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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책에 관한 책

ngo2002 2011. 2. 14. 13:18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194> 책에 관한 책

셰익스피어, 저작권 제도 없어 인세보다 부동산 투자로 수입 올렸죠

하늘이 자꾸 높아집니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새벽잠을 깨우기도 합니다. 이른바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는 증좌입니다. 하지만 이제 독서는 벼슬을 위한 지름길도, 교양을 쌓기 위한 큰 길도 아닌 듯합니다. 그래도 버릇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책에 관한 책’을 골라봤습니다. 서평집과 책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통해 책의 숲에서 나만의 오솔길로 떠나기 앞서 준비운동을 하기바랍니다.

김성희 기자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독서 고수들의 글을 읽으면 얻는 게 적지 않다. 미처 몰랐던 좋은 책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읽은 책이라면 ‘내공’을 견주어 보며 내밀한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 적어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할 수 있도록 해준다.

광화문 교보문고
“유명인의 자서전·요리책, 여행안내서가 진정 책인가”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지음, 마티, 336쪽, 1만3000원)
=독서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여덟 번째로 내놓은 독서일기다.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곁에 두어야겠다 싶은 책을 뒤늦게 사는 독서습관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그가 섭렵한 책들의 다양함은 책깨나 읽는 이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거나 분발을 촉구하는 효과가 있다.

눈길을 끄는 서평은 ‘책의 죽음’에 관한『책은 죽었다』(셔먼 영 지음, 눈과 마음)이다. 호주의 미디어학과 교수인 셔먼 영은 교과서나 여행안내서 같은 ‘기능적인 책’과,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운동선수의 자서전, 유명 인사의 요리책이나 영화 개봉에 맞춰 곁다리로 끼워 파는 ‘안티 책’을 “사상이 담겨 있거나 사고를 촉발하는” 책과 구분한다. 이 구절이 60세가 될 때까지 20여 권의 독서일기를 낼 계획인 작가 장정일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아닐까. 또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 같은, 부실한 추천도서 목록에 관해 “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은 없다”고 꼬집는 그의 독서목록을 눈여겨 볼 일이다.

가르침이 아니라 위로를 보내준 책들 보여줘

마녀의 독서처방 (김이경 지음, 서해문집, 368쪽, 1만2900원)
=편집자·작가·독서강사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독서애호가의 독특한 에세이다. ‘마녀’는 공주나 무수리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지식과 능력에 의지해 제 방식대로 살겠다는 지은이의 다짐을 나타낸다. ‘독서처방’은 언제나 곁에 있던 책에서, 가르침이 아니라 위로를 얻은 체험을 살려 설렘· 사랑· 치유 등 삶의 고비에 읽을 만한 책을 소개했기에 붙은 제목이다. 그래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책이 하품을 부를 때 ‘내가 무식한가 보다’고 자괴감에 빠지는 독자들을 위한 처방도 있다. 20세기 명작들의 출간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한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릭 게고스키 지음, 르네상스)를 소개한 글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보다 더 긴 작품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게고스키는 희귀본 중개인이면서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 심사위원까지 지낸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영문학 박사이니 적지 않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뛰어난 문장에 실린, 책을 매개로 한 사회적 발언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최성각 지음, 동녘, 475쪽, 1만5000원)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지은이가 쓴 책에 관한 글을 모았다. 단순한 독후감이라기보다 책을 매개로 한 대사회적 발언에 기우는데 문장이 뛰어나 톡 쏘는 맛이 각별하다. 지은이의 독서여정에 출발점이 된 『아웃사이더』(콜린 윌슨 지음, 대운당)에 관한 글은 책의 힘을 보여준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20세기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돈이 없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를 절실히 깨달은” 윌슨이 쓴 문학평론서를 지은이는 ‘벼락처럼’ 만났단다. 더러는 이해했고 더러는 몰이해 상태에서 “꿈도 없었고, 할 일도 없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도 잘 모르던 시골의 실업계 고등학생”이 세계의 어둠에 접했던 듯했다고 털어놓는다. 민주화며 환경문제에 관한 나름의 생각과 관련 책을 소개한 글을 지은이는 ‘독서잡설’이라 부르지만 의외로 묵직한 울림을 지녔다. 환경고전 17권과 ‘다음 100년을 살리는 141권의 환경책’을 간략히 소개한 책 말미의 ‘우리시대 환경책 목록’이 그 미덕을 증폭시킨다.

과학자·과학애호가들이 과학책 소개…부록도 눈길

과학 그리고 책 (과학독서아카데미 엮음, 지성사, 284쪽, 1만2000원)
=귀한 책이다. 독서 편식을 막아주는 구실을 충분히 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평집은 문인이나 학자들이 쓰기에 문학이나 인문사회과학 책을 주로 다루기 마련이다. 한데 이 책은 다르다. 과학자나 과학애호가들이 과학책에 관해 썼다. 1999년 5월 발족해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달 모임을 가진 과학책 읽기 동아리가 그 10년을 기념해 만든 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동물병원 김태환 원장 등 과학자들은 물론 번역가· 학생까지 회원 15명이 인연을 맺은 과학책을 소개했다. 과학이라 해서 지레 겁낼 것은 없다. 줄 베른의 SF 『해저 2만리』에 심취해 해양생물학자가 된 이야기가 나오고, 식물을 의인화해 평전 형식으로 엮은 『신갈나무 투쟁기』(전승훈 외 지음, 지성사)로 자연의 신비에 눈뜬 이야기들이 나오는 덕분이다. 특히 이 책을 값지게 만드는 것은 권말 부록. ‘과학독서아카데미가 10년 동안 읽은 책’이라 해서 회원들의 감상평이 더해진 과학책 119권이 소개되어 있다.

“천천히, 겹쳐 읽어라” 도서평론가의 독서법 에세이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이권우 지음, 그린비, 224쪽, 1만1900원)
=서평집이 아니다.『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등 독서와 책에 관한 책을 여럿 낸 도서평론가의 독서법 에세이다. 이 분야의 고전으로는 오래 전 선보인 에밀 파게의 『독서술』을 치지만, 그보다 흥미롭고 알차다. 우리 실정에 맞기도 하지만 독서지도 현장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글솜씨에 힘입은 바가 더 크다. 어쨌거나 음미해 가며 책을 읽어야 비판적 안목을 키울 수 있다며 ‘천천히 읽기’를,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비교해 읽어야 깊은 사고가 가능하다며 ‘겹쳐 읽기’를 권장하는 등 독서법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곱씹어 볼 만하다. 이론 설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삼국지 읽지 마라’ 등 눈길을 확 끄는 주장도 있고 동·서양의 명저가 폭넓게 등장해 독서나침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글을 볼 때는 모름지기…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중국의 주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주자어류』의 독서편에 실린 구절이란다. 그 치열한 독서 자세가 수험생이나 고시 준비생에게만 필요할까.



책의 역사, 궁금하시죠?

인류 최대의 발명은 문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자 덕분에 지식의 축적· 전승이 가능해져 비약적인 문명 발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책의 역사, 책과 문화에 관한 책에는 문명의 뒤안길을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다.

고대 이집트 책부터 『해리 포터』까지 파고들어

책 vs 역사 (볼프강 헤를레스 외 지음, 배진아 옮김, 추수밭, 336쪽, 2만2000원)=명저 해제집 겸 역사책이다. 사후 세계를 안내하는 고대 이집트의 『사자(死者)의 서(書)』에서 21세기 『해리 포터』 시리즈까지 ‘인류가 기억해야 할’ 책 50권을 골라 문화사적 의미를 설명해 준다. 이를테면 『논어』를 두고 “공자 가라사대”는 모두를 침묵하게 만드는 정신적 권력을 의미했다고 풀어내는가 하면 동화 『말괄량이 삐삐』가 여성과 아동의 권리 신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식이다. 단지 헤르만 헤세의 소설 『황야의 이리』,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 『군도(群盜)』등 독일 책 비중이 높은 점이 거슬리긴 한다.

불에 타고 찢겨지고…책의 수난사

책 파괴의 세계사 (페르난도 바에스 지음, 조구호 옮김, 북스페인, 424쪽, 1만8000원)= ‘지성의 성소’ 모독사이다.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그렇지만, 스페인 사람들도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신앙을 지우거나 바꾸기 위해 책을 파괴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도 당했다. 1976년 군사독재 시절의 아르헨티나에서 전통가치를 부정한다는 이유로 불구덩이에 던져졌다. 2001년에는 미국의 한 광신적 목사가 마술을 긍정적으로 다뤘다며 J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를 ‘화형’에 처했다. 정보화 시대라는 21세기 들어서도 책의 수난은 끊이지 않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책에 얽힌 이런저런 에피소드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존 맥스웰 해밀턴 지음, 승영조 옮김, 열린책들, 464쪽, 1만8000원)=책에 관한 책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 일화 백과사전’이다. 풍부한 자료 조사와 지은이의 해학적인 글 솜씨 덕분에 부제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란 딱딱한 부제와는 달리 유쾌하게 읽힌다. 예컨대 전업작가는 인쇄술이 발명된 뒤에 나타난 직업이란다. 영국의 보석이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연극 출연을 하지 않을 때, 혹은 자기가 즐기기 위해 희곡을 썼는데 저작권 제도가 없었기에 천하의 셰익스피어도 인세보다 부동산 투자에서 수입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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