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디지털3.0] 공학도는 신나게 일하고 싶다

ngo2002 2010. 11. 24. 09:18

[디지털3.0] 공학도는 신나게 일하고 싶다

 

얼마 전 한 학생과 진로에 대해 상담할 기회가 있었다. 미래의 큰 꿈을 키우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그 공대 학생은 뜻밖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큰 고민거리는 졸업 후 다니고 싶은 직장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비록 자신은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현실이 불만스러워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미취업자가 들으면 아마 팔자 좋은 소리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학생이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산업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지식기반 시대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는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ㆍ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바탕에는 뒤에서 묵묵히 일해온 공학도의 헌신과 희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이러한 희생을 강요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젊은 공학도들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럴 때 그들은 엄청난 일을 해낸다. 얼마 전 U-17 여자 월드컵 축구대회를 우승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공학도들이 기존의 기업에 입사하면 시키는 일을 하게 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창업을 통해 그들은 능력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20대 젊은이가 창업해 성공한 회사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혁신적인 기술은 대기업보다는 창의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을 통하여 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벤처 생태계`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러기에 능력 있고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창업을 망설이게 된다. 지금은 2000년 초 벤처 붕괴의 실패를 교훈 삼아 공학도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 때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정부는 가능성이 많은 기술을 지원해 창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창업투자회사들도 옛날처럼 단기간의 투자로 작은 이익을 취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회사의 연구와 경영, 영업을 적극적으로 도와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창업자가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자가 실패하면 경제적인 피해를 대부분 떠안게 될 뿐만 아니라 실패자로 낙인 찍혀 그동안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 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대기업은 벤처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매입하려 하지 말고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여 벤처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동반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기업-벤처회사의 바람직한 상생모델이다. 이런 역할이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여 큰 보상을 줄 것이다. 벤처 생태계는 대기업에 혁신적인 기술과 숙련된 기술자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유능한 공학도들이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좋은 예로 구글처럼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20%를 자기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제도를 잘 운영하면 직원들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함으로써 회사는 급변하는 시대를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학도들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멋진 미래를 그려본다. 우리의 밝은 미래는 신나게 일하는 공학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광복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