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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머니 웨이브: '수출강국'을 넘어 '투자강국'으로①]앉아서 이자로 먹고 사는 '투자강국' 일본...우리도 할 수 있다

ngo2002 2021. 6. 22. 07:29

 

머니투데이

  •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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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2 05:01

 

[편집자주]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무역으로만 먹고 사는 나라는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해외에 깔아둔 자산이 많다면 이를 이겨낼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적극적 해외투자로 일찌감치 안정적 소득수지 흑자 구조를 갖췄어도 2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을까. '수출강국'을 넘어 '투자강국'으로, 무역수지 뿐 아니라 소득수지에서도 안정적 흑자를 내는 국가로 가는 길을 찾아본다.



지난해 일본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서도 1600억달러(약 180조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이 가운데 물건을 사고 팔아서 번 상품수지(무역수지) 흑자는 300억달러에 불과했다. 무려 2000억달러의 흑자가 소득수지에서 나왔다. 나라 밖에서 벌어들인 이자와 배당이 대부분이다. 과거 수출로 번 외화로 주식·채권 등 해외 자산을 잔뜩 사둔 덕분이다. 왕년의 '수출강국'에서 '투자강국'으로 변모한 일본의 오늘이다.

우리에게 먼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우리나라도 올 1분기 소득수지 흑자가 상품수지 흑자의 30%에 육박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물건을 다른 나라와 사고 팔아 100원을 남길 때 해외에서 이자·배당 등으로도 30원 정도를 번다는 얘기다. 소득수지가 흑자로 돌아선지 불과 10년 만이다. 일본처럼 수출이 약해져도 나라가 무너지지 않는 '소득수지 강국'으로의 변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외환보유고를 가진 정부와 한국은행 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선다면 말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본원소득수지(이하 소득수지) 흑자는 5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55% 급증했다. 이른바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한 해외 주식 투자 붐으로 배당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원래 소득수지에는 이자·배당 뿐 아니라 외국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인건비도 포함된다. 그러나 1분기 인건비 수지는 1억1000만달러 적자였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해외에서 번 돈보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번 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달랐다. 이자·배당 등 투자소득수지 흑자가 58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품수지 흑자가 196억3000만달러였는데, 그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간 기준으로 우리나라 소득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건 2011년이다. 2006년부터 활발해진 해외투자에서 본격적으로 이자와 배당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처음엔 흑자폭이 미미해 경상수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 경제가 소득수지의 덕을 본 것은 2019년부터다. 일본이 반도체 필수 소재에 수출규제를 가한 그 해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흑자는 전년 대비 27.5% 급감한 791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해 소득수지 흑자가 49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급증하며 상품수지 감소폭을 상당부분 메웠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수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에도 소득수지는 120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 나라의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유학과 해외 여행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보인다. 이전소득수지는 대개 친척간 송금이나 국가간 원조 등인데 규모가 크지 않다. 결국 상품수지 또는 소득수지가 받쳐줘야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면서 자본수지와 함께 안정적인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시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2011년부터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지만 소득수지 덕분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상품수지 적자를 대비해 소득수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보유액 감소, 국가신용도 하락을 불러와 거시정책에 큰 제약이 생긴다"며 "제조업 생산을 하던 노동자가 은퇴 이후 자본소득으로 노후를 대비하듯 해외투자를 늘려 상품수지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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