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66>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2004년까지 담배 만들던 공장, 디자인 꽃이 활짝 피다
청주=이은주 기자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1834~1896)
이번 전시에 가장 눈 여겨봐야 할 전시관 중의 하나가 윌리엄 모리스 전시관입니다. 윌리엄 모리스는 19세기에 일상과 함께 하는 공예를 주창하며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최초의 공예 운동가이자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죠.
산업혁명 이후 기계로 생산하는 제품들이 늘어나자 모리스는 산업 제품은 추한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며 정교함 손길과 장인정신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1861년 디자인회사 ‘모리스·마셜·포크 회사’(1874년에 모리스 회사로 변경)를 설립했죠. 모든 생활용품을 예술가의 손으로 직접 아름답게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던 그는 벽화·벽지·장식·스테인글라스 조각·자수·가구 등 모든 영역에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런 정신이 빛나는 벽지·스탠드·램프 등 총 87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벽지·타일의 디테일을 찬찬히 관찰해보세요. ‘아름다움’ ‘상상력’ 그리고 ‘질서’를 조화시킨 디자인 패턴이 흥미롭게 보입니다.
의자, 걷다
요즘 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죠. 의자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바로 430여 점의 의자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이번 특별전입니다. 정준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 감독은 “‘유용지물’의 실체를 구현하는 아이템으로 의자 이상의 것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손과 기계, 예술과 산업, 공예와 디자인 등의 가치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게 바로 의자라는 것이죠.
이번 비엔날레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로비 의자, 마르셀 브로이어의 의자, 찰스 임스의 라 세즈 의자 등 ‘이름난 의자’가 총출동했습니다. 전시장이 대형 의자 창고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살바도르 달리가 여배우 메이 웨스트에게 경의를 표한 입술 모양 소파는 발랄한 재치가 돋보이고, 가구 디자이너 입 코포드 라르슨이 장미 나무로 만들었다는 일레자베스 소파는 단순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현대작가 작품으로는 이부자리를 접어놓은 모양의 모토기 다이스케의 의자, 네덜란드 피트 하인 이크의 나뭇조각으로 만든 일인용 의자, 한국 작가 황형신의 콘크리트 의자도 눈길을 끕니다.
예술로서의 공예
덴마크 작가 구거 페터의 작품 ‘초록 드레스를 입은 여자’ ‘출입구 앞의 남자’, 영국 캐서린 몰링의 ‘부자연스러운 삶’, 랜덜 로젠탈의 ‘무마 비용’ 등은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허를 찌르는 재료로 만든 것으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예술가들의 공예 & 공예가들의 공예
로열(Royal) 섹션은 예술가·건축가·디자이너 등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공예에 적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입니다. 셀프 포트레이트, 구성사진가로 잘 알려진 신디 셔먼(57)의 작품 사진(마담 퐁파도르)이 들어간 도자기, 데이미언 허스트의 나비 작품이 프린트된 휴대용 접이 의자, 도널드 저드의 책상 세트, 제프 쿤스의 백색 유리 화병 ‘강아지’, 나라 요시모토의 목욕타월을 볼 수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카펫,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풍경 모빌, 이브 클라인의 푸른 테이블도 전시돼 있습니다. 공예가들의 작품을 모아 놓은 격조(Genuine) 섹션에서는 금속으로 만든 보석 같은 카메라(심현석), 이가진의 도자 작품 ‘물방울’ 등도 눈 여겨 보세요.
자연과 하나 되는 공예 & 핀란드 공예전, 그리고
나무 블록을 섬유로 벨트로 묶어서 만든 팔리카 의자(핀란드)는 생태적인 가구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버려진 나무를 벨트로 팽팽히 당겨서 만든 이 의자는 수명이 다한 뒤에는 벽난로에서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미국 지폐와 철사를 이용해 만든 유켄 데루야(일본)의 ‘초록빛 경제’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초대국가인 핀란드의 공예와 디자인으로, 150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 850여 점으로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전시 공간 자체가 ‘작품’
한때 적게는 3000여 명, 많게는 1만 여 명이 근무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되십니까. 특이한 것은 이 공장을 완전히 새 단장하지 않고 마감을 막 뜯어낸 듯이 거친 공간을 전시장으로 쓰고 있는 점입니다. 총감독 정준모씨는 “공장에 켜켜이 쌓여있는 세월의 두께를 그대로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건물이 담고 있는 역사의 가치를 헤아리지 못하고 쉽게 허물고 부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제안입니다. 오래된 공장이 앞으로 새로운 상상력과 결합해 멋진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날지를 가늠해 보는 것도 이번 비엔날레가 주는 흥미로운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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