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23> 국회예산정책처
나라 살림 감시하는 ‘국회 싱크탱크’ … 보고서 낼 때마다 정부 초긴장
정효식 기자
정부 재정 방향·통계 등 문제점 파고들어
| 지난해 1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2010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신해룡 예산정책처장, 박계동 당시 국회 사무총장, 심재철 당시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이 토론자의 발제를 듣고 있다. [예산정책처 제공] |
NABO 보고서에 기획재정부가 발칵 뒤집힌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5월 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정책방향’이란 보고서에서 “향후 정부의 조세 수입 여건이 나빠지기 때문에 2013년에도 재정적자가 20조원(-1.4%)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초 업무보고에서 “2013년엔 재정수지의 균형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기획재정부를 난처하게 만든 보고서였다.
4대 강 숨은 예산 지적해 ‘야당 편’ 소리 듣기도
| 『2010년도 예산안 분석』『2010년 경제전망』 등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9년 한 해 동안 펴낸 각종 연구·분석 보고서들. |
지난해 2월 펴낸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는 법인세·소득세율 2%포인트 감세 효과가 당초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추정치 35조3000억원보다 무려 60조 많은 96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러자 민주당 등 야당이 일제히 이 보고서를 토대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부자감세안’이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사실 NABO와 정부의 계산에 차이가 난 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세율을 인하하는 경우 정부는 2012년까지 연도별로 전년대비 인하효과를 계산해 합계를 낸 반면 NABO는 2008년을 기준연도로 해 해당연도의 줄어든 세수를 계산, 훨씬 감세규모가 크게 나타난 거였다. ‘전년대비냐, 기준연도 방식이냐’는 전문적인 계산 기준의 차이였지만 여의도에선 정쟁의 소재가 됐던 것이다.
가장 파장이 컸던 건 지난해 11월 ‘2010년 정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였다. NABO는 정부가 4조원 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재정수지 균형을 위해 수입에 변동이 없으면 4조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대 강 사업과 관련,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에 이자비용조로 지원하는 800억원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삭감 목록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기획재정부가 “단순한 예산 분석이 아니라 개별 사업까지 거론하며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정부 측에선 “예산정책처가 4대 강에 반대하는 야당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거셌다고 한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야당 시절 창설 주도
NABO는 탄생부터 특정 정당의 영향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입법부가 정부를 견제·감시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다. NABO의 힘은 그런 독립성에서 나온다. 특히 NABO의 출범을 주도한 곳도 야당이었다. ‘여소야대’이던 16대 국회 시절 다수 야당인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 개혁 차원에서 출범을 주도했다.
박 의장은 2002년 10월 “국회가 거대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려면 미국 의회예산처(CBO)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며 국회 운영위에 ‘의정연구원’ 창설을 제안했다. 당시 박 의장은 CBO처럼 행정부에 맞설 실력을 갖추면서도 국회사무처나 특정 정당에 예속되지 않고 초당적으로 입법부 전체를 지원하는 독립적인 연구원을 설립하겠다고 구상했다고 한다. 국회가 전문성과 실력이 없다 보니 매년 졸속 예산심사가 되풀이된다는 반성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후 국회 운영위는 공청회를 거쳐 연구원의 기능을 ‘예·결산 심사기능’으로 한정하고 의장 직속 국가기관으로 정했다. 그래서 2003년 7월 국회예산정책처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준비기간을 거쳐 2004년 3월 공식 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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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만 39명, 재정 사업 전반으로 역할 확대
국회예산정책처는 출범 여섯 돌을 갓 넘겼지만 역할을 점점 확대하는 추세다. 단순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기능을 보좌하는 것을 넘어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사업평가, 공공기관 평가와 같은 재정집행 감시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국회가 국세통계자료 요구권을 갖게 되자 NABO도 4월 세법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조세분석심의관과 세제분석관 등을 각각 신설·증원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비효율 감시를 위해 팀장 등 5인으로 공공기관평가팀도 새로 만들었다. 인력도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경제학·재정학·행정학 등의 박사만 39명에 이르고, 공인회계사 2명, 입법고시 출신 30명 등 전체 인원 102명 중 81명이 전문 연구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펴낸 각종 보고서 책자만도 ‘예결산분석’ ‘경제전망’ 등 119권에 달한다.
박종규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정부 산하 연구소들은 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지만, 예산·재정 같은 정부 핵심 분야를 국민의 입장에서 감시하는 곳은 NABO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예산안 심사를 좀 더 충실히 하려면 미국처럼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부터 참여해 사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 무슨 일 하나
1 정부 예산·결산·기금운용계획안 및 기금결산에 대한 연구·분석
2 예산·기금상 비용이 수반되는 법률안 등 의안에 대한 소요비용 추계
3 국가재정 운용 및 거시경제 동향에 대한 분석·전망
4 세수추계 및 세제·세정 연구, 세제개편안 분석자료 제공
5 국가 주요 사업에 대한 분석 및 공공기관 평가
6 국회 상임위원회 또는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사항의 조사 및 분석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는
‘워터게이터’로 닉슨 낙마 뒤 설립
강력한 예산 통제 시스템 갖춰
미국은 우리와 달리 의회가 예산심의권뿐 아니라 예산편성권도 갖는다. 매년 1월 대통령실 산하 예산관리청(OMB)이 예산제안서를 제출하면 의회의 개별 상임위뿐 아니라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연중 심사를 한다. 이런 사전 심사 결과를 반영해 백악관이 10월에 최종 제안서를 내면 이를 다시 심의해 의결하는 식이다. 그러나 미국도 의회예산처(CBO)가 설립되기 전까지는 의회의 역할이 매우 소극적이고 행정부에 의존했다고 한다.
1974년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해다. 그해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승을 하고 초선 의원만 무려 75명이 의회에 진출했다. 그러다 보니 거센 의회 개혁의 바람이 불었고 같은 해 ‘의회의 예산 및 지출거부통제법’을 제정해 현재와 같은 의회의 예산 통제 시스템을 강력하게 갖추게 됐다.
‘의회예산통제법’에 따라 우선 상·하원에 예산위원회가 설치돼 위원회별로 분산됐던 예산 심사 기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의회 내 전문 분석기관인 CBO를 설림함에 따라 의회는 OMB와 행정 각부에 예산 정보를 의존했던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대통령이 의회가 의결한 예산사항을 집행하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사업에 예산을 사용하는 ‘지출거부행위’에 대해서도 의회가 통제 수단을 갖게 됐다. 미국의 CBO는 인력 규모는 우리의 두 배 이상이지만 예산안 분석과 법률의 예산 부담 추계, 사업별 예산 분석 등 예산 심의를 지원하는 기능만 한다. 의회 내에 정부의 예산 집행, 공공사업 등에 대해 회계감사권을 가진 ‘회계감사원(GAO)’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처럼 의회 내 독립된 예산심사 지원기구가 있는 곳은 멕시코 중앙공공재정연구원(CEFP), 캐나다 의회예산처(PBO), 스위스 의회재정감독처(SPFA) 등이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는 예결위나 재정위 등 위원회를 보조하는 기구 또는 인력이 있다. 네덜란드는 행정부(중앙기획국)가 의회의 예산 심의를 지원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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