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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조선 초상화 비밀은 ‘뒤’에 있다

ngo2002 2011. 9. 23. 09:12

은은한 조선 초상화 비밀은 ‘뒤’에 있다

ㆍ국립중앙박물관 ‘초상화의 비밀’전… 한·중·일 대표작 공개

“희우정에 나아가 승지, 각신을 소견하였다. 익선관에 곤룡포를 갖추고 화사 김홍도에게 어진의 초본을 그리라고 명하였다.” “5월22일 숙종이 비망기를 내려 주관화사 진재해는 품계를 올려주고, 동참화사 김진여, 장태흥, 장득만과 수종화사 진재기, 허숙에게는 상현궁 1장을 상으로 주었다.” 각각 정조실록(정조 5년, 1781)과 어용도사도감의궤(숙종 39년, 1713)에 기록된 어진(왕의 초상화)과 관련한 내용이다.

조선시대에는 ‘초상화의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왕의 초상인 어진과 왕이 공신에게 하사한 공신상과 사대부상 등 초상화가 많이 제작됐다.

‘태조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은 ‘초상화의 비밀’ 특별전을 열어 우리 전통의 초상화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 초상화를 한곳에 모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오는 27일부터 11월6일까지 기획특별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초상화의 비밀’ 전은 1979년 특별전 개최 이후 32년 만에 여는 초대형급 초상화 관련 전시로, 인물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태조 어진’, ‘윤두서 자화상’, ‘서직수 초상’ 등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 초상화는 물론 비교를 위해 일본과 중국의 대표적 초상화도 선보인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었다. 조선시대 초상화 발전의 중심 공간이었던 왕실의 통치자 초상과 삼강오륜에 기초해 군신, 붕우, 부자, 부부 등의 초상화를 1, 2부로 나누어 살펴본다. 3, 4부에서는 공식적인 초상화에서 사적인 초상화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보다 자유로운 개성과 자아의식이 반영되는 초상화의 면모를 선보인다.

‘하늘과 땅’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1부에서는 조선 ‘태조 어진’을 포함한 한·중·일의 통치자 초상과 군신관계의 충성을 보여주는 군신상 등을 전시한다. 1744년 시행된 국가 승진시험에 합격한 18명을 함께 그린 8m 길이의 대형초상화 등 일반이 보기 어려웠던 작품도 공개된다. 통치자의 이상적이고 초인적인 이미지와 충·효·열(烈)을 실천한 군신들의 초상을 통해 유교통치 이념을 살펴볼 수 있다.

왼쪽부터‘윤두서 자화상’, 루벤스의 ‘한복 입은 사람’.
2부 ‘인의예지’에서는 학문을 통해 자기 수양과 성찰에 힘쓴 사대부와 성리학을 수용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힘쓴 학자, 조손(祖孫), 부자, 부부, 붕우(朋友) 초상을 통해 학풍의 계승과 가문의 위상, 그리고 가족의 닮음 등을 살펴보게 된다.

3부 ‘개인의 발견’에서는 개인의 존재감, 즉 자아 성찰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 과정을 자화상, 일상생활 속의 초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4부 주제는 ‘새로운 눈, 사진’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초상화의 전통 기법이 사진의 도입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 주는 장이다.

한국 전통 초상화의 비밀은 ‘전신’과 ‘배채’에 있다. ‘전신’은 ‘형상을 통해 정신을 옮긴다’는 뜻으로 초상화를 통해 인물의 외형만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인격과 기질, 품성까지 정확히 파악하여 그림에 담는다는 ‘전신사조’의 줄인 말이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정면을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드러낸 ‘윤두서의 자화상’이 대표적 예이다.

‘배채’는 고려불화의 화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름종이에 버드나무를 태운 숯으로 대략 인물의 윤곽을 잡은 뒤 먹선을 올리고 화면 뒤에서 칠하는 기법이다. ‘배채’는 뒷면에 칠한 색이 앞에서 은은하게 드러나게 돼 앞면에서만 칠했을 때보다 더 자연스럽고 품격 있는 효과를 내어 초상화에서는 필수적인 기법이었다. 색조의 중후함과 투명성, 인물의 부드러운 피부감, 오랜 세월을 견디는 조선 초상화의 우수성은 바로 이 비법에서 나온 것이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소장된 조선시대 초상화와 함께 일본, 중국, 서양의 초상화 200여점을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각국의 초상화를 비교해 대상의 정신세계를 포착하여 사실적으로 담는 데 능했던 한국 초상화의 독자성을 엿볼 수 있다.

초상화의 제작과 면모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초상화의 영정함과 제작 모형, 복식도 함께 전시된다. (02)2077-9000

<주영재 기자 jyeongj@kyunghyang.com>


입력 : 2011-09-22 20:23:52수정 : 2011-09-22 20: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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