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세제개혁 미룰 수 없다 ② 기업 발목잡는 세금 ◆

ngo2002 2021. 5. 27. 14:15

반도체 전쟁중인데..삼성전자 세금부담, TSMC 2.5배

전경운,박재영,성승훈,이종화,한상헌 입력 2021. 05. 26. 17:33 수정 2021. 05. 26. 19:54 댓글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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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글로벌 경쟁력 떨어뜨리는 징벌적 과세
OECD 37개국 중 32개국은
기업에 단일세율 적용하는데..
한국은 기업 이익에 비례해
누진세율 적용해 세금 걷어
LG엔솔 법인세 부담률 27%
경쟁기업인 中 CATL은 12%

◆ 

삼성전자 평택2라인에서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생산설비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법인세 부담률 삼성전자 27.7% vs 대만 TSMC 11.5%'.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을 비교한 수치다.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국의 2018~2020년 평균 법인세 부담률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 반도체 업종의 법인세 부담률은 25.7%로 경쟁 기업들이 속한 미국(7.7%), 대만(12.8%)은 물론 독일(15.6%), 중국(11.2%), 일본(22%)을 크게 상회한다.

법인세 부담률은 법인세 비용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순이익 규모 대비 법인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2차전지 분야에서도 LG화학(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의 법인세 부담률은 27.6%로, 중국 CATL(12.4%)의 두 배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의 현재와 미래인 반도체·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과중한 법인세 부담을 등에 지고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힘겹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한국·미국·중국 간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가뜩이나 강대국들의 알력에 '샌드위치' 격으로 치이는 가운데 과다한 법인세 부담으로 자승자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정 기업들에 대한 과다한 법인세 부담은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기업이나 업종의 업황이 급변할 경우 세수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수안정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불균형으로 치우친 현행 법인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법인세제의 문제점은 매일경제신문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정치인, 학계·관료 등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응답자 중 63%는 '한국의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응답했다. '법인세율 수준이 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0%, '여전히 낮다'고 본 전문가는 7%에 그쳤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35%에서 21%로 한꺼번에 너무 낮춘 법인세율을 28% 수준으로 인하분의 절반 정도만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8개 국가가 줄줄이 법인세를 인하했다. 경쟁국 대비 높은 법인세율은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일자리 창출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 설문의 응답자 중 85.9%도 '현행 법인세제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법인세는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R&D) 등 투자 결정에 핵심적 고려 요인인 만큼 한국의 높은 법인세가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는 극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다. 삼성전자는 2019년 기준 한국 법인세 총세수 72조2000억원 중 11조6000억원을 부담했다. 단 한 곳의 대기업이 한 국가 전체 법인세수의 16%를 떠안은 것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전자 등 5대 대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는 17조6000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한국 내 전체 법인 중 절반(49%)은 아예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으며 10곳 중 1곳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세금을 안 내고 있다.

한국의 기형적 법인세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율을 단일세율로 개혁해 법인세의 누진적 구조를 해소하고 면세법인 비중도 축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법인세의 주체가 되는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은 소득 수준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본다.

법인세율은 단일세율로 정해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게 현재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법인세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는 32개국인 반면 과세표준에 따라 10~25%의 4단계 세율 구간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홍순만 연세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이 법인세로 힘든 것은 누진성이 높기 때문인데, 이는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에 불리하고 이익이 적은 기업은 유리하다는 뜻"이라며 "면세법인의 비중을 축소하고 주로 대기업인 수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인세 부담률로 국가 간 실제 법인세 부담을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수치로 법인세 부담을 평가하는 것은 실제 법인이 부담한 법인세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투자나 R&D 세제 혜택 확대에 노력하고 있고, 반도체 분야는 R&D 투자 공제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반도체가 국가 안보 이슈로까지 부상하면서 기업의 R&D나 설비 투자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한국은 특정 시설이나 중소기업 등에 한해서만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전경운 기자 / 박재영 기자 / 성승훈 기자 / 이종화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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