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계약한 1차 아파트, 2차보다 분양가 6000만원 더 비쌌다… 왜?
- 머니S 김노향 기자|조회수 : 2,019|입력 : 2021.06.28 15:25
신규 아파트 분양 사업장에서 HUG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형평성 문제가 또 발생했다. HUG는 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것이지 분양가 규제 '완화'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
올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高)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이 바뀌며 고무줄·깜깜이 분양가 논란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형평성 문제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집값 과열 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 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니더라도 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선(先)분양으로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땐 분양보증과 분양가 심사를 받는 것이 의무여서 HUG와 공급업체 간 갈등은 계속 돼 왔다.
분양가 운영이 명확하지 않고 깜깜이란 논란이 지속되자 산정방식을 변경한 것이 HUG의 새로운 심사기준인 셈이다. 업계는 당초 새 심사기준이 마련돼 분양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선 앞서 분양한 인근 사업장보다 오히려 분양가격이 낮아지는 등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HUG는 산정방식의 합리적 개선일 뿐 분양가 규제 '완화'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같은 사업장인데 6개월 새 6000만원 낮아진 분양가… 문제는?
한 지방광역시에서 선보일 예정인 1000가구 규모의 A브랜드 1차 단지는 지난해 12월 HUG의 분양가 심사 결과 3.3㎡당 1300만원이 책정돼 분양을 완료했다. 6개월 후인 올 5월 분양 예정이던 동일 브랜드 2차 단지는 HUG 분양가 심사기준이 바뀌며 3.3㎡당 1100만원으로 낮아졌다. 두 단지가 바로 붙어있고 6개월 새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가 올랐음에도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으로 분양가가 6000만원 낮아진 것이다.
같은 지역의 준공 9년차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면 84㎡의 경우 2020년 12월 4억8000만원(21층)에서 올 4월 5억8500만원(9층)까지 올랐다. 시세 역시도 그만큼 상승한 것이다. 결국 A브랜드 1차 아파트 계약자 입장에선 6개월 먼저 분양을 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아파트를 6000만원 비싸게 주고 산 셈이 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선 분양 지연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시공사 역시 이대로 분양을 진행하는 경우 1차 분양자와의 분쟁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에 분양가가 낮아져 이전 계약자가 시공사에 분양가 차액의 환불을 요구한 적이 있다.
올 초 분양한 아파트에서도 같은 사례가 속출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업체 대다수가 분양가 산정에 불만을 품고 회원사로 있는 한국주택협회를 통해 국토부에 항의 공문을 보내거나 지난달엔 HUG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A브랜드와 마찬가지로 5월에 분양보증을 신청한 인근 B브랜드 단지의 경우 HUG 분양가 심사에서 3.3㎡당 1300만원이 책정됐다. 이 단지는 A브랜드와 반경 700m 거리다. A브랜드의 2차 단지의 경우 새롭게 적용된 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라 분양가격이 달라졌더라도 같은 시기에 신청한 인근 B단지와 또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HUG의 분양가 산정방식 때문이다. 올 2월 변경된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보면 반경 1㎞ 내 비교 사업장을 선정해 평균 분양가, 집값 상승률, '심사 평점에 따른 가감률'을 곱해 정한다. 여기서 HUG가 비공개하고 있는 심사 평점에 따른 가감률의 경우 교통상황 등 여러 요소를 이용해 정량적 점수를 평가한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高)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에 따른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기 위해 공급 방식을 후분양으로 돌리는 단지들도 속속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사업장. /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
일부 사업장 '후분양' 검토… 분양가만 더 올라갈 수도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시공업체가 공사 이윤을 더 챙기기 위해 분양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의심을 하지만 공사비는 정해져 있는 만큼 이익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에 따라 실제 사업주인 시행사의 이윤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A브랜드 1,2차 단지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00만원 낮아짐에 따라 시행사의 이윤은 84㎡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600억원 줄어든다.
시행사가 분양을 연기하는 경우 시공사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후(後)분양'을 검토하기도 한다. 즉 착공 1년6개월 후 공정률 60% 수준에서 계약자를 모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부실시공이나 입주하자 등을 이유로 후분양을 권장하고 있지만 계약자 입장에서 보면 후분양은 분양가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통상 선분양인 경우 계약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비해 후분양의 경우 공사비를 비롯한 초기 사업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한 조달금액이 늘어나고 그만큼 금융비용도 증가한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A브랜드 2차 단지의 경우 후분양 시 분양가가 3.3㎡당 14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84㎡ 기준으론 1차보다 2차 단지의 분양가격이 3000만원 더 비싸진다. 후분양의 경우 HUG로부터 '후분양 대출보증'을 발급받으면 선분양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출보증을 받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한 후 후분양할 경우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후분양이 여러모로 장점이 있지만 계약자 입장에선 좋지만은 않다"며 "당장 분양가가 올라갈 수도 있고 공정률 60%는 골조만 세워진 상태와 비슷한 상황인 만큼 선분양했을 때 문제되는 부실시공과 생활하자 등의 개선 효과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김노향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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