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09> 상품권
개인카드로는 구입 못하는 백화점 상품권, 탈세 우려 때문이죠
이수기 기자
1933년 첫선, 75년 물가상승 우려로 폐지 … 90년대 부활
우리나라에서 상품권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33년 ‘조선상품권 취체령’에 의해서였다. 그후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61년 12월 상품권법이 제정되고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이 허용됐다. 하지만 상품권 통용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초기 상품권은 ‘구두 한 켤레’처럼 금액이 아니라 해당 제품과 교환을 약속하는 인환권이 주종을 이루다 70년대에 들어서야 오늘날과 같은 금액표시 상품권이 본격 등장했다. 당시에는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심하던 때여서 물품 표시 상품권으로 인한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기 상품권 중 설탕과 조미료 선물세트 상품권이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들 제품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던 때여서 품귀현상을 빚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75년 12월 정부는 상품권 발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상품권 때문에 사재기가 일어나고 물가가 뛴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추석을 비롯한 명절에는 상품권 관련 매출이 총 매출액의 50%가량을 차지할 만큼 상품권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때여서 정부의 상품권 발행 금지 조치로 백화점 업계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상품권이 다시 부활한 것은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신호탄은 도서상품권 유통 허용이었다. 91년 4월 정부는 도서상품권을 시작으로 93년 3월에는 상품권의 일종인 엑스포 유니카드 발행을 허용했다. 94년 3월에는 상품권법 개정안이 공표됐다. 상품권 발행을 전면 허용한 것이다. 99년 2월 정부는 상품권법을 아예 폐지했다. 이에 따라 상품권 발행과 관련한 장벽이 사라져 상품권 거래가 한층 자유로워졌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나 인터넷에서 구입·선물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에만 총 842억원어치의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선불카드와 유사한 카드형 상품권인 ‘신세계 기프트카드’를 내놓았다. 이 백화점 전상진 자금팀장은 “최근 다양한 선불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프트 카드를 출시했다”며 “사회 변화상에 맞춰 모바일과 인터넷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권을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도 각양각색의 상품권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 관계자는 “현재 우리 매장에선 현금과 신용카드는 물론 교통카드(T-money), 프리페이드 프리피(Prepaid Free Fee), OK캐쉬백 포인트, 문화상품권, K-CASH, 모바일상품권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고객 확보 이점 … 과다 발행하면 경영에 부담
발행 이력 등이 남기 때문에 거래가 상대적으로 투명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백화점 같은 발행자 입장에서도 이익이 있다. 일단 상품권을 선물받은 사람은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백화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층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또 발행자 입장에선 상품권이 팔려나가는 순간부터 상품권이 사용될 때까지 선불을 받은 셈이 된다. 그만큼 자금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배달과 보관 등 물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사용과 보관이 간편한 데다 환금성이 좋아 뇌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과거 사회 문제가 됐던 성인 오락인 ‘바다이야기’의 경우 상품권이 현금처럼 활용되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상품권은 발행 업체 입장에선 일종의 빚이다. 때문에 이를 지나치게 발행할 경우 경영에 부담이 된다. 과거 제화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지나치게 많은 상품권을 발행해 시장에 내놓은 탓이었다.
현대백화점 재무팀 윤종원 과장은 “주요 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의 10%가 상품권을 통해 일어난다”며 “업체와 소비자 양쪽 모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데다 모바일 상품권 같은 다양한 유형의 상품권이 잇따라 출시돼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제휴, 한 장으로 77가지로 사용하기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권을 발행하는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업체마다 발행 기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전년도 발행액수 ▶최근 상품권 매출 트렌드 ▶기타 변수(명절인지, 할인행사가 있는지 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현금과 기업카드(법인카드)로만 구입이 가능하다. 개인카드로는 구입할 수 없다. 탈세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품권의 쓰임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업체마다 자사 상품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휴를 통해 활용범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상품권의 경우 쇼핑·패밀리레스토랑·호텔·골프·이동통신 등 77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사용한 상품권은 1차로 각 매장 계산대에서 ‘회수’ 도장을 찍어 사용 전인 상품권과 구분되도록 한다. 그리고 점포별로 사용된 상품권을 따로 보관하다 이를 본사에서 일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회수된 상품권 수량이 정확한지 수시로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회수된 상품권은 분기별로 본사 직원 입회 아래 전문업체에서 폐기된다. 폐기돼야 할 상품권이 혹시라도 시중에 다시 유통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도움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AK플라자
상품권의 위조 방지 기술
올록볼록 인쇄, 홀로그램 … 복사하면 사라지는 은선 …
위조 상품권을 막기 위해 롯데백화점은 독일 GND (GIESECKE & DEVRIENT MUNICH)사와 상품권의 원료가 되는 원지(原紙) 공급 계약을 맺고 상품권 용지 수급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상품권에는 홀로그램을 붙이고, 롯데백화점 고유 문양을 활용한 인쇄기법을 적용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사용된 상품권의 발행번호를 자체 전산망에 자동 입력되도록 하고 있다.
AK플라자는 상품권 앞면에 금박 등으로 홀로그램을 새겨 넣었다. 홀로그램엔 미세한 글자들이 입혀져 있다. 또 컬러 복사를 하거나 스캔을 했을 때 상품권 전면에 그려진 무늬들이 사라져 위조임을 알 수 있다. 특수 형광물질로 상품권의 일부분을 인쇄해 자외선 램프에 비춰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위조인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도록 했다. 또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대개 상품권에 새겨진 바코드를 통해 언제 판매됐는지, 누가 구입했는지 등 관련 정보를 전산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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