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③三惡:황혼이혼=="있을 때 잘하지" 20년 넘게 살다 연금 나눠 이혼한 아내 벌써 6만명

ngo2002 2022. 8. 30. 13:47
이경은 기자 입력 2022.08.30. 10:45 수정 2022.08.30.
헤어지면 연금도 반으로 분할해야
'七거지惡 탈출' 3편
[행복한 노후 탐구] #내돈부탁해

 

“늘그막엔 아내의 잔소리와 바가지도 고마워하자. 이혼당해서 혼자 살면 단명한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 장년 남성들이 주고 받는 말이다. 아내와 함께 살면 혼자 살 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같지만 실제 통계로도 증명된다. 일본 주간지 ‘더 프레지던트’는 지난 2월 배우자 유무에 따른 남성의 수명을 조사해 소개했다. 50세 이상 남녀의 사망 연령(중간값)을 미혼, 이혼, 기혼, 사별 등 4가지 경우로 나눴다.

긴 세월 자식만 키우며 앞만 보고 살아왔던 노부부들이 결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황혼기의 이혼은 남성에겐 악재다./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은 사망 연령이 가장 빠른 ‘단명(短命) 위험군’이었다.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81.6세)보다 13년이나 빠른 68.5세에 사망했다. 현역 시절에 뼈 빠지게 일했는데 연금은 고작 3년만 받고 삶을 마친 것이다(65세부터 연금 수령). 이혼 남성의 사망 연령도 72.2세로, 역시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81.6세)에 못 미쳤다.

반면 평균수명을 훌쩍 넘기며 장수한 그룹은 아내와 사별한 남성(87.8세)이었고, 아내가 살아 있으면 81.2세까지 살았다. ‘초솔로사회’의 저자인 아라카와가즈히사(荒川和久)씨는 “미혼·이혼 등 독신 상태의 남성들은 평균수명까지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생활 습관과 외로움 등이 질병을 부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영화 '록키'와 '람보'로 인기를 모았던 76세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도 최근 결혼 생활 25년 만에 결별했다. 아내(재니퍼 플래빈)는 22살 연하로 모델 출신이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스탤론 부부./조선DB

수십년 함께 살았던 부부의 이혼은 남녀 모두에게 상처가 되지만, 특히 남성에게 더 치명적이다. 경제적으로는 평생 일해서 모아왔던 연금이 반토막난다. 이혼하면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부부가 연금을 나눠야 한다.

일본은 2020년 기준 황혼이혼 비율이 21.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90년(13.9%)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났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5일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2008년부터 시작된 연금분할 제도를 꼽았다.

일본 서점가에 나와 있는 황혼이혼 관련서에는 연금분할 내용이 반드시 들어간다. 노후에 대비해 충분히 연금을 쌓았다고 자신했어도, 생각지도 못한 이혼 변수가 발생하면 인생 말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평생 월 250만원씩 연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70대 남성이 아내와 황혼이혼하면서 연금을 쪼갰고, 결국 반쪽연금으로 혼자 살게 됐다는 사례들이 넘쳐 난다.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씨는 “이혼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긍정적이며, 실제로 이혼을 준비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쪽도 아내가 대부분”이라며 “황혼이혼의 주도권은 여성이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라카와씨는 “남성은 결혼을 애정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로맨틱한 환상을 품지만 아내는 현실을 냉정하게 본다”면서 “정년이 되어 일을 관둔 고령 남편은 객관적으로 보면 나이든 무직 남성일 뿐이며, 언제까지나 아내가 남편을 대우할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료=국민연금, 그래픽=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사랑이 식어 옥신각신 다투는 노부부의 종착역은 황혼이혼이다. 황혼이혼이 일본처럼 늘어나면 이혼한 배우자와 연금을 나눠 갖는 ‘분할연금’도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할연금은 헤어진 배우자와 혼인을 5년 이상 유지하고, 전 배우자와 본인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61~65세)을 갖추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2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입한 사람의 월평균 연금액은 4월 기준 98만원이니까, 분할연금 상황이 발생하면 아내는 본인 명의로 1년에 최대 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오래 살다가 헤어져 연금을 나누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혼 후에 부부가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이른바 ‘분할연금’ 건수는 지난 2022년 4월 기준 5만8702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만 해도 2만8000명 정도였는데, 4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올해도 4월까지 4000명 넘게 늘어났는데, 이런 속도라면 연말에 6만명은 가볍게 넘길 전망이다.

/일러스트=정다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됐는데 현 시점에서 황혼이혼을 하는 경우엔 부부의 혼인기간과 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겹치게 된다”면서 “꾹 참고 살던 아내가 남편의 퇴직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이혼한다면, 남편이 65세가 되어 받을 연금의 절반 가까이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늘어날수록 일본처럼 황혼이혼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편이 20년 동안 연금을 부었고 같이 산 기간도 20년인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남편이 받을 예상 연금액이 100만원이라면, 같이 산 기간이 분할 대상(100만원)이고, 아내는 그 절반인 50만원을 국민연금공단에 청구해서 받을 수 있다. 1년에 600만원이다. 아내가 자격을 갖춘 뒤 5년 이내에 연금 수급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된다.

참고로 연금분할은 부부가 비율을 정할 수 있는데, 맞벌이의 경우엔 서로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하기도 한다. 재혼한 경우엔 남편이 같이 산 기간만큼 전·현 부인이 연금을 나눠 받는다.

→'七거지惡 탈출’ 4편으로 이어집니다.

✔✔七거지惡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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