한다. 오吳나라가
일찍이 월越나라를 쳐부수고 초楚나라의 뜻을 깔보았다. 탐욕으로 공功을 취함에
도덕道德과 의리[義]를 돌아보지 않고 제濟나라와 진晉나라를 침략하고 능멸하였다.
이것은 오로지 오랑캐의 일이다. 마침내 월越나라가 다시 일어나서 오吳나라를
멸망시켰으나 월越나라가 또 거울로 삼지 않았다. 그 뒤에 초楚나라가 다시 일어나서
월越나라를 멸망시켰으나 또 거울로 삼지 않았다. 그 뒤에 진秦나라가 크게 일어나서
주周나라를 멸망시켰으나 또 거울로 삼지 않았다. 그 뒤에 한漢나라가 일어나서
되는데 강함을 믿고 약함을 능멸하니 범이나 표범과 무엇이 다르리오. 이것은 중국
의리義理의 본보기가 아니다.
■ 송宋나라는 제후국으로 작위爵位가 높았으나 힘이 약했다. 회맹會盟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 덕德도 부족하고 힘도 모자랐다. 보잘것없이 약한 제후국과 함께 중원으로
내몰려 구차하게 자리잡고 있다가 나중에 패자覇者가 되었으니 어찌 어렵지 않으리오.
■ 주周나라와 같은 성씨의 제후이면서 끝까지 남은 나라는 오직 연燕나라뿐이다.
연燕나라는 북쪽에 있어 중원中原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구차하게 한韓 · 조趙 ·
위魏 · 제齊 · 초楚나라와 더불어 헛된 이름을 좇아 군사를 일으켜 다투지 않고 덕德을
기르고 때를 기다렸다. 제후의 변화를 살피니 진秦나라가 비록 범과 이리와 같이
사나우나 쉽게 쳐들어가지 못했으나 15~16 년 뒤의 천하의 일을 알지 못하였다.
■ 중원中原의 당은 사방 9,000 리里로 옛날에도 늘지 않았고 지금도 줄지 않았다.
그러나 제위帝位에 기록 짧음이 있고 땅에 크고 작음이 있는 것은 공격과 수비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夏 · 은殷 · 주周 3 대代로부터 내려와 한漢나라와 당唐나라 때에
가장 왕성하였으며, 진秦나라의 경계는 주周나라와 한漢나라의 사이이다.
진秦나라는 목공穆公에서부터 왕성하기 시작하여 효공孝公때에 중흥하였고
시황제始皇帝 때에 멸망하였다. 서쪽 오랑캐에서 일어나 기산岐山으로 옮겼다가
함양咸陽으로 서울을 옮겼다. 천지에 군사가 가득하고 온 세상이 피로 물들었으며,
사해四海를 집어삼키고 옛적과 지금의 것을 죄다 바꾸었다. 비록 3 대代의 덕치德治와
비교할 수 없지만 진晉나라 · 수隋나라와 같은 연배에 놓고 말하지 않는다.
그 제위帝位를 영구히 보전하지 못한 것은 법을 사용함에 지나치게 잔혹하고 사람을
많이 죽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공자가 상서尙書의 배열순서로 『진서秦誓』
[진목공이 개과천선하여 스스로 맹새하고 오패의 우두머리가 된 일] 를 맨 끝에
두었는데 한 사건에 대한 그 말씀이 어찌 멀지 않겠는가!
■ 무릇 살리는 일을 좋아하면 삶의 무리이고 죽이는 일을 좋아하면 죽음의 무리이다.
주周나라는 살리는 일을 좋아하였는데 의義로써 하였다. 한漢나라도 살리는 일을
좋아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의義로서 하였다. 진秦나라는 죽이는 일을 좋아하였는데
이익을 위해 하였다. 초楚나라도 죽이는 일을 좋아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하였다. 주周나라가 의義를 위해 살리는 일을 좋아한 것은 한漢나라에 미치지 못하고,
진秦나라가 이익을 위해 죽이는 일을 좋아한 것은 초나라보다 지나쳤다. 하늘의 도道와 사람의 정情이 어찌 주周나라 · 진秦나라 · 한漢나라 · 초楚나라를 선택하겠는가?
선악善惡을 선택할 뿐이다. 선善이 천하에 적수가 없으면 천하가 모두 선하게 되고
악惡이 천하에 적수가 없으면 천하가 모두 악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의 도道와
사람의 정情이 또 어찌 주周나라 · 진秦나라 · 한漢나라 · 초楚나라를 가리겠는가.
선악을 선택할 뿐이라!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 觀物 內篇之七.
■ 옛날 공자孔子가 요임금과 순임금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옷을 드리우고 천하를
다스렸다 하시고,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뜻에 따르고
백성의 마음에 좇았다고 하시었다. 이 말이야말로 고금古今의 제왕帝王이 하늘로
부터 명命을 받는 이치에 해당하리라.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덕德으로 선양禪讓하였고
순임금이 우왕禹王에게 공功으로 선양하였다. 덕德으로도 제왕帝王이 되고
공功으로도 제왕帝王이 되었다. 그러나 공功은 덕德 아래에 놓인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정벌하여 내쫓고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하여 죽였다. 내쫓는 것으로도 왕이 되고 죽이는 것으로도 왕이 되었다. 그러나 죽이는 것은 내쫓는 것의 아래에 놓인다. 이로서 시時에 소장消長이 있고
사事에 인혁因革이 있음을 알겠다. 앞의 성인이나 뒤의 성인이 하나의 길에서 나온 것이 아니리오!
■ 하늘과 사람은 서로 표리表裏가 된다. 하늘에는 음양陰陽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邪와
정正이 있다. 사邪와 정正은 윗사람이 좋아하는 바에 달려 있다. 윗사람이 덕德을
좋아하면 백성은 정正을 쓰고 윗사람이 아첨을 좋아하면 백성은 사邪를 쓰게 된다.
사정邪正의 말미암음은 스스로 오는 것이다. 비록 어진 임금이 위에 있어도 소인小人
을 없게 하지 못하니 이것이 소인小人이 되는 것의 어려움이다. 비록 어리석은 임금이
위에 있어도 군자君子를 없게 하지 못하니 이것이 군자가 되는 것의 어려움이다.
예로부터 어진 임금이 왕성한 때는 당요唐堯 때만한 적이 없는데 어찌 군자가 많지
않았겠는가?그 때에도 소인小人이 없지 않았으나 소인으로 되는 것이 어려움이며,
그러므로 군자가 많았다. 비록 사흉四凶이 있었으나 그 악惡을 방자하게 하지 못하였다. 예로부터 어리석은 임금이 왕성한 때는 은殷나라 주왕紂王 때만한 적이 없는데
어찌 소인이 많지 않았겠는가! 그 때에도 군자가 없지 않았으나 군자로 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므로 소인小人이 많았다. 비록 삼인三仁[기자 · 미자 · 비간 등 세명의 어진 이를 일컫는다]이 있었으나 그 선善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로서 임금이 신하를
선택하고 신하가 임금을 선택하는 것이 사람에게 달려 있으며, 임금이 신하를 얻고
신하가 임금을 얻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고 하늘에 달려 있음을 알겠다.
■ 현명함과 어리석음은 사람의 본성本性이고 이로움과 해로움은 백성의 상정(常情)
이다. 우순虞舜이 물가에서 도자기를 굽고 부열傅說이 바위 밑에서 막일을 하였으나
천하는 모두 그들이 어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많은 일들을 맡김에 모두 받들지
못하는 것은 이해利害가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아! 이해利害는 가운데로 모두
모여지고 창과 병기는 바깥에서 빽빽하니 또 어찌 우순虞舜이 성인聖人이며
부열傅說이 현인賢人임을 알 수 있으리오.
물가란 천자天子의 제위帝位를 물려주는 곳이 아니고
바위 아래도 재상을 구하는 곳이 아니다. 옛적에는 억만億萬 사람의 아래에
있었으나 지금은 억만億萬 사람의 위에 있으니 한 번 멀어짐이 어찌 이리 심한가!
그러나 반드시 이와 같음에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이름뿐이다.
■ 『주역周易』에 가로되 감괘坎卦에 믿음이 있어 오로지 마음이 형통하고 행함에
숭상함이 있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중中과 정正으로 험한 곳을 가더라도 그 가는 곳에
반드시 공功이 있고 비록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으며 이는 능히 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이윤伊尹이 이렇게 하였다. 이로써 옛 사람이 염려한 것은 이름이 내용보다 지나침이
있는 것을 두려워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간에 행幸과 불행不幸이 있는 것은 비록
성인일지라도 사람의 힘으로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윤伊尹이 재상의 자리에 있을 때 모든 책무를 이루는 위치였으나 임금을 쫓아냈다는
이름을 피하고자 하였다면 어찌 불충不忠이라고 하리오. 그리하면 천하의 사업이
멀어지게 되는데, 또 어지 능히 뒤이은 임금을 바르게 하여 끝과 처음을 이루는
대충大忠이 되리오. 만약 잘못된 사람에게 맡기기를 3 년이 된다면 그 뒤이은
임금이 이와 같으니 어쩌리오. 그리하면 천하의 사업이 또 멀어지게 되는데 어찌
이윤伊尹이 있으리오. 감괘坎卦는 믿음이 있어 오로지 마음이 형통함이 역시 가깝지
않을 것인가!
■ 『주역周易』에 이르길 예괘豫卦에 말미암아 크게 얻음이 있으니 의심하지 마라.
친구들이 모여들게 되리라 하였다. 강건함이 예괘豫卦를 주장하니 움직이어 응하는
무리가 있어 의심하면 망하게 된다. 능히 스스로 강하기 때문이다. 주공周公이 이와
같았다. 이로써 성인이 사람으로 하여금 헐뜯지 못하도록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으니
능히 헐뜯음에 처하게 됨이라. 주공周公이 총기總己에 있었으니 중책을 맡은
자리이다. 친족들을 죽였다는 이름을 피하고자 하였다면 어찌 불효不孝라 하리오.
그리하면 천하의 사업이 멀어지게 되는데, 또 어찌 뒤이은 임금을 보위하여 끝과
처음을 이루게 하는 대효大孝를 이루리오. 만약 잘못된 사람에게 맡기기를 7 년이
된다면 그 뒤이은 임금이 어찌하리오. 그리하면 천하의 사업이 또 멀어지게 되는데
어찌 주공周公이 가만히 있으리오. 예괘豫卦로 말미암아 크게 얻음이 있으니 의심치
마라. 친구들이 모여들리라 한 것이 어찌 가깝지 않을 것인가!
■ 무릇 천하가 앞으로 다스려지려 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행위[行]를 숭상하고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지려 하면 사람들이 말[言]을 숭상한다. 행위를 숭상하면 독실한 풍속이
행해지고 말을 숭상하면 속고 속이는 풍속이 행해지게 된다. 무릇 천하가 장차
다스려지려 하면 사람들이 의義를 숭상하고 천하가 앞으로 어지러워지려 하면 사람들이 이利를 숭상하게 된다. 의義를 높이면 겸양의 풍속이 이루어지고 이利를 높이면
약탈의 풍속이 행하게 된다.
■ 삼왕三王은 행위를 숭상하고 오패五覇는 말을 숭상하였다. 행위를 숭상하면 반드시
의義로 들어가고 말을 숭상하면 반드시 이利로 들어간다. 의義와 이利가 서로 떨어짐이 어찌 이와 같이 먼가!
■ 이로 말미암아 말만 앞세우는 것은 몸으로 행동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몸으로
행동하는 것은 마음을 다하는 것만 같지 못함을 알겠다. 입으로 말을 앞세우면 사람이
듣고서 알지만, 몸으로 행하면 보고서 알게 된다. 마음을 다하면 신神이 알게 된다.
사람의 총명함이 오히려 속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신神의 총명함을 속일 수 있겠는가? 이로서 입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몸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만 못하고, 몸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만 못하다. 입으로 짓는 허물에
쉬움이 없다면 마음으로 짓는 허물에 어려움이 없다. 이미 마음에 허물이 없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아! 어떻게 마음에 허물이 없는 사람을 찾아 함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리오! 그러므로 성인은 허물이 없는 곳에서 일어서는 것을 아나니
마음으로 일을 잘 살피는 것이다.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觀物 內篇之八부터 觀物內篇之十二까지
■ 공자孔子가 이르길 순임금이 지은 소韶는 가락이 지극히 아름답고도 지극히
선善하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지은 무武는 지극히 아름다우나 지극히 선善하지는
않다. 또 가로되 관중管仲은 환공桓公의 재상으로 제후를 제패하여 한 번 천하를
바로잡으니 백성이 지금에 이르도록 그 은혜를 받았다. 관중管仲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오랑캐 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로써 무왕武王은 비록 순임금의 진선盡善 ·
진미盡美 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천하를 거꾸로 하여 이해하면 순임금 아래로 1등이 됨을 알겠다. 환공桓公이 비록 무왕武王의 하늘에 따르고 백성을 좇는 것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후를 제패하여 천하를 한 번 바로잡은 것은 오랑캐보다 높고도 멀다.
이로써 무왕武王을 순임금에 비교하면 허물이 없지 않으며 환공桓公과 비교하면
공功이 없지 아니함을 알겠다. 환공桓公을 오랑캐와 비교하면 공功이 없을 수 없으나 무왕武王과 비교하면 허물이 없지 않다. 유방劉邦은 환공桓公과 무왕武王의 사이에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 이 때에 진秦나라의 폭정을 싫어하여 천하의 백성이 모이지 않았다. 비록 10명의
유방劉邦과 100명의 장량張良이라 하여도 이러한 백성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할것이다.
■ 또 고금古今의 때는 다르지만 백성이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예로부터 사람을 많이 죽인 것은 진秦나라보다 심한 것이 없다. 천하가 어찌
싫어하지 않으리오. 대저 사람을 많이 죽였다는 것은 칼로 죽인 것이 아니고
학정虐政으로 인해 천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생로生路를 없앤 것을 이른다. 또한 칼로
천하 사람들을 많이 죽였음에는 있어서랴!
■ 진秦나라 2 세 황제는 만승萬乘의 천자天子로 백성이 되고자 했으나 되지 못하였다.
한漢나라 유방劉邦은 필부匹夫였으나 대원수[元首]가 되는 것을 면하지 못했다.
만승萬乘과 필부匹夫 사이에 거리가 있지만 때가 있어 바뀌는 것은 천하의
이해利害에 달려 있다.
■ 하늘의 도道는 황제에게 재앙을 주고 필부匹夫에게 복福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재앙에 도道가 없고 복福에 도道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 백성의 마음이 황제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고 필부에게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멀어지는 것에 도道가 없고 나아가는 것에 도道가 있다. 황제와 필부 사이에 거리가
있지만 때가 있어 바뀌는 것은 그 바름이 천하의 이해利害에 달려 있다고 한다.
■ 해와 달이 숨어 버리면 별이 드물게 된다. 별이 적은 것이 아니고 그 빛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능히 빛을 발하면 어찌 드물겠는가? 한漢나라와 당唐나라가
창업을 하였으나 여후呂后와 측천무후則天武后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니
신하가 드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신하가 드문 것이 아니고 신하가 충성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능히 충성을 다함이 어찌 드물지 않으리오.
■ 천하를 맡는 것은 쉬우나 천하의 사업을 위해 죽는 것은 어렵고, 천하의 사업을 위해
죽는 것은 쉬우나 천하의 사업을 이루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진실로 이루려면
또 어떤 계책이 있어야 하는가? 죽음과 삶이다. 그 이루지 못함에 비록 죽더라도 어찌
이익이 되리오. 하물며 그 정正과 부정不正에 있어서이겠는가! 올바르지 못하여
죽은 것이 어찌 바르게 사는 것과 같으랴! 바르지 않게 사는 것이 어찌 정담함을 위해
죽은 것과 같으랴! 이것은 충신忠臣과 현신賢臣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죽음은
참으로 슬프고 아깝지만 천하의 사업을 이루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천하의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한 번 죽음이 어찌 책임을 다했다 하리오. 삶을 참으로 아끼는 바이나
천하의 사업을 이루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천하의 사업을 실패하면 한 번 삶으로써
어찌 공功을 거두리오!
■ 아! 능히 천하의 사업을 이루고 또 능히 그 바름을 잃지 않은 것은 한漢나라의
장량張良과 당唐나라의 방현령房玄齡 이 아니면 누구이리오!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한漢나라와 당唐나라의 왕조가 위태로웠거나 뒤바뀌게 되었을 것이다. 어찌 헛되이
살고 헛되이 죽음과 같으리오. 헛된 삶과 헛된 죽음을 비유하면 들판의 쑥과 같은데
충신忠臣과 현신賢臣은 그 사이에 속하지 아니한다.
- 觀物內篇之九 -
■ 공자孔子가 가로되 선량한 사람이 나라를 100 년 동안 다스리면 잔혹함을 없애고
살인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참으로 믿음성이 있고 진실하다. 극도의
혼란함이 극도의 다스림으로 바뀌는데 반드시 삼변三變이 있다.
■ 삼황三皇의 법에는 죽이는 것이 없고 오패五覇의 법에는 살리는 것이 없다. 패覇가
한 번 변하면 왕王에 이르고 왕王이 한 번 변하면 제帝에 이르며 제帝가 한 번 변하면
황皇에 이른다. 그 생生함에 어찌 100 년이 아니리오!
■ 이로서 삼황三皇은 봄과 같고 오제五帝는 여름과 같으며, 삼왕三王은 가을과 같고
오패五覇는 겨울과 같음을 알겠다.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뜨거우며 가을은 싸늘하고
겨울은 찬 것과 같다.
■ 춘春 · 하夏 · 추秋 · 동冬은 호천昊天의 시時이고 역易 · 서書 · 시詩 · 춘추春秋는
성인의 경經이다. 천시天時에 잘못이 없으면 세歲의 공功이 이루어지고 성인의 경經에
어긋남이 없으면 군君의 덕德이 이루어진다.
■ 하늘에 변함이 없는 시時가 있고 성인에게 변함이 없는 경經이 있다. 행함이 바른
것을 정正이라 하고 행함이 삿된 것은 사邪라고 한다. 이 사정邪正의 사이에 도道가
존재한다. 행함이 바르면 정도正道라 하고 행함이 삿되면 사도邪道라 한다. 삿됨과
바름은 사람으로 말미암음인가? 하늘로 말미암음인가?
■ 하늘은 도道로 인해 생겨나고 땅은 도道로 인해 이루어진다. 만물은 도道로 인해
형태를 갖추고 사람은 도道로 말미암아 행하게 된다. 하늘 · 땅 · 사람 · 만물은 다르지만 도道로 말미암은 것은 하나이다.
■ 무릇 도道라는 것은 길[路]이다. 도道는 형태가 없으나 행하면 일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길의 도道와 같은 것이다. 펀펀하고 넓으면 수억만년宿億萬年을
다녀도 사람들이 그 돌아갈 곳을 안다.
■ 어떤 이가 이르기를 군자君子의 도道가 자라나면 소인小人의 도道가 줄어들고,
군자의 도道가 줄어들면 소인小人의 도道가 자라난다. 자라나는 것이 옳다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줄어드는 것이 옳다면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정도正道와
사도邪道가 그러함을 알겠는가? 아, 그릇됨이여! 사람들이 논함이라.
■ 말하건대 임금이 임금의 일을 하고 신하가 신하의 일을 하며, 아버지가 아버지의
일을 하고 자식이 자식의 일을 하며, 남편이 남편의 일을 하고 아내가 아내의 일을
하며, 군자가 군자의 일을 하고 소인이 소인의 일을 하며, 중국이 중국의 일을 하고
오랑캐가 오랑캐의 일을 하는 것을 정도正道라고 한다. 임금이 신하의 일을 하고
신하가 임금의 일을 하며, 아버지가 아들의 일을 하고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하며,
남편이 아내의 일을 하고 아내가 남편의 일을 하며, 군자가 소인의 일을 하고 소인이
군자의 일을 하며, 중국이 오랑캐의 일을 하고 오랑캐가 중국의 일을 하는 것을
사도邪道라고 한다.
■ 삼대三代에 이르러 세상이 다스려질 때 인륜의 도道로써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않은 적이 없고, 삼대에 사상이 어지러워질 때 인륜의 도道가 어지러워져 나라가
어지러워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후세에 삼대三代의 치세治世를 볻받으면 인륜이
바르게 되지 않은 적이 없으며, 후세에 삼대三代의 난세亂世를 본받으면 인륜이
어지러워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 삼대三代 이래로 한漢나라와 당唐나라가 가장 흥성하였는데 치治로 흥하였다가
난亂으로 망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물며 한漢나라와 당唐나라보다 흥성하지 아니한
나라들에 있어서랴?
■ 그 흥함은 임금의 도의道義 · 아버지의 도의道義 · 남편의 도의道義 · 군자의
도의道義 · 중국의 도의道義가 흥성함으로 말미암지 않은 적이 없고, 망함은 신하의
도의道義 · 자식의 도의道義 · 아내의 도의道義 · 소인의 도의道義 · 오랑캐의
도의道義가 왕성함으로 말미암지 않은 적이 없다.
■ 아! 이 두 개의 도道는 서로 대립하면서 운행하는데 어떤 까닭으로 치세治世는 적고
난세亂世는 많으며, 군자는 적고 소인은 많은가? 가로되 양陽은 1 이고 음陰 은 2
임을 어찌 모르는가!
■ 천지는 도道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하물며 사람과 물체임에 있어서랴! 사람은 만물
가운데에서 지극히 신령스럽다. 만물의 영靈은 사람의 영靈과 같지 않으나, 도道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하물며 사람이 만물보다 신령함에 있어서랴! 이로써 사람도 또한
만물임을 알겠는데 지극히 신령스럽기 때문에 특별히 사람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 觀物內篇之十
■ 일日은 하늘의 원元으로 헤아리고 월月은 하늘의 회會로 헤아리며, 성星은 하늘의
운運으로 헤아리고 신辰은 하늘의 세世로 헤아린다.
일日로 일日을 헤아리면 원元의 원元을 알 수 있고 일日로 월月을 헤아리면 원元의
회會를 알 수 있으며, 일日로 성星을 헤아리면 원元의 운運을 알 수 있고 일日로
신辰을 헤아리면 원元의 세世를 알 수 있다.월月로 일日을 헤아리면 회會의 원元을
알 수 있고 월月로 월月을 헤아리면 회會의 회會를 알 수 있으며, 월月로 성星을
헤아리면 회會의 운運을 알 수 있고 월月로 신辰을 헤아리면 회會의 세世를 알 수
있다 성星으로 일日을 헤아리면 운運의 원元을 알 수 있고 성星으로 월月을 헤아리면
운運의 회會를 알 수 있으며, 성星으로 성星을 헤아리면 운運의 운運을 알 수 있고
성星으로 신辰을 헤아리면 운運의 세世를 알 수 있다.신辰으로 일日을 헤아리면
세世의 원元을 알 수 있고 신辰으로 월月을 헤아리면 세世의 회會를 알 수 있으며,
신辰으로 성星을 헤아리면 세世의 운運을 알 수 있고 신辰으로 신辰을 헤아리면
세世의 세世를 알 수 있다.
■ 원元의 원元은 1 이고 원元의 회會는 12 이며, 원元의 운運은 360 이고 원元의
세世는 4,320 이다.회會의 원元은 12 이고 회會의 회會는 144 이며, 회會의 운運은
4,320 이고 회會의 세世는 51,840 이다.계속하여 운運의 원元은 360 이고 운運의 회會는 4,320 이며, 운運의 운運은 129,600 이고 운運의 세世는 155만 5,200 이다.세世의 원元은 4,320 이고 세世의 회會는 51,840 이며, 세世의 운運은 155만 5,200 이고 세世의 세世는 1,866만 2,400 이다.
■ 원元의 원元은 봄으로 봄의 때를 행하고 원元의 회會는 봄으로 여름의 때를 행하며,
원元의 운運은 봄으로 가을의 때를 행하고 원元의 세世는 봄으로 겨울의 때를 행하는
것이다.회會의 원元은 여름으로 봄의 때를 행하고 회會의 회會는 여름으로 여름의 때를 행하며, 회會의 운運은 여름으로 가을의 때를 행하고 회會의 세世는 여름으로
겨울의 때를 행하는 것이다.운運의 원元은 가을로 봄의 때를 행하고 운運의 회會는
가을로 여름의 때를 행하며, 운運의 운運은 가을로 가을의 때를 행하고 운運의
세世는 가을로 겨울의 때를 행하는 것이다.세世의 원元은 겨울로 봄의 때를 행하고
세世의 회會는 겨울로 여름의 때를 행하고, 세世의 운運은 겨울로 가을의 때를 행하고 세世의 세世는 겨울로 겨울의 때를 행하는 것이다.
■ 때에는 소장消長이 있고 사업에는 인혁因革이 있는데 성인聖人이 아니면 다하지
못한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함께 배울 수 있으나 더불어 도道로 나아갈 수 없으며,
도道로 나아갈 수 있으나 더불어 뜻을 이룰 수 없으며, 뜻을 이룰 수 있으나 더불어
권력을 누릴 수 없다.` 하였다. 이로써 천만세千萬世의 시時와 천만세의 경經을
알 수 있는데 어찌 구분하여 가볍게 말할 수 있으리오.
■ 삼황三皇은 봄이고 오제五帝는 여름이며, 삼왕三王은 가을이고 오패五覇는
겨울이며, 칠국七國은 겨울의 남은 추위이다. 한漢나라는 왕王보다 부족하고
진晉나라는 패覇보다 낫다. 삼국三國은 패覇 가운데 뛰어나고 십육국十六國은
패覇의 무리이며,남조南朝 다섯 나라는 패覇에 무임승차한 것이고 북조北朝
다섯 나라는 패覇의 여관방이다.
수隋나라는 진나라의 아들뻘이고 당唐나라는 한漢나라의 동생뻘이다.
수隋나라는 여러 군郡의 패覇들의 막내로 장강長江과 한수漢水의 여파餘波이고
당唐나라는 여러 진鎭의 패覇들을 이은 것으로 해와 달의 여광餘光이다. 뒤의
오대五代의 패覇들은 해가 뜨기 전의 별과 같다.■ 요임금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위아래로 3,000 여 년이고 앞뒤로 100 여 세世이다. 『상서尙書』에 분명하게 적어
놓았는데 사해四海의 안과 구주九州의 사이에서 합쳐지기도 하고 나누어지기도 하며,
다스려지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며,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며, 이끌기도 하고
따르기도 하였으나 시대를 같이하면서 풍속이 같은 적이 없었다.
아! 옛적에 이르기를 30 년을 1 세世라고 하였는데 어찌 그러한가? 교화시킴에 반드시
충분한 교화를 한 뒤에 백성의 인정人情이 한 번 변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참으로
세世의 명命 받은 사람이 있어 세世를 계속하여 흥하게 하고자 한다면 비록 백성이
오랑캐일지라도 삼변三變하면 제왕의 도의道義가 일어서게 된다. 아깝도다, 시時에
100 년의 세世가 없고 세世에 100 년의 인재가 없구나. 그러하였던 대代와 비교해
보면 어짊과 불초不肖함이 어찌 서로 반반에 그치는가? 때의 어려움이 그렇게 했는가?
인재의 어려움이 그렇게 했는가?
觀物內篇之十一
■ 태양太陽의 체수體數는 10 이고 태음太陰의 체수體數는 12 이며, 소양少陽의
체수體數는 10 이고 소음少陰의 체수體數는 12 이다.
소강少剛의 체수體數는 10 이고 소유少柔의 체수體數는 12이며, 태강太剛의 체수體數는10 이고 태유太柔의 체수體數는 12 이다.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체수體數는 나아가고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체수體數는 물러나는 것을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용수用數라고 한다.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체수體數는 나아가고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체수體數는
물러나는 것을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용수用數라고 한다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체수體數는 160 이고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체수體數는 192 이며,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용수用數는 112 이며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용수用數는 152이다.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용수用數로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용수用數를
부르는 것을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변수變數라 하고, 태음 · 소음 · 태유 · 소유의
용수用數로 태양 · 소양 · 태강 · 소강의 용수用數에 대답하는 것을
수화토석水火土石의 화수化數라고 한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변수變數는 17,024 인데 이것을 동물의 수數라고 하며,
수화토석水火土石의 화수化數는 17,024 인데 이것을 식물의 수數라고 한다.
다시 창화唱和하면 일월성신日月星辰 · 수화토석水火土石의 변화의 통수通數는
28,981만 6,576 인데 이것을 동식물의 통수通數라고 한다.
■ 일월성신日月星辰은 서暑 · 한寒 · 주晝 · 야夜로 변화되고 수화토석水火土石은
우雨 · 풍風 · 로露 · 뢰雷 로 변화된다.서한주야暑寒晝夜는 성性 · 정情 · 형形 ·
체體로 변화시키고 우풍로뢰雨風露雷는 비飛 · 주走 · 초草 · 목木을 변화시킨다.
서暑는 비주초목飛走草木의 성性으로 변화되고 한寒은 비주초목飛走草木의 정情으로
변화되며, 주晝는 비주초목飛走草木의 형形으로 변화되고 야夜는 비주초목飛走草木의
체體로 변화된다.우雨는 성정형체性情形體의 주走로 변화되고 풍風은
성정형체性情形體의 비飛로 변화되며, 로露는 성정형체性情形體의 초草로 변화되고
뢰雷는 성정형체性情形體의 목木으로 변화된다.
■ 성정형체性情形體는 하늘에 근본을 두고 있으며 비주초목飛走草木은 땅에 근본을
두고 있다.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말하며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유柔와 강剛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말한다. 무릇 음陰 · 양陽 · 강剛 ·
유柔 로 나누어지는 것을 천지만물이라 일컫고 천지만물을 갖추고 있는 것을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觀物內篇之十二
■ 일일日日의 물체가 있고 일월日月의 물체가 있으며, 일성日星의 물체가 있고
일신日辰의 물체가 있다.월일月日의 물체가 있고 월월月月의 물체가 있으며,
월성月星의 물체가 있고 월신月辰의 물체가 있다.
성일星日의 물체가 있고 성월星月의 물체가 있으며, 성성星星의 물체가 있고
성신星辰의 물체가 있다.신일辰日의 물체가 있고 신월辰月의 물체가 있으며,
신성辰星의 물체가 있고 신신辰辰의 물체가 있다.
■ 일일日日의 물체는 비비飛飛이고 일월日月의 물체는 비주飛走이며, 일성日星의
물체는 비목飛木이고 일신日辰의 물체는 비초飛草이다.월일月日의 물체는
주비走飛이고 월월月月의 물체는 주주走走이며, 월성月星의 물체는 주목走木이고
월신月辰의 물체는 주초走草이다.성일星日의 물체는 목비木飛이고 성월星月의
물체는 목주木走이며, 성성星星의 물체는 목목木木이고 성신星辰의 물체는
목초木草이다.신일辰日의 물체는 초비草飛이고 신월辰月의 물체는 초주草走이며,
신성身星의 물체는 초목草木이고 신신辰辰의 물체는 초초草草이다.
■ 황황皇皇의 백성이 있고 황제皇帝의 백성이 있으며, 황왕皇王의 백성이 있고
황패皇覇의 백성이 있다.제황帝皇의 백성이 있고 제제帝帝의 백성이 있으며,
제왕帝王의 백성이 있고 제패帝覇의 백성이 있다.
왕황王皇의 백성이 있고 왕제王帝의 백성이 있으며, 왕왕王王의 백성이 있고
왕패王覇의 백성이 있다.패황覇皇의 백성이 있고 패제覇帝의 백성이 있으며,
패왕覇王의 백성이 있고 패패覇覇의 백성이 있다.
■ 황황皇皇의 백성은 사사士士이고 황제皇帝의 백성은 사농士農이며, 황왕皇王의
백성은 사공士工이고 황패皇覇의 백성은 사상士商이다.
제황帝皇의 백성은 농사農士이고 제제帝帝의 백성은 농농農農이며, 제왕帝王의
백성은 농공農工이고 제패帝覇의 백성은 농상農商이다.
왕황王皇의 백성은 공사工士이고 왕제王帝의 백성은 공농工農이며, 왕왕王王의
백성은 공공工工이고 왕패王覇의 백성은 공상工商이다.
패황覇皇의 백성은 상사商士이고 패제覇帝의 백성은 상농商農이며, 패왕覇王의
백성은 상공商工이고 패패覇覇의 백성은 상상商商이다.
■ 비비飛飛의 물체는 성성性性이고 비주飛走의 물체는 성정性情이며, 비목飛木의
물체는 성형性形이고 비초飛草의 물체는 성체性體이다.
주비走飛의 물체는 정성情性이고 주주走走의 물체는 정정情情이며, 주목走木의
물체는 정형情形이고 주초走草의 물체는 정체情體이다.
목비木飛의 물체는 형성形性이고 목주木走의 물체는 형정形情이며, 목목木木의
물체는 형형形形이고 목초木草의 물체는 형체形體이다.
초비草飛의 물체는 체성體性이고 초주草走의 물체는 체정體情이며, 초목草木의
물체는 체형體形이고 초초草草의 물체는 체체體體이다.
■ 사사士士의 백성은 인인仁仁이고 사농士農의 백성은 인예仁禮이며, 사공士工의
백성은 인의仁義이고 사상士商의 백성은 인지仁智이다.
농사農士의 백성은 예인禮仁이고 농농農農의 백성은 예예禮禮이며, 농공農工의
백성은 예의禮義이고 농상農商의 백성은 예지禮智이다.
공사工士의 백성은 의인義仁이고 공농工農의 백성은 의예義禮이며, 공공工工의
백성은 의의義義이고 공상工商의 백성은 의지義智이다.
상사商士의 백성은 지인智仁이고 상농商農의 백성은 지예智禮이며, 상공商工의
백성은 지의智義이고 상상商商의 백성은 지지智智이다.
■ 물론 물체에 큰 것과 작은 것이 있고 백성에게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있음을 안다. 호천昊天이 조兆의 물체를 낳는 덕德을 옮기어 조兆의 백성을 낳으면
어찌 지신至神이라고 하지 않을 것인가? 호천昊天이 조兆의 물체를 기르는 덕德을
옮기어 조兆의 백성을 기르면 어찌 지성至聖이라고 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오늘
이후에야 실천하는 것이 큰 것임을 알게 됐다. 대성인大聖人과 대신인大神人이
아니면 어떻게 천지天地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 무릇 관물觀物이라는 것은 눈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살피는 것이다. 마음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이理로 살피는 것이다.
■ 천하의 물체는 이理 · 성性 · 명命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理라는 것은
깊이 파고든 뒤에 알 수 있고 성性이라는 것은 극진한 후에야 알 수 있으며
명命이라는 것은 지극한 후에야 알 수 있다. 이 삼지三知야말로 천하의 진지眞知이다.
비록 성인일지라도 이것을 잃으면 안 되며, 이것을 잃으면 성인이라고 할 수 없다.
■ 무릇 거울이 능히 밝으므로 만물의 형체를 숨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비록 거울이
만물의 형체를 숨지 못하게 한다 하더라도 수水가 만물의 형체를 한결같이 비추는
것만 못하다. 비록 수水가 만물의 형체를 한결같이 비춘다 하더라도 또 성인이 만물의
정情을 하나로 하는 것만 못하다. 성인이 만물의 정情을 하나로 하는 것은 성인이
반관反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반관反觀이라는 것은 나로서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나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물체로써 물체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이미 물체로써 물체를 살필 수
있다면 어찌 도 내가 그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 이로써 나 또한 남이고 남 또한 나이며, 나와 남은 모두 물체임을 알겠다.
■ 천하의 눈을 자기의 눈으로 삼으니 그 눈이 보지 않은 것이 없고 천하의 귀를 자기의
귀로 삼으니 그 귀가 듣지 않은 것이 없으며, 천하의 입을 자기의 입으로 삼으니
그 입이 말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하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으로 그 마음이
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무릇 천하의 관觀이 봄에 있어서 어찌 넓지 않겠는가.
천하의 청聽이 들음에 있어서 어찌 멀지 않겠는가. 천하의 언言이 말함에 있어서
어찌 높지 않겠는가. 천하의 모謀거 안락함에 있어서 어찌 크지 않겠는가.
■ 무릇 보는 것이 더없이 넓고 듣는 것이 더없이 멀며 말하는 것이 더없이 높고
안락함이 더없이 큰 것은 더없이 넓고 더없이 멀며 더없이 높고 더없이 큰 일이다.
이 가운데에서 하나라도 그러하지 않으면 어지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나만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 아니고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야 한다. 오로지 한 시대의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 아니고 천만세千萬世의 천하가 말하는 지신至神 · 지성至聖이라야 한다.
이것을 거쳐가야만 모르거나 혹 알 수 있다.
觀物內篇 終
소강절은 젊어서 과거 급제하여 이십대에 벌써 상서(장관급;우리나라 판서급)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 문장이 빼어나고, 시를 잘 지었으며, 주역에 아주 밝았고, 학문이 높아
전국적으로 이름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공부하느라고 장가를 못가 벼슬이 높이 된
이십대 후반에 가서야 성취를 하게 되었다. 신부와 첫날밤을 보내고 긴장한 탓인지
새벽에 너무 일찍 잠이 깨었다.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심심하던 차에 산가치를 뽑아 점을 치게 되었다. 과연 하룻밤 잤지만 아이가 생겼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점을 친 결과 아들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아직 닭은 울지 않고, 날이 샐려면 멀었다. 그래서 그 아들의 평생 운수를
점쳐보게 되었는데, 소강절 자기보다는 못해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팔자였다.
그러면, 이 아들이 낳을 내 맏손자는 어떤 운명을 타고 살아갈까가 궁금해졌다
.
그 아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렇게 한 대 한 대 점쳐 내려 가다가 5대손에 이르렀는데,
그는 중년에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사형 당할 운명이었다. 이러구러 날이 새고
소강절은 평생 그 일을 고민하며 살았다.
세월이 흘러 드디어 소강절도 늙어 죽게 되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 손부 등을 모아
놓고 유언하는 자리에서 맏며느리에게 비단으로 싼 함을 하나 내어 주면서
"살아가다가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생기거든 이 보자기를 풀어 보라. 만약 너의 대에
큰 일이 생기지 않거든 네 맏며느리에게 물려 주고, 그 맏며느리 대에 아무 일이
없으면 다음 맏며느리에게 물려주고 하여 대대로 이 함을 전하라." 고 하였다.
유언은 실행되었다. 맏며느리에게서 맏며느리에게로 함은 전달되었다.
그런데, 5대 손부에게 정말 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남편이 역적 누명을 덮어쓰고
감옥에 하옥되었던 것이다. 역적은 멸문지화를 입을 것이 뻔하므로 집안이 아예
망해버릴 순간이었다. 백방으로 구명할 길을 찾았으나 방법이 없었다.
밤새 꽁꽁 앓던 5대 손부는 새벽녘에 갑자기 시어머니의 유언이 생각났다. 급히 벽장을
열고 함을 꺼내 비단 보자기를 풀어보니 거기에 쓰였으되,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이 함을 형조 상서 집에 가져다 전하라.]라고 씌어 있었다. 집사를 불러 급히 의관을
갖추라 한 후에 함을 들려 보냈다. 낙양성 중에서도 형조 상서네 집은 거리가 좀
먼 곳에 있었지만 집사는 달리다시피 하여 그 집에 당도했다.
형조 상서는 아침을 먹고 의관을 차려 입고 막 입궐하려던 참이었다. 하인이 와서
아뢰기를 "소강절 선생의 유품을 가지고 나으리를 뵙고자 청하는 사람이 왔습니다.
" 형조 상서는 그 말을 듣고 100여년 전에 작고했지만 그 명망 높은 대 정치가요
문장가이자, 큰 학자요 대 시인이고, 특히 동서고금을 통털어 주역에 완전 달통하여
천지가 돌아가는 운수와 사람의 길흉화복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한
손바닥에 꿰고 있던 분의 선물을, 방안에 앉아서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당까지 나아가 돗자리를 깔게 하고 한 쪽 무릎을 꿇고서 그 유품을 받았다.
유품을 받는 순간 자기가 방금 앉아 있던 사랑채가 삼풍백화점 같이 통채로 폭삭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형부 상서는 급히 함을 열어 보았다.
함 속에는 아무 것도 없고 글자 열 자가 씌어진 하얀 창호지 한 장만 뎅그러니 들어
있었다. 상서는 재빨리 펼쳐 보았다. 그 글에 하였으되,
[活汝壓樑死(활여압량사) 救我五代孫(구아오대손)]이라 적혀 있었다.
'네가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살려주니, 나의 오대손을 구해 달라.'라는 뜻이다.
재수사를 명한 상서는 오대손의 무죄함을 가려 내어 그를 살려 주었음은 물론이다.
묘하고 묘한 일이로다. 그는 평생 동안 자기 손자를 구하기 위해 손자 대에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점괘를 뽑아 보고 대들보에 깔려 죽을 형부 상서의 운수를 알아 냈던 것이니,
하늘과 땅이 함께 놀랄 일이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이 어찌 후대인들인
우리들로 하여금 입 에서 입으로 전해질 이야기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는
기이한 일도 많지만 참으로 기적 같이만 여겨지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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