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09> 해적의 세계
소말리아 ‘해적증시’엔 72개사 상장 … 납치 성공 땐 이익금 나눠갖죠
김상진 기자
해적의 역사
해적의 출현은 해상무역의 역사와 같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지중해 크레타섬과 아라비아해에서 이집트 선박들이 해적의 습격을 당한 기록이 나온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마케도니아인들이 식민지에서 로마로 운송되는 공물을 약탈하는 해적 활동을 했다. 스페인과 영국이 해상 패권을 다투던 시절에는 대서양, 특히 중남미의 카리브해가 무대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16∼17세기 상설 해군을 가질 수 없었던 나라들은 개인 소유의 상선을 군함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동원된 상선은 적선을 나포할 경우 노획물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제도는 원래 전시에만 허용됐으나 대항해시대를 맞아 평시에도 통용되면서 무역과 해적 행위의 구분이 어려운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다. 19세기 초 유럽 열강들이 해군력을 갖추면서 이러한 혼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러한 논의가 열매를 맺어 1856년 해적 행위를 금지하는 파리선언이 나왔다.
동양에서도 해적 역사는 오래됐다
중국은 진·한(秦·漢)시대(BC 221∼AD 220년)에 산둥(山東) 등 중국 동쪽 연안에서 해적 피해를 당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후한서(後漢書)에는 해적 3000여 명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해적들이 단순한 약탈과 상거래 독점에서 나아가 국가의 식민지 확보에도 기여한다. 13세기 수마트라섬 동쪽 팔렘방에는 해적 공화국이 있었다.
일본의 해적이 문헌에 나타나는 것은 730년이다. 14세기 중엽에는 쓰시마(對馬)·이키(壹崎)지방 호족의 무사들이 한반도 연안과 중국 산둥반도까지 들어와 약탈을 했다. 우리가 왜구라고 부르는 해적들이다.
현대의 해적
소말리아엔 ‘해적증시’도
소말리아 해적은 갈수록 조직화하면서 납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4월 10일엔 미국의 상륙함 애시랜드호를 직접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인질 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07년 40만 달러에서 2009년 400만 달러, 지난해에는 700만∼9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몸값의 일부가 이슬람 과격파 자금으로 제공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국제테러단체 연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무장 이슬람 단체의 하나인 알샤바브를 2008년 2월 국제테러단체로 분류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노력
소말리아 해적이 등장하기 전에 기승을 부렸던 인도네시아 해역과 말라카 해협의 해적들은 현재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연안국가들의 해적 감시활동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예방 활동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말라카 해협의 해적 퇴치를 모델로 삼아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
2008년 4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발생한 프랑스 국적 대형 요트인 르 포낭호 납치사건을 계기로 국제공조가 본격화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8년 6월 만장일치로 소말리아 해적 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에 따라 해적 퇴치를 위한 공동 접촉창구로 ‘소말리아 해적퇴치 연락그룹’(CGPCS)이 세워졌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22개국이 30여 척의 군함을 소말리아 동쪽 해역·인도양·아랍해에 파견해 지나가는 모든 선박을 호송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1척)·중국(3)·일본(2)·인도(1)·러시아(3)·태국(1)·말레이시아(1) 등 7개국 12척의 함정은 자기 나라 선박을 호송하고 있다. 여력이 있을 경우 다른 나라 선박도 보호한다. 군함의 호송을 받지 못하는 나라의 선박들은 선박의 속력에 따라 무리를 지어 통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3월 청해부대를 창설하고 제1진으로 문무대왕함(4500t급) 파견을 시작으로 현재 제7진 충무공 이순신함이 파견돼 활동 중이다. 6진으로 파견됐던 최영함이 1월 삼호주얼리호를 군사작전으로 구출했었다. 소말리아 해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말리아에 안정적인 정부를 수립하고 해상 치안력을 강화하며 해적 활동을 지원하는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발한 해적 퇴치 장비도 속속 개발
해적 때문에 발전한 분야가 해적 퇴치와 선원보호 설비다. 4월 21일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진텐진호를 공격했을 때 선원들이 대피한 ‘긴급피난처(citadel·요새)’가 대표적이다. 시타델은 갑판 아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위치는 해적들이 쉽게 찾을 수 없도록 배마다 다르다. 소총 같은 개인 화기로는 뚫기 힘든 두꺼운 철판벽으로 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요새형 선실을 개발했다. 갑판에서 선실로 연결되는 통로와 계단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선체 내부로 집어넣었다. 아래층 출입구만 잠그면 해적들의 선실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고화질 야간 투시장비를 이용한 해적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반경 10㎞ 이내의 선박 속도나 이동 방향을 분석해 해적선 의심 선박을 자동 판별하는 기술이다. 해적선으로 추정되면 경보를 울린다. 문제 선박이 계속 접근하면 조타실에서 갑판에 설치된 물대포를 쏜다. 압축 음파를 발사해 해적들의 청각을 손상시켜 선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첨단 장거리 음향무기(LARD)도 나왔다. 배 외벽에 미끄러운 특수필름을 붙이거나 900V의 전기를 흘려 해적들이 오르지 못하게 하는 장비도 개발됐다. 레이저 대포도 있다. 영국의 보안업체 BAE시스템스가 만든 이 장치는 지름 1m의 밝은 초록색 광선을 해적에게 발사해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하고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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