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창]
①같은 돈이면 수증자 분산해야 절세
②할아버지→아버지 순서로 증여
③감정가로 시가 매기면 시세보다 낮게 책정
④부담부 증여하면 증여가액 축소..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주의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자녀 등에게 일찌감치 자산을 증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43조6134억원에 이르는 자산이 증여됐다. 빠른 증여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증여에도 요령이 있다. 요령을 알면 절세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어설픈 절세는 세무조사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증여받는 사람 나눠야 세율↓…증여세 신고할 때 ‘재차 증여 합산’ 조심
증여세 절세를 위한 기본은 ‘분산’이다. 수증자(증여받는 사람)를 분산시키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A씨가 아들 부부에게 2억5000만원을 증여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A씨가 아들에게만 2억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아들은 증여세로 2910만원을 내야 한다. 같은 돈을 A씨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씩 나눠 증여하면 아들 부부가 낼 증여세는 1843만 원으로 줄어든다. 증여하는 금액은 똑같지만 세금은 1000만원 넘게 절감할 수 있다. 아들에게만 2억5000만원을 증여했을 땐 20% 세율을 적용받지만 같은 돈을 아들과 며느리에게 나눠 증여하면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10%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를 위해 증여 순서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모두 자산을 증여받는다면 할아버지에게 먼저 증여받는 게 유리하다. 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와 달리 할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는 할증세액이 추가되는데, 할아버지로부터 먼저 증여를 받아야 증여공제를 적용받아 과세표준을 줄이고 할증세액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2억5000만원씩 5억원을 증여할 때, 아버지가 먼저 하면 증여세가 7954만원이 나오지만 할아버지에게 먼저 받으면 세금이 7663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사람에게 두 번 이상 증여를 받는다면 증여 가액 계산에 주의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수증인이 10년 이내에 1000만원 이상을 증여해준 사람으로부터 추가로(재차) 증여 받는다면 종전 증여액과 새 증여액을 합산해 증여세를 신고하도록 한다. 쪼개기 증여로 증여공제를 중복으로 받거나 세율을 낮추는 걸 막기 위해서다. 증여자가 직계 존속이면 그 배우자가 증여해준 자산까지 재차 증여 합산을 해야 추가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감정평가액으로 시가를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는 들지만 대개 일반적인 시세보다 가액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신진혜 가현택스 대표세무사는 “유사 매매사례로 시가를 책정하면 감정평가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높은 거래가가 신고되면 증여세 부담이 늘어난다. 감정평가를 받으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산과 함께 그에 담보된 채무를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 증여는 ‘양날의 칼’이다. 세를 낀 집을 증여하는 경우가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 자산을 부담부로 증여하면 채무만큼 증여가액이 줄어들어 수증자가 낼 증여세가 적어진다. 1억원 전세를 낀 2억원짜리 집을 부담부 증여받으면 1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는 뜻이다. 채무 상환 의무가 없어지는 증여자는 채무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1주택자가 주택을 증여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는 사정이 다르다.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혜 세무사는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증여세를 더 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담부 증여를 할 땐 수증자가 채무 상환 능력을 갖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부담부 증여는 수증자가 자산에 담보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있을 때 허용된다. 증여가 이뤄진 후에도 채무를 수증자가 직접 갚아야 한다. 국세청도 부담부 증여 후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그 자금 출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때 수증자 능력이 아니라 증여자 도움으로 채무를 상환했다면 추가 증여세와 가산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 김정래 더케이 세무회계컨설팅 대표세무사는 “매매 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큰 집을 증여할 땐 채무 미성년자에게 부담부 증여를 해도 상환 능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차이가 작다면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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