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주식)

비트코인의 적정한 가치는 얼마일까[비트코인 A to Z]

ngo2002 2021. 8. 25. 09:32

입력 2021. 08. 25. 06:01 댓글 3

"금 점수 비트코인의 1.5배·시가총액은 금이 비트코인의 60배..비트코인 가격, 적정 가치 반영 못해"

[비트코인 A to Z]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 둘 필요가 있다. 만약 보험을 들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당신의 자산 가운데 1~2% 정도는 비트코인으로 보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월가의 전설’ 빌 밀러 밀러밸류파트너스 창업자

왜 비트코인이 중요한가

오늘날 비트코인의 역할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 50년에 걸친 통화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 통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비트코인과 같은 희소성 높은 통화의 수요는 오를 수밖에 없다.

1971년 미국은 금본위제를 폐기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더 이상 정해진 액수의 법정화폐(미국 달러)로 정해진 양의 금을 살 수 없게 되자 주요 자산 가격이 급격히 부풀어 올랐다.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표1>을 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임금 상승률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두 지표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총수요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팽창적인 경제 정책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이 빚을 내 자산을 사들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신용 경색 조짐을 보이자 은행들은 대출을 회수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급하게 빚을 갚으려고 자산 매각 또는 다른 빚을 내다가 부실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양적 완화(QE : 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도입됐다. 그런데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돈을 시중에 흘러들게 해 실물 경제에서 도는 대신 금융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는 더 커졌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8년 이후 두 배나 늘었는데 같은 기간(본원통화  M₁에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 상품들을 포함한) 광의통화 M₂의 통화 유통 속도, 즉 화폐가 얼마나 빈번하게 움직이는지는 확연하게 줄었다. 이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새로 공급된 화폐가 실물 경제로 흘러든 대신 금융 자산을 매수하는 데 쓰였다는 뜻이다.

2008년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꾸준히 양적 완화 정책을 편 결과 Fed의 보유 자산 규모도 총 1조 달러에서 2014년 4조 달러로 커졌다. 경제가 회복돼 펀더멘털이 탄탄해졌다는 신호를 읽은 Fed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되돌리려고 했고 2018년 Fed가 긴축을 시작하며 자산 규모를 축소하려고 하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개월 동안 2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즉 양적 완화의 결과로 비대해진 금융 시장을 궁지로 내몰지 않을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양적 완화 정책 자체를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Fed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엄청난 양의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언제까지 이 정책을 펴겠다는 약속도 없는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이다. 미국 달러는 아직 다른 통화에 비하면 구조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계속해 양적 완화를 시행한다면 투자자들은 통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진다.

전례 없는 팽창적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합한 경기 부양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투자자들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화폐 공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길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처럼 통화가 급격히 팽창하는 상황에서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유용하다고 본다. 이는 검증된 희소성, 중앙화된 권력이 공급량을 관리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는 점 등 비트코인의 특징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나

투자자들은 희소성 있는 디지털 형태의 돈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비트코인은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이다. 그러다 보니 흔히 쓰는 현금 흐름 할인법(DCF : Discounted Cash Flow)을 이용해 현재 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계산하는 법은 여러모로 금의 가치를 측정하는 법과 비슷하다. 현금 흐름 대신 상대적 가치 평가나 수요·공급 분석을 이용해 투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가치를 측정하는 이런 분석 방법이 미래의 가격 변화를 예측하는 데 절대적인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제한된 희소한 자산이고 비트코인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 평가 방법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는 다른 자산과 여러 가지 지표를 비교한 뒤 상대적인 가치를 역산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유명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종합 점수로 매긴 순위에선 최하위였지만 점수를 토대로 추산한 적정 시가 총액은 현재 시가 총액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존스 창업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내가 볼 때 가장 놀라운 점은 비트코인이 종합 점수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게 아니다. 오히려 총점이 이렇게 높게 나왔다는 점이 더 놀라웠는데, 비트코인의 총점은 금융 자산의 60%에 육박하지만 시가 총액은 전체 금융 자산의 1200분의 1에 불과하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점수는 비트코인의 1.5배 정도인데 시가 총액은 금이 비트코인의 60배나 된다. 이렇게 큰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다름 아닌 비트코인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적정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존스 창업자의 전제와 논리를 활용하면 비트코인 시장의 크기와 그에 따른 비트코인의 적정한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비트코인이 위에서 비교·분석해 본 다른 자산의 진정한 보완재나 대체재가 되려면 보급률과 사용률, 일반 대중의 신뢰, 명확한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트리미  

*이 리포트는 디지털 커런시 그룹의 자회사이자 스트리미(고팍스)의 관계사인 그레이스케일의 허락을 받아 번역, 재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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