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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316>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회고전

ngo2002 2011. 7. 6. 10:26

Special Knowledge <316>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회고전

[뉴스 클립] 다시 만난 베리만, 그가 메가폰을 들면 영화는 철학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웨덴 사람은 누구일까요. ‘맘마미아’의 그룹 아바(ABBA)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을 꼽는다고 하네요. 베리만은 ‘산딸기’ ‘제7의 봉인’ ‘처녀의 샘’ ‘화니와 알렉산더’ 등으로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아카데미상 등을 휩쓴 인물입니다. 전 세계 영화학도가 그의 작품을 ‘고전’으로 대접하죠. 한국영상자료원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각각 마련한 베리만 회고전을 둘러보며 고전의 향취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기선민 기자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회고전이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과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 주최로 각각 열린다. 백두대간은 서울 이화여대 안에 있는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를 중심으로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차례로 베리만의 대표작 9편을 개봉한다. ‘잉마르 베리만을 찾아서:스칸디나비아 시네마 배낭여행’전이다.

잉마르 베리만의 설치전 갤러리 보기영상자료원은 7월 21일부터 8월 3일까지 베리만의 숨은 걸작 17편을 상영한다. 두 기획전의 상영작 26편은 서로 중복되는 게 없어 상호보완적이다. 철학으로 치면 아리스토텔레스, 혹은 플라톤 급에 해당하는 고전을 섭렵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한선희 아트하우스 모모 디렉터와 오성지 영상자료원 프로그래머의 도움말로 주요 상영작을 소개한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모모 영화학교’라는 이름으로 베리만 영화의 길라잡이가 될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폭넓은 관객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교수, 김서영 광운대 교수, 이병창 동아대 철학과 명예교수 등이 종교학·정신분석학·철학 등 인문학의 관점에서 베리만을 조명한다. 영상자료원은 7월 23일과 30일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와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의를 각각 마련했다.

 
아트하우스 모모 상영작(총 9편)

모니카와의 여름(1953)


10대 노동자 해리는 여름철 휴양지에서 모니카를 만나 열정적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모니카의 임신으로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친다. 베리만의 영화에서 계절, 특히 여름은 스웨덴적인 면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이니 눈여겨볼 것. 베리만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내용. 이 영화로 발탁된 모니카 역 해리엣 안데르손은 이후 베리만과 꾸준히 작업했다.

제 7의 봉인
제7의 봉인(1957)

14세기 흑사병이 돌던 유럽.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기사가 귀향길에 사신(死神)과 만난다. 기사는 사신에게 체스 내기를 제안해 목숨을 연장하려 한다. 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간이 죽음과 대면한다는 철학적 설정으로 영화를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의 차원으로 고양시켰다. 디지털 HD 복원판으로 개봉한다.

산딸기
산딸기(1958)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노인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러 가는 길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로드무비. 노인이 경험한 사랑의 실패, 가족 간의 갈등을 주된 내용으로 해 베리만 작품 중 비교적 줄거리 파악이 수월하다. 이성과 욕망, 삶과 죽음을 대비시키는 풍부한 상징과 꿈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영화적 테크닉은 우디 앨런 등 후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처녀의 샘
처녀의 샘(1960)

중세 스웨덴 한 지주의 딸이 양치기들에게 성폭행당한 후 살해당한다. 아버지는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죄와 용서에서 출발한다면, ‘처녀의 샘’은 죄와 복수,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확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웬만한 현대 장르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잉마르 베리만의 1961년작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아버지와 딸, 아들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그린 가족극이다. 그의 영화 경력의 전환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1961)

베리만 영화 경력에서 전환점이 된 작품. 정신분열증을 앓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부녀간의 갈등, 부부의 소원한 관계, 남매의 근친상간 등 복합적이고 흥미진진한 인간관계를 다뤘다. 제목은 고린도전서 1장 13절에서 온 것으로, 신의 사랑과 신앙의 붕괴라는 주제를 간결하고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페르소나(1966)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로 시작된, 연극적 기법을 도입한 ‘앙상블 드라마’에 대한 실험이 최고조에 다다른 작품이다. 말을 잃은 여배우와 그를 돌보는 간호사의 내면을 탐색하는 내용으로, 베리만을 유럽 모더니즘 영화의 정점에 올라서게 한 작품. 20세기 문학·미술·음악의 사조와 미학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알고 싶은 예술애호가라면 놓치지 말 것.

외침과 속삭임(1972)

베리만이 ‘페르소나’와 더불어 “내가 갈 수 있는 극한까지 갔다”고 고백했던 문제작이자 가장 실험적인 작품. 병으로 죽어가는 아그네스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의 자매 마리아와 카린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하녀 안나는 헌신적으로 이들을 돌본다. 컬러영화 시대로 접어든 베리만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두드러진다.

가을소나타(1978)

잉그리드 버그먼과 리브 울먼이라는 두 대배우의 열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지만 이기적인 예술가 어머니와 그런 엄마에게 상처받은 딸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한다. 쇼팽의 음악을 모티브로 해 클래식음악 애호가라면 더욱 즐길 만하다.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작.

화니와 알렉산더(1982)

베리만의 극장용 영화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대중적이면서 아름다운 영화로 알려져 있다. 연극계에서 일하는 부모를 둔 소년 알렉산더와 여동생 화니가 주인공. 아버지가 죽고 엄마가 재혼하자 남매는 금욕적인 목사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최우수외국어영화상·촬영상·의상상·미술상 등 외국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상자료원 상영작(총 17편)

고뇌(1944)


베리만의 시나리오 데뷔작. 학생 위드그렌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버사는 새디스트적인 학교 교사로부터 고통을 받는다. 이들이 고통 속에서 절망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스톡홀름대를 자퇴하고 42년 스벤스크영화사 각본 조수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던 베리만은 이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영화계에서 주목받게 된다.

여자들의 꿈(1952)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거장임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영화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세 여인이 여름 별장에서 남편들을 기다리는 동안 지나온 결혼생활을 돌아보고 서로를 위로한다. 드라마적 요소와 코믹 요소가 적절히 결합됐다. 액자식 구성을 통해 베리만이 영화라는 매체를 쥐락펴락하는 경지에 올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수업(1954)

결혼 16년차 여성이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부인과 의사와 불륜에 빠진다. 단란한 가정을 이뤄 부족할 게 없이 살던 의사의 삶은 하루아침에 수렁에 빠진다.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 한 사랑의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는 주제를 코믹한 분위기로 묘사했다. 희극영화 시대의 수작으로 꼽힌다.

겨울빛(1962)

‘신의 침묵’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그의 작품 중 자전적 색채가 가장 짙다는 평을 받았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종교적 위선과 엄격한 교리에 환멸을 느꼈던 그는 이 영화에서도 믿음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이 영화 이후로 그는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인간탐구로 영화적 관심을 옮겨간다.

수치(1968)

한 부부에게 미치는 전쟁의 파괴력을 통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변해버린 인간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막스 폰 시도, 리브 울먼이 주연했다. 스스로는 저서 『이미지들:영화 속의 삶』에서 “대본이 고르지 못해 전반부와 후반부의 균형이 맞지 않고, 전쟁 묘사에 너무 치중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마리오네트의 생(1980)

탈세 혐의로 독일에서 거주하는 동안 TV용으로 만든 말기작.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컬러이고 나머지는 흑백이다. 잘나가던 사업가가 창녀를 죽이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게이 패션디자이너,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성 정체성 문제까지 건드린다.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하는 꿈 장면이 압권으로 꼽힌다.


‘북구의 영상철학자’… TV·연극서도 뛰어난 재능

베리만은 누구


‘북구의 영상철학자’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 그는 영화뿐 아니라 연극과 TV 분야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다. 191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톡홀름 대학을 중퇴하고 연극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스벤스크영화사 시나리오부에 입사해 각본을 쓰면서 영화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영화 연출 데뷔작은 1946년 ‘위기’. 82년 공식 은퇴작인 ‘화니와 알렉산더’까지 극장용 영화 40여 편, TV영화 20여 편을 연출했고 연극무대에도 많은 작품을 올렸다.

베리만 영화 세계의 특징은 실존철학적 주제와 북유럽 특유의 음울한 영상미다. 그는 종교에 대한 회의를 일찌감치 품었다. 속죄와 참회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목사 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이를 50년대 서구 지식인사회를 사로잡았던 실존주의와 연결 지어 ‘신의 침묵’ 3부작을 발표했고, 영화가 철학적 사유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60년대 이후엔 여성의 정체성과 모성 신화에 대한 의문 등을 주제로 삼았다.

그가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시나리오 단계에서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던 ‘제7의 봉인’부터다. 전 유럽을 놀라게 했던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그를 모더니즘 영화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한 ‘산딸기’로는 57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고, ‘삶의 가장자리’(58년)로는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